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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리 Oct 18. 2023

방 안으로 들어온 가을

옷깃에서 툭, 가을이 떨어진다.

산책길에 묻어온 노란 가을 한조각.

슬그머니 어깨에 내려앉아

숨죽이며 방까지 따라왔다.


어둑한 방,

벚나무 노란 잎 하나가

소리없이 작은 호롱을 켠다.

가을이 이처럼 따듯한 빛이었나.

노란 달빛 머금은 벚나무 이파리.

방안 가득 가을을 불러온다.


그림자 옅은 산책길

등굽은 뒷모습이

가지에 내려앉은 가을보다

더 짙은 가을처럼 쓸쓸해 보였던가.

그래서 툭,

마음 살풋 담아 전해주고

벚나무는 가을을 한가득 안고 서있었다.


방안에 들어온 노란 가을.

흰 벽과, 책들과 허전한 가슴을 물들이고

적막한 잠자리로 파고든다.

오늘 밤 꿈길에는

짙은 가을,

잊었던 사랑을 만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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