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는, 왜 기획자로 일하는가?
연휴를 맞아, 그리고 직무의 전환(PM에서 그로스 마케팅을 맡게 되었다.)을 앞두고
다양한 인풋을 머리에 넣고 있는데,
이번 글은 '일' 과 '나' 에 대한 가치관을 토스 세션과 함께 정리하는 글이다.
현 시점에서 내 레이더상에는 가장 자료가 많고 친절한 곳이 토스이다 보니
세 번째로 토스의 세션에 대한 글을 정리해 보고 있다.
예전부터 궁금했다. 창업가들은, 왜 창업을 하는 것인지,
그 수많은 리스크를 넘어서 얻고 싶은 그 무언가가 그토록 간절한 것인지,
그 답은 창업가별로 다르겠지만, 한 사람의 답을 꽤나 친절하게 들은 것 같아 공유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나는 어떻게 일하는 사람인지, 왜 기획자로 일하는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아래 영상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성공의 '기술'을 알려주지 않는다.
'행복' 이라는 말을 수없이 많이 포함하며, 본인의 가치관에 대해 설명하는데,
이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세 가지 원칙으로 정리했다.
이제부터 서술되는 내용은 아래 세션의 내용을 1인칭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UogHHGN3U3Q&t=2s
항상 살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었지, 지금을 위해 사는 것은 아니었다.
준비 과정이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
행복하기 위한 준비에 써도 되는 시간은? 너무 길었다. 20년 이상 계속 준비만 하고 살았다.
그래서 결심한 것,
행복에 필요한 것을 줄여야겠다.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적을 수록, 그 시간이 줄고,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
장 자크 라칸 :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타자의 욕망 말고, '나'의 욕망을 정리해 보았다.
진짜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은 다섯 가지였다 :
정말로 나를 이해해주는 한 명
단 한 번이라도 연탄처럼 누군가에게 뜨거운 사람이 되는 것
내가 보기에는 꼭 필요한데 아무도 안 하고 있는 것
아무도 생각한 적 없지만 나에겐 너무 중요한 무언가를 해 보는 것
죽기 전에 꼭 해 보고 싶은 것
이렇게 '나'의 행복을 정리하더라도,
나 혹은 아끼는 타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 멀리 바라보기 어렵다.
내가 정말로 신경쓸 사람의 범위도 정해야 한다. -> 그것이 아버지와 어머니였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행복을 위해 치대 진학한 것이었으나,
다시 좀 더 좁혀서 나의 행복에 대한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상처, 좌절, 폭력, 위협을 경험한 지금의 나로 변화하기 이전의
행복했던 시기의 본질을 기억해 보자.
그리고, 이 기억을 다시 현실로 만들자.
1.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던 때
2. 미래에 대한 고민이나 개념이 없을 때
3. 구슬치기, 달리기에서 져도 노력하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을 때
4. 어른이나 형들의 부정의와 비상식에 고개 숙일 일이 없을 때
5. 집에 가면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이 있을 때
-> 이 행복들을 구현하는 것이 토스의 중요 목표가 되었다.
지금도 행동의 원칙은 이 다섯가지를 실현하기 위함.
1. 토스 팀의 파격적인 복지와 파격적인 보상은 모두가 행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
2. 미래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놀이처럼 하는 것
3. 성공과 실패에 대해 따지기보다는 그래도 노력해보는 것
4. 좌절과 폭력에도 깎이지 않겠다, 혁신에 대한 역풍에 굴하지 않는다.
5. 엄청난 복지, 헤어살롱 등 모든 복지를 통해 뒷받침한다.
이 시기의 본질
: 좋아서, 재밌어서만으로 시작해서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던 삶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
불안전하거나, 굴복하거나, 완전히 멋진 게 아니라 반쯤 좋은 걸 수용하는 것을 버리는 것.
두렵거나 위험한 상황도 받아들이는 것
이러한, 어느 정도는 순진하고 바보같을 수 있는 낙관성을 유지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나에게도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책이 좋아서, 독서 모임을 통해, 수많은 인문학 글을 읽었고,
인간관과 세계관, 토스 조직문화의 기반이 되었다.
그러고, 앱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기보다는, 앱으로 혁신의 물결에 빠져보고 싶은 것이 하나의 이유였다.
이후는 계속해서 망하기, 그러나, 망하는 게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았다.
구슬치기 하듯이 앱을 내면 또 지고, 그래도 다시 해 보고,
빚을 지더라도, 앱을 빨리 만들고 싶은데 돈이 필요하네, 빚을 어떻게 더 지지?
기회를 가져보는 동안 지킬 것
- 매일매일 행복했던 것처럼 행복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믿음
-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마음
- 틀을 깨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혼자가 되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 것
이후에는 수많은 선택지가 주어졌는데,
모든 기준은 '행복하기 위함' 이었다.
런칭 당시, K사에서 간편송금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하고 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안 한 사람보다는 K사에게 진 사람이 되기로 결심.
투자자는 토스를 송금 정도 하는 기업으로 키우려고 하는 상황, 돈은 3주치만 남은 상황
-> 폐업이 될 수 있는 투자 거절을 선택
우리의 장기적인 자유와 팀원들의 행복이 이 회사의 성공보다 더 중요하다.
어차피 망하면 9번째, 10번째 아이템 다시 찾지 뭐. 하는 생각
투자 받고 휘둘리기 vs 망하고 행복해지기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을 용기있게 지켜내는 것이 필요함.
첫 PR 매니저를 채용할 때까지 11개월이 걸림.
함께 일할 때 함께 일하는 기억을 함께할 수 있는 분이 올 때까지 기다림.
빠르게 대응해줄 사람 vs 미션에 공감해줄 사람을 찾는 것
더 좋은 분을 모시기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더 어렵지만 해내고 싶은 방향으로 가는 선택은
언제나 누군가에게는 망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누가 어떻게 보든, 실제로는 이것들이 행복한, 포기하지 않는 순간들이다.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비정함이 아니라,
'하루를 살더라도 행복을 위한 길이 아니면 안 할래' 라는 믿음
이러한 낙관을 이루는 소수자가 모여 그런 사람이 다수인 토스 팀을 만드는 것.
그래서, 토스에는 낙관적인 사람이 모여 있고, 출근이 즐거운 회사가 되었다.
세션을 요약하자면, 행동과 결정은 매우 외향적이고 도전적이지만,
그 기반의 사고는 매우 내향적인 고민이 바탕이고, 전통적인 가치인 '행복' 을 기반으로 두고 있다.
그런 기준이 분명할 때, 비로소 나는, 우리 조직은 이런 게 다르고,
왜 다른지에 대해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소위 '다르기 위한 다름' 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는 과정에서 생기는 다름'을
만들어내는 것 아닐까.
토스는, 창업은 그 자체가 창업자의 목적이 아니라,
그의 '행복' 이라는 큰 목적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다.
그렇다면, 내 행복과 나의 일할 때의 가치관은 어디에서 왔을까?
바로 '감탄력' 이다.
나는 무언가를 압도적으로 좋아해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세상 모든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에 감탄하고 살다 보면, 또 멋진 것이 나타나 나의 눈길을 끈다.
이런 특징을 스스로는 '감탄력' 이라 정의하는데,
이 감탄력으로 인해 정말 많은 것들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설득의 심리학 책에 감탄하여 심리학과에 진학하고,
룸메이트의 옷장을 보다 패션에 관심을 가졌다가,
다시 심리학으로 돌아왔다 데이터 분석에 빠져 IT 업계에 발을 들이고,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기획 업무가 꽤나 재미있었다가,
복학한 이후에 영상에 빠져 1년간 영상을 만들다가,
이제는 그로스 해킹 방법론에 빠져 그로스 마케팅에 발을 들였다.
20살이 된 이후 나는 이렇게 거의 7년을 많은 것들을 경험하며 보냈고,
경험한 모든 것들이 나에게 감탄하는 순간을 주었기에 재미있게 배우고 성장했다.
그와 동시에, 때로는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지? 어떨 때 행복하지?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는, 집중력과 충실성이 부족한 사람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던 중, 마음을 다잡게 하는 피드백을 최근 회사에서 들을 수 있었다.
직무가 바뀌며 내가 무엇을 잘 하는지 모르겠다는 고민에서 돌아온 두 가지 피드백.
상명님의 장점은 '집요함' 인 거 같아요.
본인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맞든 틀리든 해결책을 내놓고, 결국 실행에 옮기는 모습이 인상깊었어요.
스스로의 의견과 역량에 대해 더 자신감을 가지면 좋겠어요.
피드백을 잘 수용하는 것은 분명 장점이지만,
본인이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있다면
더 토론해보고, 소신대로 밀고 가봐도 좋을 거에요.
이야기를 듣고, 한참을 고민해봤을 때, 스스로 나의 일하는 방식과 목표를 다시 정할 수 있었다.
나는, 일할 때 목적은 분명하나, 그 목적까지 향하는 방법은 한 가지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어떠한 피드백이나 새로운 의견을 듣더라도, 나만의 '감탄력' 을 활용해 선입견 없이 받아들인다.
예를 들면, 최근 기획한 스파르타 내일배움캠프의 무료 콘텐츠 페이지에서
유저의 다운로드 이후 트랙 합류를 넛징하기 위한 팝업을 표출하고 있다.
이 기획의 의도와 액션은 다음과 같다.
저관여 리드를 고관여 리드로, 더 높은 가치 사다리로 이동시키기 위해
다운로드 받은 자료와 연관된 부트캠프 트랙을 넛징하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다른 UX나 유저 플로우를 제안받았을 때, 합리적이고 시도해 볼 만 하다면
즉시 시도해 볼 수 있다. 실제로 곧 다른 방식을 시도해보고자 한다.
더욱이, 현재 이 UX를 통한 전환율을 지켜봤을 때, 기대치를 밑돌고 있기에
더욱 피드백을 반영하는 데 망설일 이유가 없다.
변하지 않는 것은, 이 페이지에서의 사업적인 목표와 풀어야 하는 문제이다.
일차적인 목표로 회원가입을 유도함으로써 잠재 리드를 확보하고,
이차적인 목표로 자료 다운로드 후 트랙 전환율을 상승시켜, 매출 상승에 기여하는 것.
이 목표를 위해서라면 어떤 UX든, 넛징 메시지든, 세일즈 액션이든 다양하게 시도해보고자 한다.
이 목표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고민하고 있으며,
페이지에서 어떤 행동을 한 유저가 더 많이 전환되고, 이후 어떤 액션을 해야 하는지.
그것을 풀기 위해 토스의 아하 모먼트 세션을 적용하고, 분석해 보기도 했다.
이 분석은 분명 활용될 것이지만, 또 이것만을 고집할 생각은 없다.
나에게 있어 집요함은, 집요하게 하나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집요하게 쫓기 위해 어떤 방법이든 시도해보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https://brunch.co.kr/@ericpm/16
앞으로도, 그렇게 일해보고자 한다.
무엇이 문제인지, 어떤 지표를 중심으로 해야 하며 해결법은 무엇인지 집요하게 고민하되,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지는 유연하게 가져가는 방식으로.
그리고, 나만의 의견을 밀고 나가는 힘 또한, 시간과 경험을 쌓으며 길러가고자 한다.
사실, 이러한 피드백을 듣기 전에도 나의 추구미는 '집요함' 이었고,
모든 포트폴리오, 채널에서 나는 나를 집요한 기획자라고 브랜딩하고 있었다는 것이,
원하고, 그것을 말하고 다니면 그렇게 된다는 것의 증명이 아닐까 한다.
소제목에 있었던 질문에 대해 이제 답을 달자면,
내가 기획자로 일하는 이유는,
목표를 수립하고, 그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든 수행할 수 있는 직군이며,
내가 감탄해 마지않는 수많은 방법론과 지식을 접하고, 유연하게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일을 하며 도움을 받은 수많은 분들은,
그리고 성장을 원하는 모두는 자신만의 강점이 있었기에,
이 글을 보는 누구든 타인을 보고 배우며, 자신의 강점을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며
꾸준히 성장해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