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과 외로움, 그 경계에 선
주변에 아무도 없다.
내가 의지를 갖고 만나지 않는 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어져간다.
의도적인 것과 타의적인 것 사이에서 미묘한 줄다리기 중이다.
원래 고독함을 즐기는 타입이라 휴가를 낼때면 언제나 혼자 영화를 보고 도서관을 가고 서점도 갈 정도의 여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혼자가 된다.
주변에 사람이 없는게 아니지만, 나와 함께할 사람들이 없어진다.
그래서, 좋기도 하고, 외로움을 넘어 가끔 고독하다는 말을 쓰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가장 익숙해 져야 하는 것 중 하나는, 외로움이라고 하는데 나이가 들지 않았음에도 외로움을 느끼는 건 그저 나이때문이 아니라, 환경과 마음가짐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뭔가에 몰입하고 있지 않다는 불안감, 많은 것을 하고 있지만 빠르게 보이지 않는 결과들, 뭔가 이루어야 겠다는 성급함이 섞여 아이러니하게도 외로움을 만들어 낸다.
외로움을 넘어서기 위해 하는 행동들 하나 하나가 오히려 더 외로움을 자아낸다.
몸이 힘든 것과 외로움으로 인해 마음이 힘들어가는 것은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
이 외로움을 고요함으로 생각하며 즐기는 시간도 많다.
그렇게 변해가는 나의 성향에 나도 적응해 나가는 중이다.
고요함이던지, 외로움이던지 같은 혼자만의 시간인데, 그렇게 좋아하던 그 고요함과 의도한 외로움을 너무 충분히 겪다보니, 이제는 시끄러워 괴로울 정도의 시간도 가끔 그리워진다.
적응해 나가는 중이고, 변해가는 중인데,
그 변하는 과정이 심난하기도 하고, 때론 한없이 행복하기도 하다.
혼자있는 시간에 대한 적응은 앞으로 빠르면 빠를 수록 인생에 도움이 될만한 스킬이라 서점에는 많은 작가들이 앞다투어 솔루션을 제공한다.
그 솔루션으로 잘 변해가는 방법을 제대로 터득할 수만 있다면 생채기없이 깔끔한 마음을 갖게 될 것 같다.
사람은 변하고, 시간도 변하지만, 외로움이 반드시 온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것을 보고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 현명한 것은 분명하다.
난 오늘도 그 경계에 서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계속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