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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팬하우어 May 14. 2024

#13. 문유석, <판사유감> 리뷰

사회정의실천가와 내부고발자 사이



"문유석 판사님이 법관으로서 내부 통신망 등에 다른 판사들을 대상으로 쓴 글을 엮어 모아 만든 책."



  작가님 특유의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과, 유머, 그리고 판사라는 조직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원래 어떤 조직의 내부자는 수직적 계열관계에 의해 종속당해 있어 인사상, 신분상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그 조직의 문제점 등을 알면서도 외면하기 쉽다. 몰라서 입을 다물고 있는 게 아니라, 알면서도 입을 닫고 있어야 입에 풀칠을 할 수 있고, 승승장구를 할 수 있는 꿈이라도 꿀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님은 판사이면서 동시에 법원이라는 내부 조직에 담긴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도 문제가 있는 점들은 비판을 하시고, 이에 그치지 않고 작가님 본인이 생각하시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글로 봤을 때는 쉬울 것 같은 일이지만, 조직 내부의 문제점을 한 개인으로서, 심지어 그 조직의 일원으로서 사회에 드러낸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공식적으로는 해고 등을 할 수 없더라도, 조직 내부에서는 소위 '찍힘'을 당해서 좌천당하거나 업무상 불이익 등을 당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직은 '내부고발자'라는 용어까지 사용해가며 부조리한 조직의 현실을 폭로한 용감한 조직 내의 일원을 탄압한다. 하지만 작가님은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글을 읽다가 보면, 이 분이 이런 걱정을 했나 싶을 정도이긴 하다) 법원 조직 내부의 경직성이나, 비효율성, 재판보다 행정이 우위가 되어가는 법원 경향성 등을 비판하고 있다.



  이런 조직 내부의 비판적인 내용 말고도, 작가님이 직접 재판을 하는 과정에서 겪은 일화를 소개해주시기도 한다. 시어머니를 독살하려고 한 외국인 며느리의 이야기, 파산부에서 일하면서 느낀 이야기, 성전환 관련 이슈에 대한 이야기 등. 일화 하나하나가 모두 지금도 어디에선가 누군가 겪고 있을 문제들이고,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문제들이라 곱씹어 생각해볼 만하다.



※p.26

"국가기관이 국민에게 잘못을 했으면 사과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

  -사람들은 사과하기를 어려워한다. 그말은 즉 자신의 잘못을 쉽게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 혹은 인정하더라도 자존심을 부리는 것과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진솔한 사과를 해야 한다. 그래야만 인간관계가 유지될 수 있고, 이런 인간관계의 사슬이 유지되어야만 사회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 하물며 국가기관은 국가 존립의 명분과도 직결될 수 있다. 국가는 모든 폭력을 국민으로부터 이양받아 독점적으로 행사하는 거대 조직이다. 이런 국가기관 역시 어쨌든 사람이 굴려가는 것이기에 실수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실수를 인지했을 때는 곧장 제대로 된 사과와 피해를 보상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철저하게 실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것은 국가의 국민에 대한 부당한 폭력이라고밖에 볼 수 없지 않은가.


최근 이태원 사태를 비롯해서, 과거 세월호 사건, 형제복지원 사건, 삼청교육대 등 국가는 국가라는 이름으로 국민들의 자유를 침해하고 심지어 생명까지 앗아가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 중에서 국가가 진심으로 사죄한 것이 얼마나 되는가. 그들은 피해를 입은 당사자와 피해 가족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했을까? 그래서 용서를 받았을까? 그저 담당부처 장관 사퇴 정도로 끝낼 일일까. 심지어 그마저도 하고 있지 않다는 데 국민들은 분개한다. 이와 같이 국가기관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넘는 국민에 대한 폭력이다.



※p.299

"책임은 책임자가 지는 것입니다. 책임을 지지 않을 거면 책임자가 있을 이유도 없고요."

 -책임자는 속된 말로 월급을 많이 받는 자리이다. 월급을 왜 많이 줄까? 책임자는 책임지는 자리이기에 그만큼 막중한 임무를 가지기 때문이다. 일종의 위험수당이 더 붙는다고 보면 쉬울 것 같다. 하지만 여러분이 소속된 곳의 책임자 또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런 '책임을 지는 자'들은 그 위험수당을 받을 만큼의 책임을 지고 있는가? 적어도 내가 있는 곳의 책임자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울뿐이다. '왕관을 쓴 자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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