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요가 기록은 요가원에서가 아닌 집에서 혼자 머리서기를 하며 느낀 것들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대략 한 3주 전이었나. 하타요가 시간에 선생님께서 내게 처음으로 요가원에서 머리서기를 시도하도록 도와주셨다. 집에서 몇 번 해보긴 했지만 다리가 절대 땅에서 떨어지지 않아 팔꿈치를 지지한 채로 궁둥이만 들어 올리는 연습만 깔짝 해보았던지라 ‘아유 난 아직 멀었어’라며 돌핀 자세만 취했지 도전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선생님의 자연스러운 접근으로 나도 모르게 도전해버리고 있더라. 갑자기 닥친 이 상황이 웃기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일단 시키는 대로 해보자. 어차피 못할 거.’라며 조심스레 머리서기를 시도해 보았다.
일단 테이블 자세에서 양 팔꿈치를 그대로 어깨 아래로 내린 뒤 양손을 반대편 팔꿈치에 가져다 댄다. 이게 머리서기에 알맞은 팔꿈치의 폭이라고 하셨다. 그런 뒤 양손을 앞으로 적절히 꺼내어 깍지를 낀 뒤, 팔꿈치 사이 간격과 깍지 낀 손의 양 팔이 삼각형이 된다는 느낌으로 두고, 깍지 낀 양손바닥 안으로 뒤통수를 밀어 넣어 정수리를 땅에 닿게 한다. 안정적으로 내 뒤통수와 정수리가 안착이 되면 팔 안쪽과 겨드랑이, 갈비뼈 옆쪽에 긴장을 주며 엉덩이를 들어 올려 총총총 발이 내 얼굴 앞으로 오도록 걸어온다. 적절히 허리와 엉덩이가 천장을 향해 올라가면 자연스레 발이 뜨지만 나는 아직 왕초보인지라 다리를 가슴팍으로 접은 채로 하나씩 들어 올리는 동작을 시도했다.
그런데 뭔가 잘 안된다. 한쪽다리를 무릎 접어 가슴에 끌어오고 엉덩이를 천장 쪽으로 올리라는데 그래도 잘 안되니 선생님께서 “접은 무릎을 더 바짝 상체 쪽으로 끌어와야 해요.”라고 하신다.
‘에…이렇.. 게….?’
하는 순간 오오. 오오. 지면에 닿고 있던 반대쪽 발가락이 위로 떠오르는 게 보인다.
오오오오오오오
오오오오
우와
우와
속으로 오오오와 우와를 연발했다. 이 상태에서 다리를 뻗으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나는 한 3초 버티다가 이내 못 버티고 철퍼덕 내려와 앉았다.
버틸 수 있는 힘은 조금 있는 것 같은데 뭔가 어디다가 힘을 줘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중심점도 못 찾겠는 느낌.
쨌든.
다리가 떴다.
다리가 떴다고!
지금 이것 만으로도 급 흥분해서 심장이 요동쳤다.
나는 살면서 한 번도 물구나무 따위의 중력을 거스르는 동작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럴 일도, 필요성도 없는 삶이었으니 지금 이 느낌이 너무 신기하고 아찔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동작이니 덜컥 겁이 나긴 하더라. 어디에 중심을 줘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일단 무엇보다도 더 들어 올리려니 내 다리가 내 다리 같지 않은 느낌이었다.
맙소사.
그날 이후로 삘받은 나는 집에서 틈틈이 머리서기 연습을 해보고 있다. 그런데… 안된다. 다리를 접어 올리든, 펴서 90도로 올리든 덜컥 겁이 나서 한계에 가로막혀있다. 깔짝깔짝 중심점을 찾아 1mm씩이라도 더 들어 올려보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식은땀이 흐르는 게 느껴진다. 갑갑한 마음에 벽에 대고라도 두 다리를 꾸역꾸역 뻗어 올려보지만 저 위로 뻗은 다리가 너무 이질적으로 느껴지고 느낌이 이상해서 견딜 수가 없더라. 다리가… 뭐라 해야 하지… 풍선처럼 그냥 허공에 ‘둥실~’하고 떠있는 느낌. 이게 맞나요? 이 상태에서 하체가 컨트롤이 가능해요? 아니죠? 아닐 것 같아… 복부에도 어떻게 더 힘을 주란거지?
말 안 돼.
말이 안 되는데?
공중으로 떠오르기만 하면 통제불능이 되는 것 같은 내 두 다리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자세에서 버티다가 힘이 달려 다리를 바닥으로 풀썩 떨어뜨리고 아기자세를 취하며 한숨 쉬기만을 반복하고 있다.
빨리 해야겠다는 조급함은 없지만 이 작은 벽을 넘어가 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언젠가는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어제보다 오늘 1mm씩 더 들어 올리고 0.1초라도 더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헌데, 안되어도 상관없다. 느낌상 영원히 못할 수도 있을 것 같고 1년이 걸릴 수도 있을 것 같고. 일단은 계속 해보기는 할 건데 이 100일의 요가 기록이 끝날 때즈음에 ‘짜란’하고 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