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노래 주의보
대학시절에 나는 참 어렸고 노래를 좋아했었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는 노래를 좋아했지만, 좋아한다는 티를 낼 수 있는 시간도 없었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하니 노래방이란 것도 생기고, 노래라는 것을 정말 마음껏 불러볼 수 있는 시간들이 내게 생겼다.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내가 노래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참 잘 부르기도 하는구나라고. 그저 따라부르기에 급급했던 노래들을 이제는 나의 노래로 소화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힘이 생겼다. 노래자랑에는 항상 불려나갈 정도가 되니, 노래를 더 많이 알아야 한다는 의무와 숙제같은 것들이 생겼다. 많이 바빠졌다.
좋아하는 노래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이 어떤 것들인지 분명하게 정리가 되었다. 혼자있기를 좋아하고, 커피마시기를 좋아하는 나는, 무조건 조용한 노래가 아니면 듣지도 부르지도 못했다. 내 몸이 거부하는 노래는 술이 취해 흥을 돋우기 위해 같이 부르는 노래들 외에는 전혀 목에서 나오지도 못했다.
93학번, 한창 발라드의 전성기였던 그 때, 대부분의 노래들이 다 쏟아져나왔다. 공일오비, 이승환, 윤종신, 신승훈, 김건모, 일기예보 등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이루말할 수 없이 많은 가수들과 노래들이 마음을 달래주는 시기였다.
나도 이제 그런 나이가 되어가는 구나. 왜 나이든 분들이 옛날 노래에 집착할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가끔은 오래된 노래를 피해다니곤 했는데, 이제는 그 나이가 되어가고 있고, 딸 나이의 아이들은 가끔 몸서리를 치곤 한다. 이게 정말 현실로 다가오는 구나라는 생각을 하니 참 기분이 이상해진다.
'내 곁에 머물러 줘요, 말을 했지만~.' 으로 시작하는 공일오비(윤종신)의 '텅빈거리에서'부터, '아주 오래된 연인들'을 노래방에서 부르면서, 괜히 나오지 않는 눈물을 짜내는 기염을 토한다. 신인류라는 새로운 단어들을 남발하면서 미래를 그려본 '신인류의 사랑', 여행스케치의 '별이진다네'와 나의 최애 '난 나직이 그의 이름을 불러 보았어'를 부를 때면 세상 부러운 것이 없었다.
결국, 이 노래를 들고 대학 내에서 열린 노래자랑에도 '남자끼리 팀을 짜서' 출전해서 입상을 했다. 너무나 갖춰지지 않은 서투름이 지금은 한없이 부끄러움을 불러 일으키지만, 그때의 그런 용기가 없었다면 얼마나 재미없는 삶을 살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평범한 삶을 거부하고 사는건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노래가 주는 힘, 우리가 그때 그랬었지를 쉽게 추억하게 만들고, 쉽게 잊혀진 그날들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소환해내는 아주 강력한 힘이다. 더 시간이 지나면, 그런 노래들만 주구장창 틀어주는 곳을 찾아 헤매이게 되는건 아닐까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