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방암 환자이다. 국가가 인정한 장애인이고 중증환자이다.
여기에 타이틀 하나가 더 추가 됐다.
난임 환자.
이것 역시 국가가 인정해줘 난임지원을 받고 있다.
유방암이든 난임이든 둘 중 하나만 겪어도 서글픈데 두 개 다라니... 이렇게 인생이 특별할 수가!
사실 작년, 2차 인공수정 시술을 하던 중 유방암을 알게 되었다. 임신일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피복이 많이 되는 유방 촬영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덜덜 떨었던 기억이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인공수정은 실패했고, 바로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1년이 조금 넘게 흘렀다.
1년 동안 건강관리를 하면서 자연임신을 시도했지만 아이는 생기지 않았다.
1년 검진을 마치면 시험관 시술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런데 검진 결과에 문제가 생겨 또 미뤄졌다.
여러모로 그냥 무탈하게 지난 적이 없던 2년이었다.
사실 억울했다. 어떤 이는 원하지 않는 아이를 갖고 그 아이를 없애고 싶어한다. 어떤 이는 아이를 낳고 잘 키우지 않는다. 간절히 원하는 부부에게는 오지 않는 아이가 어떤 가정에서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그 사실이 너무 슬프고 하늘이 무심해서 괴롭기까지 하다.
누군가는 쉽게 갖는 아이가 나에게는 오지 않을 때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나보다 나중에 결혼한 친구들이 하나 둘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한다. 축하보다는 부러움이 앞설 때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마음까지 든다.
누군가의 행복이 나에게 씁쓸함으로 다가오는 건 꽤 힘든 일이다.
난임으로 힘들 때 다른 사람의 임신 소식을 잘 받아들이는 방법은 딱 하나이다.
내 삶에만 집중할 것!
다른 사람의 삶 따윈 배제하고, 오직 내 삶의 과정만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만의 인생을 살아낸다. 그 모양과 색깔은 모두 다르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했다고, 비슷한 곳에 산다고 비슷한 삶을 살 필요는 전혀 없다.
북유럽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높은 이유 중 하나는 '개인주의' 때문이라고 한다.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주의가 아니라 각각 개인의 가치관을 존중해주는 문화 때문에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이 있는 그대로 인정받는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집단주의 문화이다. 정해진 행복과 성공의 기준이 있으며 그와 다르면 불행하다고 느끼고 또 느끼게 만다는 경향이 강하다.
아이를 갖는 문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어느 시기엔 결혼을 해야 하고, 어느 시기엔 아이가 있어야 하고. 타인과 나는 절대 같은 인생을 살 수 없는 존재인데 비슷한 삶을 살기 바랐던 것부터 전제가 잘못된게 아닐까?
난 아주 특별하게도 30대에 유방암에 걸렸고, 난임이다. 건강한 사람들과는 처음부터 비슷한 라이프 스타일과 가치관을 갖을 수 없다. 대신 난 역경 속에서 단단한 심지를 갖게 됐고, 웬만해선 약해지지 않는 강한 사람이 되었다. (어려움 하나 없이 꽃길만 걸어 온 사람과는 차원이 다른 아이템을 보유 중이다^^)
내가 어려움들을 통해 얻은 소중한 무기들로 난임이라는 과제도 해결해보려 한다.
내일이 첫 난자채취 날이라 그런지 많이 떨리고 긴장 된다.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긍정적인 상태이기도 하다. 대부분 작은 일도 걱정부터 하던 나인데 이번엔 신기하게도 긍정적인 생각만 머릿 속을 맴돈다.
이렇게 기대하면 실망도 클 것같아 기분 좋은 상상을 멈추려다 실망도 미래의 내가 하게 냅두자고 마음 먹는다.
그냥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한없이 행복한 상상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