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한 건 2020년 <해빙>이라는 책이 나온 후부터였던 것 같다. 이 책은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된 유명한 책인데 이 책의 내용은 삶에서 일어나는 작은 행운들을 놓치지 말고 가지고 있다고 느끼라는 내용이었다. 작은 행운에 감사하면 큰 행운이 온다는 이야기였다. 20년 넘게 ‘운’공부를 하고 상위0.01%가 찾는다는 저자 이서윤의 이야기는 대한민국에서도 세계에서도 열광할 만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감사일기를 써왔으니 5년 정도 써온 것이다. 물론 365일 열심히 써온 건 아니다. 하지만, 꾸준히 5년 동안 잠들기 전 감사일기를 써왔다. 이제는 습관이 돼서 감사일기를 안 쓰면 찝찝한 기분이 들어 잠이 오지 않는다.
5년 전부터 감사일기 붐이 일어났지만 아마, 꾸준하게 감사일기를 쓰는 사람은 5%도 안 되지 않을까? 내 주변에는 감사일기 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말이다.
하루를 마무리할 때 적어도 10가지의 감사할 것들을 찾아낸다.
처음 감사일기를 쓸 때는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을 것이다. 특히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감사할 일이 뭐가 있냐는 생각도 할 것이다.
하루를 감당하며 살기도 버거운데 무슨 감사냐고 어이없어 할 수도 있다. 생각해보면 감사할 일은 하루에 100가지도 넘는다.
감사일기를 굳이 시간 내서 왜 써야 하고 쓰는 시간이 어디 있냐고 하기도 할 것이다.
내가 감사일기를 쓰는 시간은 1분 정도다. 아이랑 놀면서도 1분만 있으면 나는 감사할 것들을 일기장에 적는다. 아이는 엄마는 왜 맨날 공부해? 하며 궁금해한다.
매일 쓰는 이유는 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이다. 어른이 된 후로 하루를 버티기 힘든 고난의 시간이 많이 존재한다. 그런데도 오늘 하루 감사할 일들을 찾고 나면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갔고 신이 나를 지켜주셨다는 생각에 감사가 저절로 나온다.
감사는 오늘 하루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부정적인 사고를 긍정적으로 바꿔주는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예전 같으면 같은 일이 일어나도 불평을 하기 일쑤였다. 그런 일들이 하루에 수십 번도 넘게 일어나는 경우도 많은데 그때마다 불평하고 괴로워한다면 아마 수명이 줄어들거나 병이 날 수도 있다. 같은 일이 일어나도 그럼에도 감사한다고 생각하면 안 좋은 일도 좋은 일로 변환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차 사고가 났을 때 덤프트럭이 나의 사이드미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 일은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사고였지만, 나는 다치지 않았다. 차만 망가졌을 뿐이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나에게 왜 이런 나쁜 일이 일어났는지 화가 나고 괴로워했을 것이다. 평소 감사하던 마음의 습관 덕분에 차는 망가졌지만, 저는 다치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속으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모든 불행을 긍정으로 바꿀 수 있는 게 감사의 힘이다.
나를 둘러싼 조건과 상황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내가 처한 현실과 나의 일터, 나의 남편, 나의 아이, 내 가족 모두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내가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독박육아, 7일 동안 매일 출근하는 일이 많은 사업하는 남편 때문에 화가 날 때도 반대로 생각하면, 일이 많은 남편 덕분에 이런 생활을 누리며 편하게 살 수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되는 것이다.
자주 싸우는 부모님을 보면 답답해 죽겠지만, 그럼에도 가정을 지키고 살아가는 책임감과 안정감이 우리를 밝고 성실하고 바른 인간이 되도록 만든 근본이 되어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
우리 아들은 왈가닥 사고를 잘 치고 엄마밖에 모르는 껌딱지여서 내가 내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없다. 반대로 일하는 엄마는 대부분 아들의 사랑을 못 받는다. 내가 아는 워킹맘도 아이가 엄마랑 1분도 같이 안 있겠다고 한다.
나는 껌딱지라고 투정을 하고 다니지만, 세상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다.
이렇게 감사에는 내가 바라보는 관점을 부정에서 긍정으로 모든 바꿀 힘이 있다.
5년 동안 아무리 감사일기를 써도 여전히 나 역시 불평이 많고 부정적인 에너지를 하루에 수도 없이 접한다. 하지만, 불평을 바로 감사로 바꿀 줄 안다면 불평하는 시간을 줄일 수는 있다.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아, 내가 또 불평하고 있구나. 지금 내가 뿜어내는 에너지가 좋지 않구나. 빨리 에너지를 기분 좋게 바꾸자고 주문을 건다.
공간을 바꿔주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집에서 안 좋은 기분이 들어온다면 밖으로 산책하러 나가거나 다른 공간을 찾아 분위기를 바꿔주면 기분도 전환이 된다.
우리 인생은 모두 양면이 있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사람들의 뒷면은 우린 보지 못한다.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사람들의 뒷면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고통이 존재한다.
그것이 드러나지 않을 뿐이고 우리는 결과만 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좋은 면과 나의 바닥을 비교하며 우울해지는 것이다. 아무도 자신의 바닥을 공개하지는 않는다. 특히, SNS에서는 누가 더 잘나가는지 경쟁이라도 하듯 자신의 좋은 부분만 강조해서 내보낸다. 그 모습은 하루에 한 번 정도의 하이라이트일 뿐이다. 그 사람의 뒷면은 그 사람만 알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모든 사건을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안 좋은 일을 감사로 뒤집는 순간 내 마음도 분노 대신 회복과 치유가 일어난다.
아이가 있어서 내 꿈을 지연된다고 생각하며 불평했지만, 책을 읽은 덕분에 나는 내면의 큰 성장이 일어났고 겉으로 성과가 드러나진 않지만, 내공이 쌓여 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 내 인생에서 아이가 없었다면 나는 진정한 사랑에 대해 몰랐을 것이고, 나의 존재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 덕분에 나는 이렇게 글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 1000년이 지나도 기록될 수 있는 가치 있는 책 쓰는 일을 업으로 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욕망을 따라가는 물질적인 삶을 부러워하기보다
지금 아이와 사랑할 수 있는 시간, 글 쓰는 시간을 선물받은 것에 더 큰 감사와 훨씬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더 귀한 것이다. 이미 가지고 있어서 그것의 가치를 생각하지못하는 것 뿐이다.
특별한 날, 연말에는 감사할 일들을 50가지 써보자. 생각보다 감사할 일이 많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작은 것에 감사하다 보면 더 감사할 큰 일이 일어나는 건 감사의 행운을 경험해본 사람만 아는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