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에게 보이는 영역에서는 잘 기능하느라 힘을 다 쓴 나머지 자신의 건강이나 정신적 스트레스 관리를 소홀히 하기 쉽습니다. 타인과의 약속은 잘 챙기더라도 놓치면 손해가 될 수 있는 자신의 스케줄은 미룹니다. 수면을 챙기거나 해로운 것을 피하는 등의 건강한 생활 습관을 잘 유지하지 못합니다.
2. 잘 지내는 듯 보이는 이면에는 삶 자체가 괴로운 강박이 숨어 있습니다.
ADHD의 본질인 과도한 반응성과 조직화의 어려움은 사소한 자극과 정보들로부터 필요한 선택을 어렵게 만듭니다. 이런 선택장애와 과반응의 경향은 강박이 발생하기 딱! 좋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강박 경향이 내재해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어릴 때 수많은 실수나 분실, 지각을 겪으면서 강박적으로 물건을 챙기거나 기한을 지키려는 과보상 경향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제가 진료실에서 발굴하게 된 비교적 기능을 잘하고 있는 ADHD인들은 십중팔구 이런 경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3. 낮은 효율성이나 무리한 업무 확장으로 인해 탈진병을 자주 겪습니다.
ADHD인들이 가장 어려운 업무는 "필요한 것만 딱, 딱 골라서 시간 내로 제대로 끝내는 것입니다" 실제 맡은 임무를 처리하는 방식과 과정은 위의 표현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심지어 끝나지 않습니다. 단조로운 일은 질질 끌거나 디테일에 허우적대다가 예상했던 시간의 몇 배를 허비합니다.
그러면서 궁금하면 딴 데로 새고, 새로운 일을 벌이고 심지어 다른 사람의 일에 참견을 합니다.
그리고 사람 중독, 일 중독인 사례도 많습니다. 그렇게 사교적이고 성취도가 높지만 평시에도 에너지를 99프로까지 쓰다 보니 방전되어 우울증이 발생할 빈도가 높습니다.
4. 사회적, 직업적 기능은 문제가 없지만 자주 겪는 정서 장애가 ADHD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습니다.
"저는 최근에 큰 일은 없는데요. 이유 없이 우울해질 때가 있습니다"
"일을 제대로 못 해낼까 봐 늘 불안해요"
"집에 오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실수한 것은 없는지 늘 걱정하고 살고 있어요"
"그냥 제가 어떤 사람인지 혼란스러워요. 저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그냥 사는게 힘들어요."
이렇게 ADHD와 상관없는 듯한 어려움을 느끼며 제 진료소에 찾아오셨는데 알고 보니 그 문제의 뿌리가 ADHD에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정서적 곤란은 자존감의 문제와 결부되어 있을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5. 사회적, 직업적 기능에서 거의 문제가 없더라도 한 번의 실수로 사고나 큰 손실을 겪을 수 있습니다.
특히, 고기능 ADHD 중에서 더 탁월한 기능을 발휘하는 사람들 중에서 자신이 모르고 있던 ADHD 경향과 관련한 중독 문제에 빠지거나 충동적으로 큰 결정을 해서 직업을 잃거나 큰 재산상의 손실을 겪을 수 있습니다.
ADHD에서 사고로 인한 부상이나 사망의 위험성이 보통인에 비해 높은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 준임상 (subclinical) ADHD에서도 이런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또 댜른 연구에서는 높은 지능이 ADHD 증상을 상쇄하지 못한다는 결론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수 십 년 잘 기능하고 살아왔더라도 순간의 실수로 큰 손실을 겪는다면 그 상실의 여파는 더욱 심각할 것입니다.
끝으로 연구결과에 기반한 것은 아니지만 합리적으로 생각할 때 납득할 수 있는 이유로 마무리합니다.
더 잘할 수 있는 잠재적 기능을 발휘하지 않고 살고 있을 가능성 때문입니다.
이렇게 이번 시리즈는 마무리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전에 예고한 파킨슨병과 ADHD치료제와의 관련성을 연재하겠습니다.
2년 전 브런치 시작부터 지금까지 ADHD 대한 선입견과 오해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진료소와 치료제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취지의 글이 많았습니다.
앞으로의 시리즈는 ADHD 약물치료의 한계와 주의할 점을 담은 내용을 자주 다뤄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