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호 Jun 28. 2024

나의 반려 요가

Day 69


오늘도 요가를 다녀왔습니다. 어제저녁, 아니 오늘 새벽은 너무 힘들었어요. 나의 반려묘께서 밤 새 울었기 때문입니다. 왜 울었을까요. 왜.


덕분에 저는 새벽 2시 이후로 서너 번을 깨어 달래주고 쓰다듬어주고 다시 잠들어야 했고요 오늘따라 왜 또 알람은 일찍 맞춰둔 건지 새벽 여섯 시에 눈을 뜨고는 더 잘까 일어날까를 망설이다 더 이상의 숙면은 어렵겠다 싶어 벌떡 일어나 버렸지요.


핫.

피곤합니다.

몸은 알아요. 저는 제 몸을 알고요. 잠을 잘 못 잤을 때 아침부터 느껴오는 내 몸에 대한 이질감. 뼈와 살갗이 살짝 제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덩달아 붕 뜬 정신은 허공을 휘저어요. 그런 정신으로는 일상의 일들을 처리할 수 없으니 억지로 붙잡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새에 짜증이 올라오고요.


평소보다 스트레스의 기본 게이지가 높아져있어요. 이럴 땐 요가를 가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고민할 것도 없습니다. 이젠 이런 걸로 고민하지 않아요. 그냥 가는 겁니다. 밥 먹고 설거지하듯, 집에 들어오면 현관에서 신발을 벗 듯. 그냥 가는 거예요. 잠을 못 자도 화가 나도 귀찮아도 그냥 갑니다. 힘들어도 슬퍼도 같이 하는 거예요.


그래요. 요가는 어느덧 제게 반려운동이 되어버렸네요. 아앗. 이제 겨우 69일 차에 섣부른 판단인가요? 그렇다면 희망사항 정도로 해두죠.


사실 저는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에요와 예요를 헷갈려해요. 요즘엔 이런 건 기본 상식이라며 넷상의 동무들은 때때로 주위의 맞춤법 틀린 동무들을 한심해한다고 하더라고요. 네. 제가 그런 한심한 사람입니다. 자랑 아닙니다. 그저 관심밖의 일이면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성향 탓이겠죠(생각해 보니 잘 잊어먹는 일회성 메모리 때문인지도). 그럴 수 있어요. 저도 때때로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혼동하여 쓰는 사람을 보고는 속으로 답답해한 적이 많으니까요… 자기 이름의 한자 뜻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그랬고요. 그러나 그때뿐이에요. 이제는 그런 게 대수롭잖은 나이가 되었죠. 자기 이름 세 글자 한자로 정갈히 잘 쓰고 청산유수에 맞춤법도 잘 맞춰 쓰는 멋장이가 어느 날은 내 통수를 치는 사기꾼이었다면 세상. 뭐. 중요한 게 어떤 건지 사소로운 것에 그닥 에너지를 쏟지 않게 되지요. 수치스러움과 부끄러움을 혼동하는 사람이 내 생명의 은인이 된다면 대관절 뭐가 대수냐고요.


네… 그냥 헛소리를 해보았습니다. 피곤한 김에. 헛소리도 하고 그러는 거죠. 뭐가 대수에요. 예요.

이런 자잘 구리 한 인간 세상사 스트레스와 소음에서 멀어지는 좋은 방법은 요가섬에 가서 반려 요가를 만나는 것입니다.


요가섬은 요가원에 둥둥 떠있는 나만의 매트를 말해요.

이 세상에 존재하면서 문도 없고 울타리도 없지만 그저 나만의 오롯한 공간이 되는. 세상 위에 둥둥 떠있는 나만의 작은 섬이죠.

그곳에서 나의 작고 소중한 반려요가를 만나면 몸과 마음이 정화가 되는 느낌이 들어요. 잠깐 쉬다 오는 거죠.


요가가 아니어도 이 글을 읽는 당신들은 자신만의 작은 섬이 있나요? 바쁜 일상 속 잠시 다른 차원으로 나를 데려갈 작은 섬이 있단 건 매우 좋은 일 같아요. 독서가 되었건, 요리가 되었건, 테라스에서의 멍 때림이 되었건 코인노래방이 되었건. 자신만의 섬 하나는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똥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보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많지는 않지만. 감사한 일이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매거진의 이전글 저는 사실 호흡이 제일 어렵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