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날을 마쳤다.
내일 아침 우리는 헬싱키를 떠나 한국으로 간다. 너무 좋지만, 너무 허전하고 섭섭하다.
이 미니멀한 일상과 생활에 심취한 나와 가족은, 뭔가 모를 서운함에 계속 호텔 주변을 서성이고,
그동안 담지 못한 주변의 도시경관과 사람들의 모습들을 눈에 담기 시작했다. 하나라도 더 빠짐없이 담기 위해 주위를 스캔해 가면서 이것 저것, 여기 저기 들어가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시간도 헬싱키에 저장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호텔에서 깜삐역 내의 상가를 찾아 그동안 못 준비했던 남은 선물들을 조금씩 챙기기 시작했고, 많이 먹어봤지만 다시 먹을 기회가 없을 것 같던 피자와 간식거리들을 먹었다.
헬싱키에서의 2주 넘는 시간, 그리고 베를린과 프라하를 거쳐오면서 우리 가족은 새롭게 다시 뭉쳤다.
주말부부로 지친 심신, 서로 간의 불만과 당연한 듯 떨어져 사는 것에 익숙했던 우리는,
3주간 한번도 빠짐없이 한 침대, 한 방에서 모두 같이 생활하면서 서로를 돕고, 이해하는 충분한 시간이 되었고, 한번의 부부싸움을 통해서 쏟아낸 눈물만큼이나 서로에 대해 더 깊이있게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우리에게 여행이란 단순히 관광이 아니라,
나 자신이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동행을 통해 그 사람을 더 온전히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자,
그 소중한 시간의 기억을 같이 간직하는 둘도 없는 복제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것을 먹고 같은 것을 경험하면서 조금은 다른 생각으로 비틀어보기도 하지만,
같은 추억을 저장한다는 것은 더 없는 행복이자 행운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여행을 또 다시 출발하기 위해,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지만,
여행을 통해 만들어낸 멋지고 맛있는 추억은 우리를 달달한 추억 속에 남겨둘 것이고,
다시 새로운 여행을 계획하게 만드는 커다란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는 돌아가지만, 헬싱키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의 우리를 기억할 것이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면서 그 자리에서 그렇게 서있으며 다른 여행자를 맞이하며 새로운 추억을 저장할 것이다. 그동안 그랬던 것 처럼...
헬싱키는 우리 가족의 새로운 집이자, 우리는 더 굳건히 만드는 멋진 처방이었다.
난 핀란드를 사랑하게 되었으며, 우리 가족은 열성팬이 되어 모든 핀란드의 것들을 찾아보고 함께한다. 다시 헬싱키를 찾는 그 날은 우리가 심적으로나 외형적으로 더 성장하고, 더 부유할 것이고, 더 사랑하는 중에 올 것이며, 또 다른 사랑의 힘을 얻어 갈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여행은 그렇고, 우리의 여행은 더 그렇다.
안녕, 헬싱키,
안녕 우리의 소중한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