Day 67
그간 너무 내적인 이야기에 치중했다. 요가 기록인데 요가의 움직임 자체에 관한 글은 쓰지 않은 것 같아 죄책감이 살짝 밀려와 오늘은 요가시간에 느낀 몸의 변화와 움직임들에 대해 써볼까 한다.
67번째의 요가원! 나는 그동안 얼마나 성장했을까?
일단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상당히 유연해졌단 거다. 수리야나마스카라에서 두 손을 뻗고 백밴딩을 할 때에 예전엔 뒤로 잘 넘어가지도 않았고 살짝이라도 백밴딩을 하려 하면 몸이 부들부들 사정없이 떨려 자세를 유지하기가 힘들었는데 이젠 몸의 큰 동요 없이 비교적 안정적인 백밴딩 자세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아도무카스바나 아사나시에 뒤꿈치를 바닥에 붙이고 다리를 쫙 펴면 허리가 굽어져 제대로 된 동작을 할 수가 없었는데 어느샌가 배도 홀쭉하게 유지한 채로 등과 허리를 평평하게 만들어 나름의 반듯한 산모양을 잡으며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은 그 상태로 유지하면서 좀 더 무릎 위쪽 근육을 끌어올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 아도무카스바나 아사나가 언뜻 보기엔 쉬운 동작 같지만 은근히 내겐 까다로운 동작이라 겉으로 보기엔 산 모양을 만든 채로 유지하고 있어 보여도 혼자 팔을 더 바닥 쪽으로 붙여본다던지, 무릎 위 근육을 끌어올린다던지, 발 뒤꿈치를 좀 더 바닥에 붙인다던지 등 이렇게 저렇게 꼬물꼬물 시도를 해보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는 한 번에 동작을 만들어 호흡만으로 유지하는 시기가 오리라 믿는다.
또한 서서하는 자세 중 가장 어렵게 느껴졌던 웃디따 하스타 파당구스타사나를 할 때에 비교적 높이 다리를 쭉 뻗을 수 있게 되었고 다리를 옆으로 넘겨 고개까지 돌린 채로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조금씩 흔들거리지만 언제나 될까 했던 동작들 중 하나인데 나름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잘 되어 뿌듯하다. 헤헤.
그리고 앉아서 하는 전굴자세인 파스치모타나사나시에 다리를 곧게 편 채로 배가 허벅지에 조금씩 닿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이거야말로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영원히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동작 중 하나인데 어느덧 완벽한 폴더는 아니지만 살짝 어정쩡한 폴더 정도는 되는 것 같아 역시 뿌듯하다. 턱도 정강이 쪽으로 비교적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다만 무릎 뒷부분을 바닥에 꼭 붙이려 하면 다리가 살살 떨려오는 건 아직도 남아있다. 다리 근력이 정말 부족한 건지 아직 덜 유연한 건지 모르겠지만 이 또한 하다 보면 어느새 되어 있겠지. 이만해도 많이 유연해졌다!
하. 갑자기 지난날 햄스트링으로 애먹어 여러 차례 고비가 왔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야말로 내 햄스트링은 영원히 가망이 없을 줄 알았는데 집에서 틈틈이 해준 햄스트링 스트레칭과 그 밖의 스트레칭들 덕분에 요가가 눈에 띄게 수월해졌고 그 뒤로는 드라마틱한 발전은 아니지만 차츰차츰 쌓인 근력들 덕분에 조금씩 안되던 동작들이 되어가는 게 느껴진다.
뭣보다도 예전엔 원장님 빈야사 시간이면 항상 숨이 꼴딱 꼴딱 넘어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힘들게만 느껴졌던 빈야사가 이젠! 이젠 정말 많이 수월해졌다. 끝까지 힘 있게 내 페이스를 나름 유지하며 할 수 있게 된 거다. 아아 내게 이런 날이 오다니!!!
정말 되긴 되는구나.
하면 되는구나.
천천히 느리지만 꼬물꼬물 되어가는구나.
요즘 그 어떤 걸 해도 무언가 막힌 기분이 들고 성장이 멈춘듯한 기분도 들었는데 나도 모르는 새에 내 몸은 느리지만 차곡차곡 성장하고 있었다.
이 맛에 요가하는 건가.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