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 우리의 시간들] 10. 호수, 기억의 저장

시벨리우스, 레가타의 추억

by 유니버스

헬싱키에서 우리는 어느덧 일주일을 달려간다.

나는 왠지 좀 피곤하다. 낮시간은 공부를 저녁시간은 또 투어를 해야 하니 더 피곤하다.

다행히 백야라 돌아다닐 수 있는 시간은 거의 5시간 정도로 넉넉하지만,

잠을 자야 하는시간과 몸은 한국시간에 맞춰져있다.




백야에 맞춰 수업이 끝난 시간에는 항상 또 다른 여행을 시작했다.

오늘은 좀 더 멀리 나가보기로 했다.

가까운 곳에 에스플라나디 공원이 있지만, 언제가 갈 수 있을 정도의 거리라 조금 더 여유가 되면 둘러 보리라 다짐하고,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으로 우리는 향했다.


시벨리우스 공원, (발음 조심 부탁)


오늘 우리가 가는 곳은 헬싱키의 추억이 떠오를 때마다 매번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멋진 곳이다.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가벼운 산책이 가능한 자작나무가 높게 치솟은 공원을 지나,

숲이 시작되는 곳 근처, 호수와 맞닫아 있는 곳에 위치한 시벨리우스의 기념비가 있는 공원으로 걸었다. 사실 시간이 저녁 8시인데, 오후 2시의 느낌이 나 우리는 여유있게 걸었지만,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들의 저녁 산책을 나온 것도 우리에겐 새로운 경험이었다.


여길 방문하기 전에는 시벨리우스의 이름만 알았지, 자세히는 몰라 좀 더 찾아보고는 알게되었다.

시벨리우스는 원래 장 시벨리우스가 본명이며, 유명한 핀란드 출신의 작곡가이자 교수였다.

워낙 교향악에 대가인 그를 기리는 기념공원이며,

600개가 연결된 파이프 형태의 조각물은 파이프 오르간을 연상시켰다.

역시 관광객들은 평일 저녁이라도 있긴했지만, 주말, 그리고 낮시간에 비하면 훨씬 적어보인다.

만약 이런 곳이 그냥 기념관처럼 입장료를 받는 곳이라면, 한번 오고는 다시 오기는 힘들 것 같았지만, 공원과 같이 조성해 놓은 이 아이디어는 계속 방문해도 이상하지 않으리만큼 평범하면서 좋았다.

기념비가 있는 공원이라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방문하면서 기릴 수 있는 좋은 형태의 공감대 형상 방법인 것 같다.




시벨리우스 공원에서 몇 컷을 남긴 우리는, 천천히 걸어 호수쪽으로 내려왔다.

한무리의 오리가족이 길을 건너는 모습을 한참동안 쳐다보면서, 신기한 듯 따라가는 딸을 흐믓하게 바라봤다.

호수와 바다가 맞닿아 있어, 호수보다는 잔잔한 바다, 아니 호수인데 바다인 그런 곳이다.

그리고, 찾아간 인생 까페, 레카타.

우리가 찾은 시간에는 태우다 남은 장작 냄새로 주변이 은은한 나무 탄향이 그윽했고,

으슥해져가는 노을이 내리기 전이라 잔잔한 호수와 받아온 커피와의 조화가 환상이었다.

레카타는 호수에서 가장 유명한 까페다. 커피도 커피겠지만, 시나몬을 넣은 레몬티와 그 유명한 시나몬롤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시나몬롤을 먹은 이후, 나는 서울에 있는 내내 시나몬롤을 달고 살았다.

맛은 100배 이상 차이가 나지만, 그 추억과 분위기를 잊지 못할 것 같다.


우리는 다음 핀란드 여행에서도 반드시 레카타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그렇게 뒤로 하고 호텔로 향했다. 이제는 해가 지기 시작한다.

우리는 서둘러 근처 버스 정류장을 찾아 늦은 버스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가늘 길에 해가 들어오는 방향으로 늘어선 아파트, 콘도미니엄은 해가 소중하고 겨울이 긴 핀란드의 전형적인 건축물을 이해하기에 충분했다.

호텔에 오니 이제 11시, 몸은 녹초가 되었지만 또 다시 채워진 헬싱키의 이 추억으로 우리는 내일,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기에 충분한 하루였다.

몸을 대자마자 우리는 다 그냥 골아 떨어졌다.




다음날 아침에도 난 먼저 일어나 준비하고,

학교로 향한 나는, 주말에 방문할 에스토니아 얘기들로 꽃을 피운 동료들을 만나서,

내가 예약한 표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주말 전 우리는 섬에서 바베큐 파티를 계획하고 있었고, 다들 한껏 들떠있었다.

우리는 주말에 바다 건너에 있는 에스토니아의 탈린을 방문하기로 했다.

2주간 공부하랴 주말에 여기 저기 다닐려면, 정말 바쁘게 돌아다녀야 한다.

공부는 하는 둥 마는 둥하고, 하교한 후 우리는 바로, 암석교회를 다녀온 후, 시내를 돌기로 했다.


암석교회는 워낙 유명하지만, 우와 한번에 그냥 다시 다른 방향으로 발길을 돌리게 하는 매력이 있다.

너무나 조용해 잠시 들러 기도를 드리는 정도 외에는 오래 머무를 수 없는 공간이다.

근처 박물관을 들러, 바비인형 전시를 보고 난 후, 조금 멀지만 암석교회를 방문하기로 했다.


다음 방문은 우리딸이 그리던 바비인형 박물관,

어른들까지 들어가면 시간도 돈도 많이 들어가니 그냥 우리는 딸만 고이 모셔드리고 난 후,

잠시 아내와 여유를 즐겼다.




이후 우리는 헬싱키 중앙역 근처에 있는 유명한 아카데미아 서점과 스톡만 백화점을 찾았다.


아카데미아 서점은 알바 알토가 설계한 서점으로 유명하고, 스톡만 백화점은 헬싱키 최대의 백화점이다. 우리는 이미 독일 최대 백화점이라는 까데베에서 그다지 커다란 감동을 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스톡만은 핀란드의 감성을 느끼기 위해 방문했다.


그보다 아카데미아 서점은 수도의 유명한 서점치고는 정말 아담하지만, 풍겨오는 이미지는 지적이다.

영화, 까모메 식당에서 주인공들이 차마시면서 책을 사는 그 서점이라 괜시리 그 자리에 앉아보기도 하고, 각도도 맞춰 보기도 하고 했다. 까모메 식당을 다시 돌려 보고 싶다.

난 핀란드 여행 이후 까모메 식당을 비롯한 각종 여행 프로그램을 다시 찾아보면서, 그 시간을 다시 떠올리곤 했고, 그럴 때마다 반드시 유럽 여행 시에는 잠시 들렀다가는 추억의 장소로 약속했다.


백화점을 뒤로하고 근처에서 영국의 유명한 아이스크림 샵이 있어 들렀다.

원하는 형태의 아이스크림을 직접 그 자리에서 만들어주는 수제 매그넘 아이스크림이었다.

사실 이 날 방문 이후 다음 방문때에는 이미 행사가 마무리되어 그 자리에 없어 아쉬웠지만,

한번 방문으로도 충분히 그 날을 기억할 만큼 우리 가족에게는 강렬했다.

먼저 아이스크림을 선택하고, 겉의 초콜렛을 선택, 뿌려먹는 토핑을 올려 먹는다. (바스러지는 초코렛의 맛이 아닌 쫄깃한 겉의 초콜렛과 아이스크림의 풍부한 맛이 역시, 역시를 연발하게 만들었다.)

찾아보니 요즘 강남에도 수제 매그넘 샵이 들어와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스톡만을 뒤로 하고 다시 우리는 호텔로 향했다.

주변에 이상한 조형물을 설치하고 있어, 먼 발치서 보니 등대와 파도 같기도 해서 딸과 함께 오르내리기도 했는데, 역시 건축과 미술의 도시답게 그 조형물은 미술관이었다.

그것도 저 조형물 지하가 미술관이다. 우리는 오픈하는 걸 못보고 왔지만, 깜삐역 근처 미술관이라고 하면 아마 이 지하의 미술관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도대체 핀란드, 헬싱키, 너희들 정체가 뭐니? 매력이 철철 넘쳐 흐르는 구나.




그렇게 우리는 또 하루를 정리하고, 내일은 금요일 섬에서의 파티와 이제 에스토니아로 가는 날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편안한 섬의 숲은 그냥 쉼을 제공하기 위한 천국과 같은 곳.

백야에, 금요일에, 많은 사람들이 바베큐 파티를 위해 모이고,

무료로 대여해 주는 장작과 장소는, 주변 핀란드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고, 정을 나누기에는 충분한 곳이었다. 다만 화장실이 부족하여 불편했지만, 아랑곳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제 우리는 에스토니아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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