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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수 Aug 13. 2023

팬텀싱어다운 공연

공연 읽기: 팬텀싱어 4 갈라콘서트

2023년 상반기 동안 JTBC에서 방송했던, 팬텀싱어 4의 명곡과 명장면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음향 효과나 방송시스템의 지원이 아닌, 가수들의 개인적 실력과 중창의 화음 및 파워가 그대로 재현된 공연이었다. 방송을 통해 알게 되어 개인적으로 좋아하게 된 노래들을 모두 보고 들을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결승에 진출한 3개 팀, 리베란테, 포르테나, 크레즐의 멤버 12명이 방송을 통해 보여준 멋진 퍼포먼스를 그대로 표현했다. 방송의 진행 순서처럼 솔로, 듀엣, 트리오 무대들도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다. 


솔로 공연은 노현우, 이승민, 이동규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했던 곡들을 연주했다. 노현우의 저음은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의 아리아, Toreador song(투우사의 노래)를 멋지게 들려주었다. 이승민의 유쾌한 매력은 로시니의 오페라 Il turco in Italia에 등장하는 아리아, Se ho da dirla avrei molto piacere(말할 수 있다면 기뻐할 겁니다)를 속사포 랩같이 빠른 발성으로 불러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이동규도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에서 매력적인 아리아, Habanera를 특유의 매혹적인 목소리로 옴므 파탈의 매력을 발산했다. 솔로 연주에서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다면, 서영택의 Non, je ne regrette rien(나는 후회하지 않아요)를 들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에디뜨 피아프(Edith Piaf)의 명곡을 청량한 남성의 목소리로 재해석해준 곡을 직접 듣고 싶었다.   


듀엣 공연은 방송에서 김지훈과 진원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나게 만들었던 곡, Cose(사랑에 관한 것)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살 다 빈치(Sal Da Vinci)의 톤과 달리 두 사람의 목소리에 맞게 재탄생한 곡이었다. 스토리를 따라 기승전결로 감정선을 더욱 뚜렷하게 이끌어갔던 연주라서 더욱 좋았다. 방송에서 조진호와 김모세가 불렀던 Can’t feel my face는 조진호의 음색이 지닌 매력을 충분히 전해준 곡이었다. 다만 이번 공연에서는 김성현이 김모세를 대신하여 듀엣으로 연주했다. 

트리오 공연은 김지훈, 진원, 정승원이 함께 부른 Il coraggio delle idee(상상의 용기를 가진 사람)를 빼놓을 수 없었다. 레나토 제로(Renato Zero)의 담백한 노래를 20대의 젊은 남성들의 패기와 열정으로 재해석한 곡이었다. 누구나 현실의 어려운 문제에 직면할 때가 있다. 자신을 믿고 용기를 내어 극복해 나가자는 의지를 담고 있는 곡이었다. 세 사람이 이끌어가는 노래는 가사를 모르고 들어도 감정을 전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방송의 경연 중 네 명이 한 팀을 만들어 부른 곡들도 들을 수 있었다. 방송 후 스트리밍 음원으로 자주 듣던 곡도 있었는데, ‘나 하나 꽃 피어’가 그중 하나였다. 조동화의 시에 윤학준이 곡을 붙여 만든 가곡이다. 이승민, 임규형, 서영택, 김수인이 한국적 정서를 감동적으로 들려주었다. 특히 김수인의 국악 발성은 곡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유지시켰다. 나 하나의 존재와 노력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해 주었다.

다음 곡은 오스틴킴, 노현우, 서영택, 김지훈이 ‘태양의 남자들’이란 팀을 이루어 불렀던 노래였다. O Tu O Ninguna(그대를 대신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는 루이스 미겔(Luis Miguel)이 부른 노래로,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는 애틋한 노래였다. 김지훈이 팀에 합류하여 ‘진지맛집’ 다운 감성으로 4명의 목소리를 감미롭고 조화롭게 이끌었던 곡이다. 팝음악을 클래식 성악가들의 음성으로 들려주어, 크로스오버의 정석을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그리고 포지션 배틀에서 네 명의 테너가 불러 감동을 주었던 곡도 있었다. 카운터 테너 이동규, 콘트랄토 오스틴 킴, 테너 진원과 정승원이 부른 Il Canto(노래)였다. 2003년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가 발매한 앨범 Ti Adoro에 첫 번째 트랙으로 수록된 곡이었다. 헤어진 연인과의 추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잊히겠지만, 사랑의 노래는 오래도록 남을 거라는 애절한 노래였다. 테너와 카운터 테너의 연주는 혼성 중창단처럼 애절함의 교차로 노래를 더욱 아름다운 추억처럼 전해주었다. 마치 남성만의 입자이 아닌, 여성도 비슷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 헤어진 연인의 애절함이 입체감 있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콘서트는 절정에 이르러 크레즐, 포르테나, 리베란테 순서로 결승 무대에서 연주했던 곡들을 순차적으로 보여주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곡들을 선별하면, 포르테나가 부른 노래로 Buona Fortuna(행운을 빌어요)를 들 수 있다. 이태리 가수 클라우디오 발리오니(Claudio Baglioni)의 노래를 네 명의 테너를 위한 곡으로 편곡했다. 외로움이 묻어있는 원곡과 다르게, 포르테나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행운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절제된 목소리로 전했다. 

포르테나의 두 번째 곡은 Demain n’existe pas(내일 같은 건 없어)였다. 벨기에 가수 라라 파비앙(Lala Fabian)이 부른 곡이었다. 세상 앞에 당당히 나서는 여성의 의지를 표현한 곡이다. 네 명의 테너는 내일이 없듯, 과거는 잊고 좌절하지 말고 오늘 새로운 운명을 받아들이자는 의지를 표명했다.


다음은 리베란테의 무대들이었다. 첫 번째 곡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들었고 플라치도 도밍고(Placido Domingo)가 부른  Risuona Anima mia(내 영혼이 울려 퍼지네)였다. 종교적인 감성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향한 간절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충만하다면 나의 삶도 찬란해진다는 내용이다. 네 사람의 목소리는 종교적 색채를 담지 않았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들의 삶에 충실히 살아가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자고 이야기하는 무대였다. 

두 번째 곡은 이태리 가수 클라우디오 발리오니(Claudio Baglioni)의 노래, Altrove e qui(다른 곳과 여기)였다. 자신이 살아온 삶이 틀리지 않았음을 외치는 노래답게 리베란테의 격정적이고 박력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앙코르 무대에서도 포르테나가 부른 Neaplois도 매력적이었다. Il Canto와 같은 앨범에 두 번째 트랙으로 수록된 곡이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나폴리의 자연과 풍경, 그곳에서 살아가는 가족들에 대한 사랑을 찬가처럼 부른 곡이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솔로곡과 비교하면, 네 명의 테너와 카운터 테너가 입체적인 화음으로 표현한 곡은 웅장하고 풍부해졌다. 나폴리를 가서 인생의 한 순간을 보내고,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었다. 

리베란테의 마지막 앙코르 곡은 페르난도 바렐라(Fernando Varela)의 Verita(진실)였다. 남성의 강인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곡이었다. 갈라콘서트에서 연주된 곡들은 모두 좋았다. 다른 갈라 콘서트에도 갈 수 있다면 또 한 번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공연이었다. 


팬텀싱어 4 공연의 모든 것이 좋았다. 그럼에도 공연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그것은 음향이었다. 전시장에서 진행된 콘서트이다 보니, 여러 명의 연주자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는 울림이 심해져 제대로 듣기 어려웠다. 음악 전용 콘서트 홀이었다면, 멋진 연주자들의 공연이 더욱 빛났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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