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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금붕어의 똥

(日本) 金魚の糞

by 애셋요한

■ 특색없이 따라만 가면 언젠가 한계가 온다.


세아이 육아의 특징 중 하나는, ‘따라쟁이’를 키우는 느낌

이 든다는 점이다. 특히 남자 형제는 그 정도가 유난하다.

예를 들어, 첫째가 괴성을 지르면 셋째가 따라 지르고,

첫째가 과자를 흘리면면 셋째도 눈치를 보다 따라한다.

가장 당혹스러운 건, 혼나고 있는 아이 옆에서 서서 거의

‘똑같은 표정’으로 울기 시작할 때다.

“너 왜 우는 거야?”

“…형이 울어서…”

“근데 너는 잘못 안 했잖아?”

“근데 나도 울고 싶어…”

이쯤 되면, 한 아이의 감정이 또 다른 아이의 정서적

'금붕어 똥’이 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작고 귀여운 금붕어가 수조를 헤엄치면, 그 뒤를 꼬리에

매달린 실처럼 끊임없이 따라오는 금붕어의 똥이 있듯,

형제 중 한 아이의 말이나 행동은 늘 다른 아이에게 그대로

복제된다.



하지만, 그건 단지 아이들만의 이야기일까?

회사에도 꼭 그런 사람이 있다.

자기 의견은 없고, 팀장이 뭐라 하면 “맞습니다!”를 반복

하는 사람. 회의 중 아무 말 없다가, 발표가 끝나면 슬쩍

“저도 그 생각했어요”라고 얹는 사람.

보고서도, 메일도, 말투까지도 꼭 윗사람의 것을 복사해

쓰는 사람.

어느 날 회의에서 그 직장 동료를 보며 문득 형제의 모습이

겹쳐졌다. ‘저 사람도 어쩌면, 조직이라는 수조 속에서 생존

하려고 금붕어 똥이 되기로 한 건 아닐까?’



육아를 하다 보면, 아이가 남을 따라한다고 무조건 나무랄 수

없다. 처음 걷기 시작할 때도 형이 걸으니까 걷고, 처음

젖가락을 들 때도 형이 드니까 따라 한다.

세상에 ‘자기’라는 게 생기기 전까지, 따라하기는 아이들의

생존 방식이다. 문제는,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금붕어 똥’

처럼 따라다닐 때다. 금붕어의 똥은 작고 가늘다.

한눈에 봐도 쉽게 끊어질 것 같지만, 생각보다 끈질기게 따라

붙는다. 육아든 사회든, ‘따라가는 것’이 꼭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기만 하면, 그저 흔적이 될

뿐이다.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처음에는 따라 해도 괜찮아. 하지만 언젠가는 너만의 길을

가야 해.”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말한다.

“당신은 누군가의 금붕어 똥처럼 되려고 여기에 온 게

아니야.”

우리는 각자의 꼬리를 만들고, 각자의 길을 헤엄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큰 수조를 줘도 우리는 늘 누군가의

뒤만 쫓게 된다. 오늘도 아이가 형의 뒤를 졸졸 따라가며

말한다.

“형아 뭐해? 나도 해볼래!”

나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생각한다.

그래, 아직은 괜찮아. 지금은 따라하며 배우는 시간이니까.

하지만 언젠가는, 너의 길을 향해 물살을 거슬러 올라

가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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