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안다

적어도 가까이서 냄새는 맡아봐야 뭔지 안다

by 애셋요한

■ 올해도 어김없이 건강검진 시즌이 찾아왔다.

중년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나이,

세 아이의 아빠이자, 집안의 가장으로 살아가는 지금,

"건강은 자신 있습니다."라는 말 한 마디가 이제는

예전처럼 쉽게 나오지 않는다.


나는 나름대로 운동도 했고, 식단도 신경 쓴다고 썼다.

그럼에도 잡히는 아랫배를 보며

"괜찮아, 이건 덕(德)이야" 라며 자기합리화도 종종 했고,

주변 친구들에 비하면 내가 좀 낫지 않나 하는 마음도

은근히 있었지만… 막상 병원에 가면 심장이 쿵쿵 뛴다.

혹시나 어디 안 좋은 데가 생기지는 않았을까.


아직 아이들이 다 크지도 않았는데, 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우리 집은 어떻게 되지?

가장으로서의 두려움진료 대기실에 앉자마자 느껴진다.


그 와중에 아내는

"요즘 몸이 자꾸 화끈거려. 나 갱년기 온 것 같아."

하며 이야기했다. 처음엔 "에이~ 아직 멀었어~" 하고

웃어넘겼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우리서로 웃어넘길 일이 아니라는 것.


우리 둘 다 똥인지 된장인지, 직접 먹어봐야 아는 시기에

온 것이다. 젊을 땐 무슨 일이든 미리 가늠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건강도, 미래도, 아이의 진로도.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세상은 점점 예측불허가 되어간다.


어떤 건 진짜 똥 같아 보여도,막상 해보면 된장보다 낫고,

어떤 건 반짝반짝해 보여도 막상 열어보면 꽝일 때도 있다.

그걸 직접 해봐야 안다.



그리고 요즘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잡는 법을 가르쳐라"

말이 육아의 정석처럼 통했지만 요즘은 문제 자체가

바뀌고, 과학발전의 속도도, 교육 커리큘럼도, 장래 유망한

직업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부모인 나조차

"이젠 물고기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싶을 때가 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나는 아이들에게

더 많이 경험하게 하고 싶다. 실패해도 괜찮고, 아파도

괜찮고, 헛걸음이어도 괜찮다. 그것이 진짜 ‘된장인지

똥인지’를 스스로 확인해보는 과정이니까.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내 인생을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다는 걸

나는 어릴 때부터 알수 있었어."

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는 아빠가 되기 위해

나도 내 삶을 직접 씹고, 삼키고, 걸러내고 있다.

오늘도 건강검진 결과를 기다리며 내 몸과 마음의 상태를

곱씹는다. 불안하지만 그래도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걸음을 어떻게 디딜지 알 수 있다.

누군가는 말한다.

"모르면 그냥 대충 넘어가지 뭐."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안다.

그리고 알고 나면, 그게 나의 인생에 어떤 의미였는지도

보일 것이다.



이 글이 공감되셨다면 눌러주시고,
여러분의 ‘인생 두려움을 극복한 날’은 언제였는지

댓글로 들려주세요.


#육아에세이 #일상에세이 #아빠일기 #가족 #똥철학 #유쾌한글 #삶의기록 #중년의삶 #맞벌이부부 #기저귀 #건강검진 #감정표현 #아이들과의대화 #브런치북추천 #메타키즈

keyword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