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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유니버스 Aug 15. 2024

미래가전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가

최고의 가전 맛집을 찾아라

점점 굳어지는 미래가전의 모습, 미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


미래가전으로 글을 쓴지도 벌써 몇해가 되어 간다.

미래가전, 그다지 관심을 끌만한 글도 아닌데, 괜히 이런 글을 올렸다가 뭇매나 맞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글이 좋다고 만나자고 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실제로 만나려고 온 사람도 있다.

예상하겠지만 모두가 멋진 가전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이고, 새로운 것을 기획하기 위해 여기 저기 찾아다니며 증명하고 그림을 그리기 바쁘다.

너무나 고객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다. 같은 돈을 준비하고 1년에서 많게는 3년을 기다리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져나와 선택의 장애에 즐거운 비명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작금의 가전들을 살펴보면, 여전히 가사일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안쓰러울 정도로 눈에 보인다.

누가 누굴 안쓰럽다고 얘기하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브랜드 로고를 보기 전에는 차별화하기 힘든 제품 간의 허물어진 장벽으로 고객에게 어필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때는 디자인에 집중한 나머지, 기술이나 기능보다 디자인에 온 힘을 쏟아부은 것이 보였다.다시 얘기하면, 본질보다는 겉치례에 한껏 힘을 준 모습이었다.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의 일리는 있다. 보기좋은 떡, 맛도 좋은 떡이 되는 건 이미 정해진 수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왜 고객들은 디자인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졌을까?

내가 생각하기에는 디자인은 이미 상향 평준화가 되어, 우열을 가리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획기적인 디자인이 있는 것도 아닌, 비스포크와 오브제컬랙션의 근처에서 맴돈다.

화려한 것보다 미니멀 디자인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눈높이를 이미 만족시켜버린 후에는 더이상 새로운 디자인에는 힘을 빼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가전회사의 디자이너들은 매일이 전쟁터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은 변함없이 좋은 디자인을 선호하고 있는 모양새다.


디자인은 본질의 부족함을 가릴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되지만, 본질을 더 부각시키는 것을 막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얼굴이 잘생긴 배우가 연기는 잘하면 안된다는 공식이 없듯이, 가전의 본질을 부각하는 것보다 본질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내가 무조건 편리해야 하는 생활’이 첫번째가 된지 오래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가전에 대한 정의와 함께 과연 가전이 나에게 그렇게 중요한 존재인가를 다시 한번 되새김을 해보곤 하는 계기가 되었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시선이 오래 머무는 가전을 그냥 눈뜨고 보고 있을 수 없기에 이 참에 온라인으로 가전이라도 바꿔 기분 전환을 해본다.

커진 TV로 세상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루종일 보고 들으면서, 커다란 냉장고에서 꺼낸 주문한 냉동식품으로 요리를 해먹는다.

하루종일 씻지도 않고 들어앉아 있다가 겨우 엉덩이를 떼서 하는 일은 청소기를 돌리는 일. 로봇청소기보다 운동삼아 들고 다니는 핸디형이 더 몸에 좋아보인다.

공기도 좋아야 하기에 공기청정기와 전기레인지는 찰떡궁합 상품이 되어 버렸다. 하루종일 돌아가는 에어컨은 누구보다 조용히 시원하게 만들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렇게 가전은 이미 집안에 꽉 들어차 바뀔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가전에 드는 관심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걸 원하고, 새로운 것에 열광하니, 새로운 생활을 이끌 가전에는 지갑을 열기 마련이지만, 그저 얼음이 바뀌었다고 냉장고나 정수기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게 바로 미래의 가전이 지향하는 바가 아닐까 싶다. 좋은 제품을 팔아야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새로운 것을 계속 만들어야 미래에 도달한다. 다시 얘기해, 지금 만족스런 가전이 미래에는 한 단계씩 가까워지는 미래 가전이 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어떤 가전들이 지금 사람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을까? 그 가전들이 정말 미래에도 살아남아 있을 본질을 갖추고 있는 건 맞을까?

가사일에는 아직 정복하지 못한 영역들은 많이 있다. 그런 일은 항상 공백이 생기고 연결고리가 끊기곤 한다.

청소를 할 때 환기를 해야 하고, 빨래가 끝나면 건조기로 옮겨야 하고, 음식을 할 때 타지 않게 계속 지켜봐야 하는 수고로움이 매달려있다.

이런 부수적인 Chore(잡일, 하지만 반드시 해야할 일)를 최근에는 계속해서 해결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고, 최근에 환호한 세탁과 건조를 한번에 최고의 품질로 끝낼 수 있도록 한 제품은 가히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400만원에서 600만원대에 이르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줄을 서서 지갑을 여는 명품샵의 오픈런과 별반 차이가 없다.


완벽한 집은 내가 아무런 일도 안하고 ‘누가 만들어주는 음식’을, ‘청소를 깨끗하게 해놓은 집’에서, ’맛있게 먹고 그냥 놔둬도 되는‘, 그런 집이다. 거기에 항상 깨끗하게 정돈된 옷이 있고, 하나라도 부족하면 언제든지 고민없이 채워지는 그런 집이 모두가 원하는 집이 아닐까 싶다. 이런 일들을 하면서 보람과 즐거움을 느낀다고 하는 사람은 진정 천상계에 사는 사람이 분명할거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부담없이 즐기고, 여행을 가고, 쾌적한 환경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여행을 가는 이유는 여행지가 좋아서이기도 하겠지만, 집안 일에서의 해방, 남이 해주는 밥과 청소가 가능한 호텔이나 숙소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집을 호텔로 만든다는 발상은 그저 겉모습만 비슷할 뿐, 본질적인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를 남겨놓은 상태로 디자인에 치중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가전의 본질과 같이 편리한 생활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첫번째 화두가 된다.


그런 집을 만들기 위해 가전은 서로 대화를 나누며, 부족한 것을 채워나갈 준비를 한다.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나씩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앱이 편한지 말이 편한지를 실험하고 있고, 가전끼리는 서로 잘 연결이 되는지도 확인 중에 있으며, 가전을 사서 제대로 잘 쓰고 있는지를 계속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모두가 미래로 가는 길 위에서 하나씩 퍼즐을 맞춰나가고 있다.


요즘은 접근성을 한층 더 높였다. 구매력이 점점 낮아지는 젊은 세대와 실버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구독’이라는 중독되는 서비스를 더욱 강화해 나가고 있다.

한국에서 집을 소유하는 것은 여전히 로망이고 이뤄야 하는 인생의 숙제이긴 하지만, 그 비싼 집에 들어갈 가전도 새것으로 채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비어버린 통장, 아예 다른 통장의 돈으로 사버린 집에 들어갈 가전까지 살 수 있는 여력은 없다. 높아가는 연봉이지만, 쌓여가는 자산은 부족한 시대를 사는 젋은 세대에게는 부담없이 매월 즐기는 구독이 생활패턴에는 딱 맞을 수 밖에 없다.


새로운 가전에 대해 구매를 위한 합리적인 이유를 들 필요없이 체험할 수 있는 낮은 장벽인 구독, 앞으로도 계속해서 더 이용자가 많아질 것임에는 분명하다.

‘구독야경’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구독하면 밤에도 열일을 한다는 신조어인데, 어이없게도 급조해서 만들어낸 말장난스러운 구독용어다.

구독이라는 말이 가전에 쓰이기 전부터 구독을 써왔던 사람으로 유독 구독에 애착을 갖고 변해가는 모습을 봐가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에 필요한 가전을 위해 어떤 고민들이 필요할까.

사실 미래가전이라는 말은 미래라는 용어와 같이 사용하기에 부끄러울 정도의 조합이다. 미래는 가전이 아니라 집에 집중할 것이고, 모든 것은 집을 통해 연결되는 모습이 일상적일 것이 분명하다. 집은 이미 폰과 연결되어 있고, 폰은 사람과 연결되어 분리되기 어려운 커플링 구조다. 하지만, 기술은 그러하나 사람은 거기에 익숙해져 있지 않다. 집과 폰, 스마트폰과 사람은 그저 과도기적인 단계의 연결일 뿐, 궁극적인 연결의 본질과는 아직 차이가 있어보인다. 스마트폰으로 집을 제어한다는 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미래로 가는 단계일 뿐이라는 말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사람의 의도를 파악한다고는 하지만, 사람은 자신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해 주는 인공지능을 만나지 못했고, 앞으로도 만나지 못할 수 있다.

오히려,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이 집으로 들어와 가사일을 하면서 계속해서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인간)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학습하고 맞춰나가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다.


이런 속도라면, 사람에게 맞는 가전이 아니라, 로봇에게 맞는 가전으로 진화하는 것이 더 빠를수도 있다. 로봇에게 맞는 가전은 더 단순하고 더 편리해야만 가능하기에 지금의 가전의 틀에서 벗어나야 할 수도 있다. 로봇이 문을 열고, 꺼내고, 넣고, 동작시키고, 요리하는 동안 동일한 동선 상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배치할 수 있어야 하기에, 모든 가전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다면 더 효율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예전에 그런 얘기가 있었다. 과연 비싼 가전을 사는 사람은 부자일까? 돈많은 사람이 좋은 가전을 살 이유가 있을까? 다시 얘기하면, 집안에 일을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굳이 비싸고 좋은 가전을 사서 쓸 필요가 있을까라는 얘기다. 그건 좋은 가전을 사용해 보지 않은 사람들의 말이다. 가전은 본질에 충실해야 하고, 이 본질은 사람이든 로봇이 해결해 주는 영역이 아니다. 가전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제품이라는 것이다. 로봇의 몸에 음식을 넣고 다니면서 조리하고 배달하는 비효율의 극치를 보여준 SF영화를 본적이 있는가?

각자가 맡은 영역이 엄연히 다르기에 쓸데없는 영역간의 싸움은 굳이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대신, 음식의 형태가 바뀌고 있는 요즘, 조리 방식의 단순화, 보관의 편리성, 보관 식품의 감소, 선호하는 음식의 다양화, 청소가 필요없어지는 주택의 형태, 알아서 맞춰주는 삶의 질로 인해 가전은 점점 소형화되고 본질의 확장이 일어날 수는 있을 것 같다. 아직은 전체에서 소수지만 그들이 선호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따라가는 것이 가전회사들의 숙명이고, 또 살아남을 수 있는 경제적인 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먹는 즐거움으로 가득해지는 현재와 미래의 삶이 알약하나로 바뀌는 날은 아마 당장 한 세기 내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는 안심이 들긴한다.


모든 가전이 미래를 향해 진화하고 있지만, 현재는 그저 인공지능에 의존해 가전에 인공지능을 탑재하는 것 외에는 더 이상 할게 없어보인다.

그 옛날부터 해왔던 인공지능으로 온도와 바람을 제어해 ‘조금 더’ 나은 공기의 쾌적함을 만들어내는 것, 알아서 장애물을 ‘조금 더’ 잘 피하면서 흡입과 물걸레질을 잘하는 것, 넘치지 않게 온도를 제어해 가면서 ‘조금 더’ 음식을 제대로 만들어 내는 것, ’조금 더‘ 잘 세탁하고, ‘조금 더’ 편리하게 건조할 수 있는 방법이 최선의 일로 여겨진다.


사실 가전은 이런 ‘조금 더’가 모여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온 것이 맞다. ‘불편함을 발견하는 것’에서 ‘새로운 가전’이 나오곤 하니 말이다. 노트북을 펴고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기 위해 회의실에서 포스트잇과 함께 커피를 마셔가며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불편함을 경험하고 온갖 불평을 늘어놓는 것에서 시작해서 새로운 가전이 나온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진정으로 인공지능이 해야 할 일은 사람이 집에 있는 이유를 잘 알고, 집에 있을 때에 가장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사람의 지능을 닮아 만들어진 인공지능이라면 사람과 같이 생각해야 하지만, 사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생각과 의도를 조금 더 알아낼 수는 있지만, 진정한 의도는 그 사람이 제일 잘 아는 것이다. 인공지능으로 알아낸 결과를 일방적으로 사람에게 던지기 보다, 사람을 더 면밀히 관찰하고 사람으로부터 직접 의도와 취향을 받아 그에 맞는 가전으로 거듭나야 진정한 미래홈에 맞는 미래가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획기적인 제품이 만들어지길 기대하는 것보다 집에 잘 어울리지만 보이지 않는 가전이 미래의 홈에 맞는 가전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제 가전으로 유세를 떠는 시대는 갔고, 집으로 찾아올 사람도 없기에 오롯이 사용하는 사람에게 집중하는, 본질에 충실한 가전이 되어야 한다. 거기에 맞춰, 내가 불편한 것을 제대로 알고 그에 맞춰주는 가전과 그 가전이 넘겨줄 다음 가전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를 제대로 잘 파악해야 한다. 지금 내가 사용하는 가전과 10년 후에 사용할 가전이 같을 수도 있지만, 달라질 가능성이 더 커진 것이 요즘 시대다. 새롭게 사야하는 가전도 인터넷을 뒤지고 마트나 백화점에 가서 문을 열어보고 세일즈맨의 설명을 들어야 한다면, 너무나 힘이 들 것 같다.


내가 선호하고, 지금 내가 경험해왔던 라이프스타일을 그대로 간직한 2대, 3대 가전이 그 다음 세대를 물려받아야 함이 마땅하다.

하드웨어는 바껴도 그 사용자는 그대로인 아이폰처럼 영원히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없도록 하는 즐거움을 선사해야 하지 않을까?


미래에 날아다니는 가전이 아니라, ‘알아서 해주니 몰라도 되고, 보이지 않아서 훨씬 더 좋은 가전’이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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