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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예담 Oct 10. 2022

한의사가 카페를 한다고? 왜?

이제 3년이 조금 넘은 이야기

한의사가 까페를 한다고 ? 왜 ? 병원은 ?

19년이 된 전통 찻집을 인수한게 19년 10월 초였으니, 이제 3년이 조금 넘었네요.


당시 제가 카페를 계약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의아함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한데,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렀나 모르겠어요.


인수해서 한방심리카페로 리뉴얼한 <예담 카페>


3년이라는 시간을 문득 돌아보니, 자신을 포함해서 많은 것이 바뀌었어요.


소소하게 카페에서 시작했던 심리 프로그램은, 법인 설립 후 심리상담사 선생님들과 개발 업력 11년차의 이사님을 영입하면서 이제는 '스타트업'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가 되었죠.


저는 신경정신과 전공으로 박사 학위 수료까지 3학기밖에 남지 않았고, 약 8년간의 긴 연애를 마치고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지는 어느덧 1년이 넘어가요.


대체공휴일이라 병원진료가 없어 IR자료나 재정리하려고 컴퓨터 앞에 앉은 김에, 사업 연혁 정리를 소소하게 한 번 해볼까 합니다.






카페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제 병원 생활에 대해 이야기 해야 합니다. 


운이 좋아, 졸업을 하자마자 그 해 3월부터 바로 양한방협진병원에서 진료원장으로 일을 하게 되었어요.


학생 때는 막연하게 한의사가 멋있어보여서 한의대를 지원했는데, 진료를 시작하고나니 이 직업이 너-무 제 적성에 맞다는 걸 깨닫게 되었죠.


그렇게 행복하게 일을 하던 어느 날, 자주 오시던 50대 환자분께서 이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한약이 너무 비싼데...
경동시장에도 한약재를 파니 거기서 사먹으면 어떨까요?


시장에서 파는 식품용 한약재와 한의원/한방병원에서 처방이 가능한 의약품용 한약재는 엄연히 다르답니다. 식품 vs 의약품이기 때문에 관리부터 품질 기준까지 세세하게 다를 뿐 아니라, 우리가 흔히 들어본 '감초'처럼 식품과 의약품 모두에서 취급되는 '식약공용' 한약재도 있지만 '마황'처럼 식품으로는 취급되지 못하고 의약품용으로만 사용되는 한약재도 있어요.


흔히 볼 수 있는 <감초>, 식품용과 의약품용은 달라요



저도 제가 한의사가 아니었다면 크게 관심을 안 가졌을지도 모르겠어요. 실제로 많은 분들이 잘 모르고 계시더라구요. 환자분께도 그래서 잘 설명드렸죠.



아버님, 경동시장에서 파는 건 식품이지 약이 아니에요~





그리고 저희는 양한방 협진 병원이다보니 양방 원장님이 계시는데, 보통 연세가 70정도 되시는 분이 오세요. 


한방은 잘 모르니 잘 부탁한다고 허허 웃으시던 원장님께서 어느 날, 환자가 귀뚜라미 말린 걸 줬다며 저에게 통째로 내밀었어요.



진짜 사진은 무서우니 그림으로 대체



한방에선 이런 거 먹지?
나는 안 먹으니까 가져가서 먹어


물론 악의 없는 해맑은 표정과 인자한 말투셨어요. 그래서 저도 그냥 웃으면서 답했죠.



원장님, 그건 민간요법이지 한의학이 아니에요~


그 이후에 제가 고양이를 키운다는 이야기를 듣고 비슷한 이야기를 또 하셨으나...^^;; 이 이야기까지 하고 싶지는 않으니 넘어가겠습니다. 당시 옆에 같이 계시던 간호 선생님들께서 더 깜짝 놀라시면서 대화를 급히 마무리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대존귀 우리집 고양이 <호야>






입원 환자분들의 회진을 돌고 있던 어느 날, 환자분 한 분께서 면담을 요청하셨어요.



지인이 가정집에서 무면허자가 시술하는 침을 맞고 나서
속이 너무 아프고 몸이 힘들대요. 어떡하죠?


그리고 몇 달 후에는 어깨를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가 찾아왔어요.



제가 어디서 뜸이 좋다고 들어서
간판없는 어딘가에서 뜸을 여러 번 떴는데...
어제부터 갑자기 어깨부터 손까지 붓고 못 움직이겠어요


이쯤 되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한의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실거 같아요.


침 맞고 문제 생겼다, 부항하고 감염됐다, 차근차근 물어보면 한의사가 아닌 비의료인에게 시술 받은 경우가 참 많더라구요.


물론 세상에 명의만 있지 않는 것처럼 의료사고도 일어날 수 있겠죠. 마침 의료중재원에서 나온 통계에 따르면, 한의과의 경우 지난 5년간 의료감정 처리된 총 의료분쟁 사건(7040건) 중 136건에 그쳤다고 하네요.






제가 병원진료를 하면서 카페를 창업하게 된 이유는 결국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서였어요.


민간요법과 한의학은 다르다는 것, 국민 건강을 위해서는 분명하게 그 기준을 알리고 관리를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말이죠.


그런데 막상 행동으로 옮기고 나니, 세상 일이라는 게 참 호락호락하지 않더라구요 ㅎㅎㅎ


원래 쌍화차를 팔아왔던 전통 찻집을 인수하고, 차와 함께 심리검사를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카페에 도입한 것이 19년 10월... 그리고 곧 코로나가 찾아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구요? 그 뒷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서 적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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