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인드립 Jul 11. 2024

응. 지금이 보기 좋아.

일상 0711

개원 초부터 오시던 여든의 어머님.

젊을 때 마음고생 많이 하시고 우울증이 여러 번 재발하셔서 예방차 우울증 약을 지금까지 복용하시는 중인데..

근래 2년은 자의로 약을 나누어 드시다 보니 두세 달에 한 번씩 오십니다. 다행히 재발 없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셔서 약을 나누어 드시는 것에 저도 그냥 순응하고 대신 용량을 올린 정제로 드리고 있습니다. 


"아이고 원장님."


"네?"


"하.  원장님도.  참...."  


"...."


"여기 오~래 계시니까 세월이 가긴 가."


"네.. "(무슨 뜻인지 안다는 표정을 짓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요즘 염색을 안 하면서 앞머리가 많이 하해 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피곤해 보인다며 걱정해 주시는 어르신들의 표정에는 어차피 같이 나이 들어가는 처지라는 동질감, 또는 약간 흡족해하시는 것 같기도.. 한? 느낌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 익숙하게 듣고 있습니다.' 이런 말을 하려고 하는 찰나.


"처음에 올 때는 저~~ 기 밖에 붙어있는 사진같이 그대로 생겼는데.
얼굴이 다른 사람 같이 달라졌어. 참.."


역시 이 어머님은 예상을 넘는 고단수.  어떻게 받아야 하나 고민하는 찰나.


"응. 지금이 보기 좋아." 

"네. 감사합니다. 어느새 10년이네요."


더 말 붙일 새 없이 훌훌 방을 나가셨습니다.


다음 분 진료를 시작하기 전, 지금이 보기 좋다는 의미를 여러 각도에서 살펴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빠 이모티콘 사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