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공방 선생님이 사다리에서 떨어지셨다.
마른하늘 날벼락이 따로 없었다.
그 일과 더불어 공방식구 모두가 함께 인연의 사다리에서 떨어져 버렸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이 넘게 흙을 만지며 웃고 울고 했던 세월이
갑자기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이다.
몇 안 되는 공방식구들은 모두 정신이 나간 듯 멍하니 앉아서 할 말을 잃고
서로를 바라보며 한숨만 쉬었다.
'도예'라는 연결고리로 만나 긴 세월 동안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모여서
작업을 같이 했으니 어쩌면 형제나 친구보다 소중했던 인연들이었다.
그 중심에 선생님이 계셨었다.
그런데 그 선생님이 크게 다쳐 중환자실로 실려 갔으니 그것은 공방식구 모두에게
어마어마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선생님이 크게 다치신 것도 충격이지만 오래된 관계가 이렇게 단칼에
끝나버릴 수가 있다는 사실도 큰 충격이었다.
코로나 사태처럼 예기치 못한 일과 여러 가지 사고로
갑작스레 인연이 끝나는 일이 수도 없이 생기는 것이긴 하지만
가까운 주변에서 느닷없이 이런 일이 발생하리라고 짐작이나 했었던가.
정말로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 사람일이다.
이제 공방식구들의 앞날은 어떻게 이어질까?
이대로 흙을 만지며 웃고, 울고 했던 긴 세월은 마무리를 해야 하는 것인가?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만났던 그 시간들은 이제는 지속될 수 없겠지?
활기차고 젊은 에너지 가득했던 시간이 지나 얼굴에 주름이 하나 둘씩 늘어가도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 그대로 정들었던 공방 식구들.
아, 이렇게 얘기치 못하게 모든 것이 마무리가 될 수도 있는 것이구나...
이런 일을 겪으니 삶이란 것이 얼마나 위태로운 것인가 다시 돌아보게 된다.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는 말이 꼭 맞는다.
발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우리의 삶.
내일도 오늘처럼 똑같이 이어진다고 보장받을 수 없는 인생.
그래서 오늘 이 순간을 열심히 살아야 함이 더 자명해진다
선생님이 무사히 회복하셔도 이제는 예전처럼 활동하기는 힘들 터이니
공방을 계속 이어가기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어쩔 수 없이 공방식구들도 새로운 모습의 관계 변화를 가져야 되겠지.
모두들 할 말을 잃은 채 식은 커피잔을 들고 멍한 머리, 휑한 가슴으로
서로만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창밖으로 스산한 겨울바람이 마른 낙엽을 쓸며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