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하루의 시작과 끝을 쇼펜하우어의 글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쇼펜하우어가 유난히 인간의 고통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 점이 참 마음에 끌리는지 이 철학자와 관련된 글을 계속 찾아 읽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지금 조금은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기는 합니다만, 저는 선천적으로 예민한 기질을 타고 나서 그런지, 항상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해왔기에 이와 같은 고통에 관한 글이 끌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쇼펜하우어는 자신의 글에서 이런 비유를 통해 고통과 행복의 관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매일 노는 사람은 노는 일이 행복하지 않다. 싫은 일, 힘든 일을 열심히 해야 노는 일이 행복하다.'와 같은 뉘앙스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요즘 그 말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학교가 연휴 기간에 재량휴업일까지 끼워서 거의 열흘 가까이를 놀고 있는데, 학교에 출근을 하는 날에는 그렇게 휴일이 그립고, 속절없이 지나가는 휴일이 아쉽기만 하더니, 열흘 가까이 연속으로 쉬고 있으니 권태감에 빠지고 노는 게 재미가 없어진다는 느낌을 받고 있기 떄문입니다.
이에 비추어 보면 고통과 행복의 관계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매일 행복한 일만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고통이 있은 후의 행복과, 행복 뒤에 계속 이어지는 행복을 비교해보면 전자의 행복에서 얻을 수 있는 쾌감과 황홀감이 훨씬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복만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삶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 행복을 과연 그 사람은 행복이라고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인간은 욕망의 존재이기 때문에 행복이 이어지는 와중에 더 나은 행복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을 불행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죠. 그래서 오늘부터는 저에게 주어지는 고통을 조금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보려고 합니다. 실제로 쇼펜하우어는 '의지'라는 단어를 쓰면서 이와 같은 개념을 풀어내고 있는데, '세계의 의지'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항상 흘러가고 있고, 그것이 객관화된 것이 우리 인간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의지의 표상인 인간들은 항시 의욕(욕망)을 느끼는 존재이며, 이것을 채우지 못하면 고통스러워한다고 합니다. 또한 쇼펜하우어는 세계의 의지로부터 표상된 객관화된 인간은 본래 하나의 세계의 의지로부터 파생된 것이기 때문에 서로 간의 갈등을 빚어 생기는 고통 역시 함께 겪는 것이어야 하고, 그래야만 하는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고까지 보고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깨달을 수 있을 떄 인간은 비로소 인생의 고통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다고 하네요.
쇼펜하우어라는 철학자의 철학이 아직 생소하고 어렵기는 하지만, 흔들리고 있는 제 삶에 조금의 위안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지금 제가 겪고 있는 문제들과 그로부터 발생되는 갈등과 고통은 하나였던 세계의 의지가 흘러가며, 출렁이며 일으키는 작은 파도나 물결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며 무던히, 그리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