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이혼의사확인 기일 한 달 전

by 휴지기

이혼숙려기간이 딱 한 달 남았다. 나는 지금 이혼을 숙려 하고 있는 것이 맞는가 생각해 본다.


어떤 때는 미친 듯이 이혼하고 싶다. 지금까지 이혼 안 하고 참고 살았던 나 자신이 후회스럽고, 이 남자는 무엇을 해도 제대로 되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 같은 것이 선다. 남편 때문에 울었던 날들, 남편 때문에 두려웠던 시간들이 떠오르며, 남편과 지금 헤어지지 않으면 내 삶이 송두리째 무너져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어떤 때는 그냥 조금만 더 기다려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남편이 아이의 볼에 뽀뽀를 하고 아이를 품에 안아 같이 소파에 누워 티브이를 볼 때, 아이에게 장난을 쳐 아이가 꺄르르 하고 웃을 때, 이혼이 이 순간을 아이에게서 빼앗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서글퍼진다. 가난한 엄마인 내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이런 웃는 순간일 텐데, 그것마저 주지 못하면 우리 아이가 너무 안쓰럽다.


토요일에 내려온 남편은 아이를 위해 폭립과 칠리새우를 만들었지만, 남편 때문에 생긴 나의 어마어마한 대출금과 카드값을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아이와 함께 하는 화기애애한 장면을 만들었지만, 자신의 휴대폰 이용 정지를 풀지는 못했다. 나는 여전히 가난하고, 더 가난해지고 있고, 버틸 수 없을 만큼 가난하다. 나는 남편이, 원망스럽다.


어제 마트에 다녀오면서 남편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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