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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지니 리
Jun 11. 2023
헤어짐 연습
사는 것은 만남과 헤어짐의 끝없는 반복이다.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헤어짐은 언제든 쉽지가 않다.
그래서 연습이 필요한 것인가.
제각각 살림을 나 함께 모이기 힘든 두 딸들과 모처럼 푸근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숲에도 가고, 맛집도 찾아가고, 카페에서 수다도 떨고.
작은 딸이 지방 살림을 하게 된 덕이었다. 때마침 연휴이기도 했고.
서로 떨어져 살지 않았다면 연휴 때마다 각자의 계획대로 흩어져 지냈을 것이다.
이런 때는 서로 적당히 떨어져 사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를 푸근히 보내고 다음날까지 머물기로 한 큰딸을 작은 딸과 남겨두고
밤기차를 타러 걸음을 옮긴다.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려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두 딸이 가만히 서서 나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그 표정에서 묻어 나오는 여러 감정들.
내 가슴에도 같은 파문이 일어난다.
부모, 자식의 인연이란 참 표현하기 힘든 그 무엇이 가득하다.
사랑이라 말하기에는 너무 진한 허전함, 쓸쓸함, 섭섭함, 애잔함...
손을 한 번 더 흔들어 주고 승강장으로 내려오면서 가슴에 또 한 번 휑하고 바람이 인다.
이미 수없이 크고 작은 헤어짐으로 단련이 되었으면서도
자식들과의 헤어짐은 그때그때마다 쉽지가 않다.
오랜 경험으로 전보다는 많이 가볍고, 애틋함의 시간도 짧아졌지만
매번 놓고 헤어지는 게 아직도 가슴이 아릿하다.
그래도 이러한 헤어짐은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음에 쉽게 놓아지는 것 같다.
기차가 출발하면서 희한하게 마음이 편해진다.
기차라는 것이 지나온 시간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고
다시금 내 삶으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신기한 역할을 하는 때문인가 보다.
언젠가 나는 모두와 헤어져 기차를 탈 것이다. 다시 만난다는 약속 없이.
우리 두 딸은 오늘과 같이 여러 감정이 섞인 표정으로 나를 배웅할 것이고
나는 그들을 떠나 조용히 기차에 오를 것이다.
그때의 나는 어떤 모습이고 어떤 마음일까?
여전히 지나온 모든 것에 미련과 애착이 남은 마음이 아니기를 바란다.
약간의 서운함은 남았을지라도 후회와 미련 없이 딸들과 모든 것에
사랑과 감사함을 전하고 기차에 오를 수 있기를.
그때 타게 될 그 기차는 또 다른 삶을 향해 가는 새로운 출발의 기차일 것이다.
오늘도 나는 연습을 한다. 놓고, 놓고 마음을 가볍게 하는, 마음의 짐을 비우는 연습.
그래서 마지막 기차를 미소와 함께 손 흔들며 가볍게 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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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가을녘에 다다른 시간, 삶의 궤적을 돌아보며 조용히 회상하는 그림 같은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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