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후반. 이때 우리나라는 1986년 아시안 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유치하면서 대외적으로 한국이라는 나라가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와 동시에 경제도 성장하면서 소비문화가 활성화되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시대적 흐름에 맞춰 세계 최대 규모 실내 테마파크가 개장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잠실에 있는 롯데월드 어드벤처입니다. 저는 이석증으로 인해 놀이 기구를 타지 못해서 거의 가본 적은 없지만 연간 800만 명이나 방문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지이기도 하죠. 이러한 롯데월드를 상징하기 위한 마스코트 역시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오늘 살펴볼 캐릭터는 1989년 개장 이후 쭉 롯데월드를 상징해온 캐릭터이자, 이름은 잘 모르지만 보는 순간 아 그 너구리? 하실만한 캐릭터인 로티와 로리입니다.
로티와 로리는 재밌고 활발하며 사교성이 넘치고 모험을 즐기는 성격을 가진 너구리로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이 로티와 로리의 정체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연 로티와 로리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요?
로티와 로리는 라쿤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로티와 로리를 너구리로 알고 계시지만, 알만한 분들은 아실 것 같습니다. 로티와 로리는 너구리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로티와 로리는 너구리(Raccoon dog)와 굉장히 흡사한 외모를 가지고는 있으나 꼬리에 줄무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구리는 꼬리에 줄무늬를 가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로티와 로리를 라쿤(Raccoon)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로티와 로리가 차라리 줄무늬 꼬리가 없었다면 저는 로티와 로리를 라쿤이 아니라 너구리로 봤을 텐데 말이죠. 또한 로티와 로리는 이족보행을 하는데, 라쿤도 종종 이족보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너구리보다는 라쿤이 더 어울립니다. 그나마 너구리로의 가능성이 있다면 발가락인데, 로티와 로리의 앞발가락(손가락) 개수는 4개로 너구리와 동일하다는 점이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 외의 특징들은 모두 라쿤과 더 유사하므로 저는 로티와 로리를 라쿤이라는 것에 한 표 던지겠습니다.
너구리와 라쿤은 매우 흡사한 외모를 가지고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라쿤과 너구리를 구별하지 못합니다. 구글에 너구리라고 검색했을 때 진짜 너구리가 검색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며 대부분 라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라쿤과 너구리의 차이점은 뭘까요?
라쿤은 아메리카 너구리과에 속하는 동물이고 너구리는 개과동물로 계통부터 이미 차이가 많이 납니다. 계통으로는 라쿤은 오히려 족제비와 가까우며 너구리는 늑대와 더 가깝습니다. 특징적으로는 라쿤은 꼬리에 줄무늬가 있고 이족보행이 가능하며 앞발가락이 5개입니다. 너구리는 발가락이 4개이고 짧으며 꼬리에 줄무늬가 없고 이족보행을 하지 않습니다. 이제 여러분들은 너구리와 라쿤을 구별하실 수 있으시죠?
로티와 로리는 채식을 주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로티와 로리는 다른 라쿤과는 다르게 치아 구조가 굉장히 많이 다릅니다. 라쿤의 경우 송곳니가 잘 발달해있고 다른 치아들이 전반적으로 뾰족한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로티와 로리는 앞니가 크게 발달해 있습니다. 치아 구조로만 봤을 때는 라쿤은 육식동물에 가까우나 로티와 로리는 오히려 초식동물에 가깝습니다. 정확하게는 로티와 로리의 치아 구조는 설치류(쥐 등)와 토끼와 흡사합니다. 앞니가 크게 발달해 있으니 토끼의 경우 풀을 찢고 갈기에 적합하겠죠. 로티와 로리는 송곳니가 발달하지 않았고 앞니가 크기 때문에 고기를 찢으면서 먹기에는 상당히 불리했을 것이므로 육식보다는 초식을 위주로 할 것으로 보이며 어쩌면 채식주의일 수도 있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로티와 로리는 어쩌면 거인증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
로티와 로리는 키가 150-160cm 사이라고 합니다. 실제 라쿤은 어떨까요? 라쿤의 실제 크기는 몸길이는 40cm-70cm 정도며 무게는 작으면 5kg이고 크면 20kg까지 나갈 수 있다고 하는데요. 상당히 편차가 심한데 이게 어느 정도냐면 작으면 소형견, 크면 웰시코기 같은 중형견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로티와 로리는 150-160cm입니다. 아주 큰 라쿤보다도 덩치가 2배 더 큰 라쿤인데요. 너무 큰 라쿤이라 잠실 라쿤이라는 학명을 따로 만들어야 할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합니다. 제가 이전에 펭수 편에서 분석했듯 어쩌면 거인증에 걸렸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거인증이란 뇌하수체에서 성장호르몬이 과도하게 나와 키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자라는 질병입니다. 원인은 불명이나 결과적으로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겨 성장호르몬이 과도하게 나오는 것이 원인이 됩니다. 성장판이 닫히지 않은 상태로 성장호르몬이 나온다면 거인증이고 성장판이 닫힌 채로 성장호르몬이 나오면 손과 발만 비정상적으로 큰 말단비대증입니다. 로티와 로리는 이미 키 자체가 워낙 크니 성장판이 닫히지 않은 채로 성장호르몬이 지속적으로 나와 크기가 커지지 않았을까 합니다. 30년째 건강하게 살고 있으니 뇌하수체에 현재는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혹시 모르니 CT나 MRI와 같은 상위 검사를 해봐야 할 수도 있겠습니다.
로티와 로리는 안구 질환을 조심해야 한다.
로티와 로리는 눈이 굉장히 큽니다. 그리고 다른 라쿤들에 비해 주둥이가 짧은데요. 이와 비교하기 위해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눈이 크며 주둥이가 짧고 상대적으로 납작한 코를 가진 시츄와 같은 견종이 안구 질환이 굉장히 많습니다. 눈이 상대적으로 더 튀어나와 있어서 결막염이 생기기 쉽고 특히 안구의 압력이 증가하는 녹내장도 생기기 쉽습니다. 그래서 노령의 시츄가 안과질환으로 내원할 경우 수의사들은 상당히 긴장하기도 하죠. 이러한 점을 생각하면 로티와 로리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눈 때문에 고생이 많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상대적으로 동공이 매우 크니 밤에도 잘 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겠지만 롯데월드 자체가 실내에 밝은 조명 아래에 있으니 오히려 눈이 부실 수도 있을 수도 있겠군요. 로티와 로리는 혹시나 눈에 뭔가 불편감이 생긴다면 꼭 동물병원에 내원해서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마치며
지금까지 롯데월드 로티와 로리에 대해 분석하였습니다. 로티와 로리는 라쿤으로 보이며 이빨 모양으로 보아 채식을 주로 하는 것으로 보이며 거인증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고 안구 질환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에 제 결론이었습니다. 1989년부터 롯데월드는 연간 800만 명의 사람들을 행복하고 기쁘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로티와 로리 역시 그 행복에 크게 기여한 캐릭터죠. 롯데월드가 더 많은 사람들을 기쁘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를, 그리고 로티와 로리가 지금처럼 인기를 쭉 이어가기를 멀리서(놀이 기구를 못 타기 때문)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