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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기저귀는 바로 갈아줘야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왜 이렇게 관대할까?

by 애셋요한

■ 세 아이를 키우며,

가장 많이 반복한 육아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코

기저귀 갈기다.

특히 똥기저귀는, 진짜...

그 냄새와 온도와 무게감이 모두 다르다.

그건 그냥 기저귀 갈기가 아니라, 매번 긴장의 연속이다.


아이 셋이 기저귀를 차던 시절엔 어디선가 똥 냄새가 나는 것

같으면 본능적으로 “누구냐!”부터 외치고 수색을 시작한다.

첫째도, 둘째도, 막내도 태연하게 얌전히 앉아 있는데 그 중

누구도 "저요"하고 손들고 말해주지 않고 폭탄을 숨기고 있다.


한번은 피곤하고 바빠서 “조금만 있다가 갈자” 하고

외면하고 조금 미뤘다가 기저귀를 열었을 때, 엉덩이가

빨갛게 짓무른 걸 보고는 한없이 미안해진 적도 있다.

아기 입장에선 그 몇 분이 얼마나 불편했을까.


하지만 우리는

이 똥기저귀의 진실을 알면서도 방치할때가 있다.

아이의 똥기저귀만이 아니라 우리 삶 속의 조금만 들춰보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숨겨진 똥들'까지도.


· 미뤄온 이메일 하나.

· 반복해서 오류 나는 엑셀 공식.

· 알람만 울리고 있는 건강검진 예약 문자.

· '언젠가 나아지겠지’ 하며 덮어둔 관계 속 갈등.


이 모든 건 사실 삶의 똥기저귀다.

처리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귀찮아서, 바빠서, 혹은

“그냥 놔둬도 괜찮겠지” 하는 마음에 그대로 두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똥’은 말 그대로 겉잡을 수

없게 된다. 냄새가 나고, 피부가 짓무르고,

처리에 시간이 갑절로 들어 뒤늦게 고생한다.


왜 우리는 아이에겐 그렇게 민감하면서,

자기한테는 그렇게 관대한 걸까?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나 자신을 아기만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닐까?

아이의 기저귀는 정성껏 갈면서 내 삶의 똥 기저귀는 처리가

귀찮다고 미루는 이유.

그건 결국 자기 삶을 방치하는 습관이 쌓인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 나는 다짐한다.


작은 것부터라도 나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바로 치우자.



· 이메일, 지금 열어보기.

· 책상 위 1주이상 안본 서류, 지금 버리기.

· 오늘 해야 할 일, 메모앱에 적기.

· 하고 싶지만 미뤘던 연락, 오늘 하기.

·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괜찮아?” 하고 한 번 묻기.


삶의 똥기저귀도 마찬가지다.

더 쌓이기 전에, 더 번지기 전에,

지금 갈아주는 게 제일 좋다.


오늘도 나는 막내의 기저귀를 갈던 때를 생각한다.

“내 인생에도 이런 똥 기저귀들이 있겠지.

그걸 바로바로 갈아줄 수 있는나 자신이 되자.”


똥기저귀는 바로 갈아줘야 한다.

사랑하니까, 그리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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