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딸에게 부탁을 했다.
아빠의 시선으로 본 헬싱키의 생활은 그저 아빠의 시선일 뿐이라,
엄마와 우리 딸의 생활에 대해서, 그리고 그 생활에서 느낀 것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아빠가 모르고 있고, 더 많은 얘기들이 있을 것 같은데 그 얘기들을 해준다면, 아마 다음에 여행을 계획할 때 아빠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그래서 블로그에 올릴 글을 좀 써주면 안되냐고.
(쉬는 시간에 아르바이트 개념으로.....공짜는 없다. 경제관념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댓가는 반드시 치러야 하는 건 맞는데)
초등학교 1학년 딸의 시선으로 본, 헬싱키의 생활과 그 속에서 느낀 감정에 대해서,
13편에서 오로지 한편을 다 할애해 보기로 했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헬싱키에서의 소소한 일상들을 좀 더 자세히 담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관광이 아닌 생활에 맞추어 지냈음에도 그 소소한 일상들을 더 담지 못함이 아쉽다.
기회가 된다면, 중간 중간을 보완하던지 새로운 글을 통해 연결하던지 하고 싶다.
이 글은 단순히 여행을 했던 내용을 옮기기 위한 것도, 여행을 위한 가이드를 주기 위한 글도 아니다.
여행을 통해 변화되는 가족애와 감정들, 그리고 변화되어 가는 모습들을 남겨보기 위함이 커서, 단순히 여행의 정보를 얻기 위함이라면 너무 재미가 없을 수도 있겠다.
여행이란, 관광이 아니라 타지에서 서로 생활하면서 그동안 보지못했던 모습을 발견하고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는 서로의 배려를 느끼는 좋은 경험으로서의 도구다.
우리는 이제 헬싱키에서 2주째에 접어든다.
탈린을 다녀온 후로는 휴유증이 심하다. 멘탈이 나간듯 어이없는 경험을 하고 나니, 정말 정신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해외에서 그런 일이 있으니 더 당황했다.
갑자기 베를린에서의 가방 분실? 사건이 떠오르면서 영상들이 겹쳐진다.
헬싱키에서의 2주째부터는 학교에서 시험에 돌입한다.
마지막 견학을 가는 곳들도 유명한 곳들이다. EA Sports와 유명한 게임업체들, Microsoft와 유명한 엘리베이터 업체 등등을 견학하고, Startup의 산실인 Startup 사우나도 방문을 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나는 항상 그런 곳을 돌때마다 창업, 스타트업을 해보고자 하는 생각만 그득하고, 실행에는 단 1도 못옮기고 있는 현실주의자이면서 게으름뱅이였다.
하지만, 나를 이렇게 자책해서 무엇한들, 그동안 놀기만 한 것도 아닌데, 아직 기회가 있을거야라고 다독이며 매일을 살아가야지 어떻하겠어.
헬싱키에서의 마지막을 알차게 보내고 있는 우리 딸과 아내,
특히, 평일 아침부터 헬싱키도서관을 제 집 드나들듯이 하면서, 그동안 가져온 책들 이외에도 영어로 된 책들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더 자연스러운 도서관행. 아마 관광객이라면 절대 방문할 수 없는 그런 곳이기에 나도 하교 후에 따라 나섰다. 아늑한 주택가의 아담한 건물 사이로 햇살과 우산이 드리워진 곳 마당에 큰 체스판이 있다. 도서관은 옛날 도서관인 듯하였으나, 역시 핀란드는 핀란드였다. 강직해 보이는 공무원스타일의 사서가 떡하니 지키고 있으며, 어느 도서관보다 조용하고, 관리가 잘된 깔끔한 스타일의 북유럽 전통의 도서관 스타일.
양쪽으로 돌아 올라가는 도서관 계단, 중앙 아래로 깊게 뚫린 공간이 공기를 상쾌하게 하기도 하고, 책을 숨쉬게 한다. 옛 책의 향기가 작은 먼지와 함께, 햇살에 비쳐 날아다닌다.
언제나 그랬던 것 처럼, 1인 독서의자에 앉은 딸은 익숙한 듯 책을 펼치고 독서를 한다.
나는 여전히 분위기에 취해 책에 집중을 못하고 있으니, 아내가 찡긋하고 눈으로 인사와 함께 주의를 준다. 이 모든 것이 따뜻한 봄날 같은 날씨에 한가로이 앉아 책을 보는 여유다.
도서관을 나와, 우리는 에스플라나디 공원쪽으로 향했다.
에스플라나디공원과 항구는 연결되어 있고, 항구에는 큰 대관람차와 군함, 연어구이를 비롯한 각종 푸드코드가 있고, 그 옆에는 헬싱키 대성당이 있다. 우리는 하루만에 쭉 둘러볼 생각이었지만, 역시 생각보다는 많은 시간이 필요함을 알고, 아직 남은 시간에 감사하며 조금씩 끊어보기로 했다.
에스플라나디에서 젤라또같은 꾸덕한 아이스크림과 함께 잔디에 앉아 한껏 햇살을 받았다.
주위에는 벤치에 앉고 잔디에 누워 햇살을 즐기고 있다. 겨울이 긴 핀란드에서는 해가 있는 곳에 사람이 있다. 서로의 머리를 만져주다 아이스크림을 찾아온 꿀벌로 한바탕 소스라친다.
에스플라나디 근처의 기념품 샵에는 순록의 털, 가죽, 인형 그리고 핀란드의 전통 조각들이 많다.
근데 많이 비싸다. 아쉽지만 몇개만 집어 기념으로 남기고, 발걸음을 다시 옮긴다.
사실 도서관, 에스플라나디 공원 외에 아내와 딸이 간곳은 더 많다.
그래서 딸에게 그 얘기를 한번 풀어달라고 부탁했고, 쓸 시간이 부족해시간이 걸리더라도 한번 해보겠다는 의사를 비쳤다. 그 얘기까지 같이 포함하여 다음편을 완성해 보고 싶은 바램이다.
우리는 헬싱키 대성당에 와있다.
대성당이라기에는 너무 주변이 깔끔하고, 많은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웅장함이 있다.
내부는 깔끔하고 시원하지만, 주변은 더없는 넓고 맑은 시야로 성당보다 전망대같은 분위기.
저멀리 우즈벤스키 사원이 보인다. 가볼까? 대관람차가 돌아간다. 가볼까?
배가 고파 항구에 있는 포장마차 중 가장 열정적인 곳에 가 멸치버터구이와 연어구이를 시켜 안쪽 작은 자리를 차지했다. 배가 고픈 아내와 딸은, 징그럽다는 소리를 해대면서도 입안에 멸치와 연어를 욱여넣는다. 정말 맛이 예술이다. 버터와 멸치와 짭조름한 헬싱키 항구의 맛. 비교할 것이 없다.
주변은 사람과 갈매기가 뒤엉켜있다. 맥주가 땡기는 그런 좋은 맛과 분위기다.
다음날도 같은 곳을 찾았다.
주변 사원과 대관람차를 타볼 생각이었다. 아니 대관람차는 탈 생각이 없었다.
무서워서가 아니라.........무서웠지만........마지막을 남기기에는 높은 곳이 최고라며.......
하여튼, 대관람차를 타기로 하고 근처로 움직였다. 괜히 대관람차가 아니다.
정말 신기한 건, 대관람차도 핀란드였다는 것. 대관람차의 한 관람차는 사우나를 하는 관람차이다.
상상이 가는가, 옷을 벗고 수건만 두른 사람들이 관람차 안에 들어가 핀란드식 사우나를 즐기며, 대관람차 위에서의 경관과 맥주를 즐긴다. 믿기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중요하지 않다. 가보면 놀랄 뿐.
농담삼아 우리도 해볼까 했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다. 벌써 앞쪽으로 이동한 딸과 아내.
대관람차를 타는데 너무 무서웠지만 안무서운척했다. 난 아빠니까. 근데 올라갈수록 안무서워진다.
다리는 마비되고, 눈은 침침하고 사진은 찍어야 겠고, 즐기는 건 아내와 딸 몫이고.
주변의 경관을 보다 보니 욱일기를 단 군함이 있다. 욕을 한바탕 쏟아내고는 사진을 찍어댔다.
그날은 에스플라나디 공원에서 세계문화축제가 있는 날이었다.
우리도 가서 공연을 즐기면서 멕시칸음식을 받아들고 잔디에 앉아 해가 질때까지 (그늘이 생길때까지) 먹고 쉬었다. 공연은 그냥 공연이었다. 잘하기위한 이민자들의 즐거운 몸짓. 흥겨웠다.
우리는 서서히 져가는 해처럼 이제 마지막으로 달려가는 헬싱키에서의 생활을 마음껏 즐겼다.
걸어 호텔로 오는 도중, 마트에 들러 이것저것 선물도, 먹을 것도 샀다.
마트의 식자재와 선물할 초코렛들도 싸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야했고 여기보다 싼데는 없다고 했다.
익숙한 스토크만 백화점거리와 중앙역근처를 지나, 호텔 근처의 깜삐역 근처에 와서는,
그리 좋아하던 베트남 쌀국수집으로 들어갔다. 가격 저렴에 고수 뜸뿍, 맛은 예술인 이 쌀국수집은 우리가 아니더라도 항상 줄서있는 작은 가게였다. 맛이 좋아 모이니, 동료들도 보이고 보이던 손님들도 또 보게 되는 동네 단골같은 느낌이다. 사장님도 이제는 나를 알아본다.
스토크만 백화점에서도, 깜삐역광장에서도 작은 공연이 열리고, 우리는 서서 공연을 보면서 서로를 무의식중에 안고 손잡으며 다시금 가족의 끈끈함을 과시했다.
더없이 서로를 알아간 이번 여행을 너무나 감사하며, 앞으로 올 행복, 시련들도 같이 슬기롭게 헤쳐나가자는 무언의 다짐들을 했다.
그날 그렇게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돌아갈 준비를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