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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꼭또 Oct 28. 2024

트럼프와 복음주의 운동 (Evangelicalism)

존 윈스롭의 "크리스천 자비의 모델"

 2016년 미국대통령선거 당시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예측되었던 힐러리 클린튼을 꺾고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날드 트럼프. 금수저 출신의 억만장자, 리얼리티 쇼 호스트, 세계 레슬링 엔터테인먼트(WWE) 명예의 전당 헌액자, 부동산 사업가 등 정치와  무관한 이력의 소유자를 백악관의 주인으로 만든 배경에는 미국의 기독교 복음운동(Evangelical Movement)이 있습니다.  전 미국인의 36%를 차지하는 기독교 복음주의자들(Evangelicals)의 81% 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된 트럼프(“How Evangelicals Helped Donald Trump Win,” November 9, 2016, 『Times』).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은 2020년 바이든, 2024 년 카멜라 해리스와의 대결에서도 변함없이 트럼프를 지지합니다.  그러나 복음주의와 트럼프의 파트너 쉽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있습니다. 그건 트럼프가 복음주의자들이 싫어하는 이력의 소유자일 뿐만 아니라 성경에서 하지 말라는 짓만 했고 아직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중 대표적인 예만 몇 가지 살펴보면.     


1.  세 번 결혼에 두 번 이혼 경력 (개신교 전통의 미국은 이혼한 남자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불문율의 나라. 이를 깬 최초의 대통령이 로날드 레이건. 그는 한 번 이혼했지만 두 번째 부인인 낸시 여사와는 잘 살았음)      


2.   개신교가 싫어하는 도박 사업인 카지노를 운영.      


3.   무려 26명의 여자들로부터 강간, 키싱,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적인 접촉과 언사 등 부적절한 행동으로 인한 고소 고발을 당함. 최근에도(10월 25일) 또 한 명의 여성으로부터 같은 내용의 고발장이 접수되었다고 보도.         


4. 트럼프는 대통령 재직 시 『워싱톤 포스트』는 4 년간 총 30,573 건으로 일일 평균 21건, 『토론토 스타』 3 년간 5276건으로 일일 평균 6 건의 거짓말 및 허위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보도. (출처 위키 백과사전).   


5.  4년 임기 후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의 대결에서 패배하자 허위사실인 선거부정을 주장하며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바이든 대통령 인준을 막기 위해 미국 국회의사당의 공격을 주문. 현재 그는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어 재판 중.       


6.  얼마 전 펜실베이니아 유세 시 샤워장에서 아널드 파머의 성기 크기에 놀랐음을 언급하며 그는 진짜 남자의 전부라고 (“He was all man”) 연설.        


이혼, 도박 사업, 성희롱(추행), 거짓말. 성경에서 싫어하는 행동만 골라서 하는 트럼프. 그럼에도 미국 개신교의 대표 세력인 미국의 복음주의자(evangelicals)들로부터 변함없이 열렬한 지지를 받는 트럼프. 왜 그럴까요? 이 현상을 알기 위해선  미국의 건국 역사와 미국 개신교의 복음주의 운동을 이해해야 합니다.       

   

홍해를 건너는 모세와 히브인들

 

  미국은 프로테스탄트 기독교인들이 세운 나라입니다. 이들은 1517년 마틴 루터의 개혁신학의 계승자들로 시간이 흐르면서 장로, 침례, 감리, 루터, 개혁, 초교파 등 여러 가지 교단으로 나뉘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믿음은 루터의 복음주의를 따르고 있습니다.  복음주의란 1) 성경 가르침의 권위와 역사성을 믿고 (성경을 글자 그대로 해석) 2) 거듭나는 것을 믿으며 (영적인 깨달음) 3) 복음전파(evangelize는 전도하다는 뜻)에 대한 사명과 헌신입니다. 개신교 신도들은 1630년 영국의 왕이나 유럽 가톨릭의 종교적 박해를 피해 아메리카 신대륙으로 건너옵니다. 초기 정착민들의 종교적 믿음의 기초가 되는 성경은 이들이 바라보는 역사관, 세계관, 도덕관의 전부입니다. 청교도들에게 고국 영국을 떠나 신대륙의 동부지역에 정착하는 과정은 3000년 전 구약의 히브리인들이 이집트에서 탈출하여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가나안으로 이주하는 출애굽기 스토리의 반복입니다. 구약에 따르면 하나님께서 이집트에서 400년간 노예생활로 고통을 받고 있던 히브리인들을 불쌍하게 여겨 모세를 보내주셨습니다. 모세는 핍박받던 이스라엘인들을 이집트에서 탈출시켜 홍해를 건너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약속의 땅으로 인도합니다. 일 세대 청교도들은 자신들을 탄압한 영국왕을 구약시대 이집트의 파라오로 자신들이 건넌 대서양을 히브리인들이 건너간 홍해 그리고 미국 대륙을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으로 생각했습니다.

   

   신대륙에 도착한 일 세대 청교도들의 제일 목표는 예수님 말씀대로 모범적인 크리스천으로 거듭나는 일이었습니다. 최초로 청교도를 이끌고 미국으로 건너온 그들의 리더이자 목사이며 정착지 뉴잉글랜드의 초대 총독이었던 존 윈스롭. 그는 같이 온 정착민들을 향해 다음과 같은 설교를 합니다.            

     

     우리는 우리 열 명이 천명의 적을 물리칠 때 또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농장을

     계속 허락하셔서 (“신이시여 우리 농장을 새로운 영국처럼 만들어 주소서”), 우         리의 입으로 찬양과 영광을 올리게 만드실 때 우리는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심을 깨닫게 될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가 언덕 위의 도시가 될

     거라는 사실을 고려해야만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일을 하는 데 있어서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힌다면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더 이상 도와주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세상의 웃음거리로 전락할 것입니다.

       (25, 『The American Tradition in Literature』)             


윈스롭의  “언덕 위의 도시”는 예수님의 상산수훈(“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언덕 위에 있는 도시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 마 5:14)에서 인용한 표현입니다. 언덕 위의 도시는 어둠으로도 가릴 수 없는 훌륭한 크리스천을 비유한 말입니다. 윈스롭의 요지는 미국에 처음 정착한 퓨리턴들이 자랑스럽고 모범적인 크리스천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는 다른 세계와 차별화되어 세계가 존경할 수 있는 정착지의 건설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산상수훈

   

    하지만 영국의 왕정은 대서양을 건너간 이주민들에게 자유를 줄 의사가 전혀 없었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사람들을 여전히 영국의 노예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정착민들은 독립을 선언하고 막강한 군사력을 지닌 영국을 상대로 1775년부터 1783년까지 8년간의 독립전쟁을 벌입니다. 신생 미국 측 사상자가 늘어나면서 점점 지치고 전쟁 결과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에도 그들의 마음을 하나로 뭉치게 만든 건 바로 하나님의 말씀이었습니다. 그들은 승리를 자신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들은 이집트의 파라오와 싸우는 하나님의 군사이며 자신들의 승리는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보여주었듯이 이미 오래전 예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미국인들은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조지워싱톤 장군을 미국판 모세로 생각합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의 한 명으로 독립선언서와 미국헌법의 초안을 작성한  벤자민 플랭클린은 홍해를 가르고 히브리인들을 자유로 이끄는 모세의 이미지를 미국의 새 국장에  새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종교와 정치를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어 지팡이로 홍해를 가르는 모세 대신 올리브 나뭇가지와 화살을 쥔 독수리의 이미지를 미국의 국장으로 채택했지만 구약의 『출애굽기』와 신약의 “언덕 위의 도시”는 미국인 정체성을 형성시킨 씨앗입니다.   

   

    미국의 헌법에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명문화하고 있지만 개신교의 역사와 배경으로 탄생한 미국인들에게 종교와 정치는 뜨거운 칼로 버터를 자르듯 그렇게 간단히 분리될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정치와 종교를 분리한다고 정치로부터 (기독교의) 도덕적인 면까지 분리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팽배했기 때문입니다. 독립 이후 19세기 일어난 영적부흥운동(The Great Awakening Movement)은 미국인들이 복음주의 운동의 기치아래 다시 모이는 계기가 됩니다. 훗날 역사학자들이 명명한 “복음주의 제국”(Evangelical Empire)이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막 독립한 지 채 백 년이 안 되는 1850년대. 여성 참정권문제, 여성 인권문제, 미국의 교도소 개혁 문제 등 신생국이 당면한 문제가 하나둘이 아니었지만 당시 미국 기독교계와 정치계를 가장 곤혹스럽게 만든 이슈는 바로  흑인 노예 해방 문제였습니다. 즉 크리스천 역사와 전통을 지닌 하나님 나라의 백성 미국인들은  “노예를 학대하는 우리를 “언덕 위의 도시,” “세상의 불빛”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라는 물음에 직면하게 됩니다. 노예생활을 탈피하고자 전쟁까지 벌인 미국(백)인들이 이제 흑인들에게 채찍을 휘두르고 있으니 이는 흑인들의 입장에서는 물론이고 백인의 입장에서도 위선입니다. 노예 해방에 찬성을 보이는 북쪽의 주들은 노예제를 유지하자는 남쪽을 향해 이집트의 파라오라고 부르며 비난합니다. 그러나 남부의 주들은 노예는 하나님께서도 허락한 제도(십계명 제10조: 그의 남종이나 여종을 탐내지 말라)라고 항변하며 오히려 노예 해방의 선두주자 링컨 대통령을 현대판 파라오라고 조롱합니다. 해결책은 전쟁뿐.  미국인들에게 1865년 북군의 승리는 “언덕 위의 도시”로 거듭나 “세상의 빛”이 되어야 한다는 예수님 말씀의 승리이며 결국 복음주의 운동의 승리입니다.      

   

 

미국 교회단체의 낙태 반대 포스터

 


  그 이후 100여 년이 흐른 1970년대. 미국에서 “언덕 위의 도시,” 모범적인 크리스천의 나라에 대한 질문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노예 해방 문제는 낙태와, 게이 레즈비언 등의 성소수자 이슈로 바뀌었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입장은 일부 강경 보수 교회를 제외하곤 대부분 유연한 입장을 보이지만 낙태만은 모든 기독교 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반대합니다. 복음주의자들은 성경말씀대로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귀히 여겨 낙태 문제에 무척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1973년 미국 연방 대법원이 낙태허용(The U.S. Supreme Court's 1973 Roe v. Wade decision)을 법적으로 인정하자 모든 기독교 단체들이 다시 뭉치기 시작합니다. 예수님의 산상수훈이 다시 반복되는 계기가 됩니다. “생명을 죽이는 우리를 “언덕 위의 도시,”“세상의 불빛”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그동안 겨울잠을 자고 있었던 미국의 복음주의 운동이 다시 불붙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미국의 복음주의 운동. 이들은 낙태를 인간이 인간에게 행하는 가장 잔인한 범죄로 규정하고 심지어 나치의 홀로코스트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낙태에 대한 여성의 선택을 존중하는 입장을 취하는 민주당은 자연히 나치의 동조자가 되고 악마의 집단이 됩니다. 복음주의자들은 미국이 모범 크리스천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 낙태를 허용하는 연방법은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이 낙태를 금지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공화당과 손잡고 춤추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2000년 대 복음주의자들은 서서히 백인 민족주의(White Nationalism)를 내세우는 정치세력으로 변질되기 시작합니다. 복음주의자(evangelical)도 종교보다도 인종적, 정치적인 색채가 더 강한 1) 백인 2) 개신교도 3) 공화당 지지자를 의미하는 단어로 변했습니다. 이들은 낙태 금지뿐만 아니라 미국이 크리스천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이유로 이민자의 유입도 반대합니다. 이민자들은 순수 화이트 크리스천 정체성 확립에 방해되는 세력이기 때문입니다. 복음주의자들의 목표는 분명합니다. 하나님의 역사 (출애굽기)로 건국된 나라의 백성답게 성경의 가르침대로 살며 “언덕 위의 도시,” “세상의 빛”으로 거듭나자는 겁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종교적/정치적 목표를 위해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을 집요하게 공략합니다. 최근 (2024년 6월 19일) 루이지애나 법원에서 모든 공립학교에서 모세의 10 계명을 의무적으로 게시해야 하는 법이 통과됩니다. 그들의 목표는 이 같은 법의 확산이며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공화당을 열성적으로 지지합니다. 인도계와 흑인계의 헌혈이며 이민 2 세대인 카멜라 해리스가 힘겨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백인 크리스천 민족주의를 선전하는 토트백


   아버지가 물려준 사업을 말아먹은 루저 중의 루저(“As a Businessman, Trump Was the Biggest Loser of All,” May 8, 2019, 『The New Yorker』)로 평가받는 트럼프지만  그는 미국 사회의 “크리스천 우경화”라는 흐름만은 잘 읽고 있었습니다. 그는 정치권에 처음 등장하자마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들고 멕시코 이민자를 “살인자, 강간자, 마약 딜러”라고 외칩니다. 이번에는 “이민자들은 개도 먹고 고양이도 먹는다”는 거짓정보로 이민자들에 대한 혐오를 부추깁니다. 부활절을 제외하곤 교회도 제대로 나가지 않던 트럼프는 성경을 들고 낙태 반대를 외치며 지지를 호소합니다. 백인 크리스천 민족주의자들은 트럼프의 이름을 연호하며 열광하기 시작합니다. 미국 CNN 기자가 이들을 취재하면서 트럼프와 포르노 여배우와의 섹스 스캔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합니다. 부부처럼 보이는 60 가까이 된 백인 남성과 여성의 대답은 “개의치 않는다”(“We don’t care”)였습니다. 2016년 당선된 트럼프는 제일 먼저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고 결원이 생긴 연방 대법원의 대법관 자리에 보수성향의 인사를 선택합니다. 보수 우위가 된  미국 연방 대법원은 지난해 6월 50년간 유지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번복 낙태를 불법으로 만듭니다. 복음주의자들이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복음주의자들은 트럼프를 아이젠하워 이후 미국 역사상 최초로 복음주의 신앙(초교파)으로 개종한 대통령이라고 선전(October 27, 2020 『Christianity Today』)하지만 실제로 그의 삶은 불량식품이 가득 찬 박스입니다.  열기만 하면  거짓말, 성적인 농담, 인종 혐오 발언, 근거 없는 비방 등 무엇이 먼저 나올지 모릅니다. 이런 점에서 그는 “세상의 빛”이 아닌 “세상의 어둠”입니다. 성경을 삶의 기초로 믿는 교단이 성경이 원하는 삶을 거부하는 인물을 지지하는 행동은 아이러니 중의 아이러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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