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에스토니아)
아침부터 덜깬 술에서 깨어나고자 부던히도 고생했다.
어제는 너무 과음을 했는지, 호텔로 와서도 잠을 못 이뤘고,
아침 일찍부터 에스토니아로 가기 위한 배를 타기 위해 일찍부터 준비를 했어야 했다.
왜 제목이 탈탈털린 탈린? 이제 새롭고도 이상한 즐거운 일들이 벌어진다.
아내와 딸은 걱정스런 얼굴로 오늘 에스토니아 가는 날인데, 갈 수 있겠냐면서 걱정반 짜증반의 얼굴로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고, 이 상태로는 도저히 못갈 것 같았지만 예약한 표와 가족들의 얼굴을 보니 이러면 난 정말 두고 두고 후회하겠구나라는 생각에 벌떡 일어났다.
서둘러 준비하고 우버를 잡아타고 항구로 달려갔다.
어제의 과음 동료들이 하나둘씩 도착하기 시작했다.
큰 크루즈를 타고 2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거리인데, 왜 그리 멀어보이는지 모르겠고,
사실 많은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준비없이 떠나는 것 같아 내심 불안하기도 했었다.
나름 좋은 자리를 잡아 편하게 이동을 했지만, 나는 속이 좋지 않아 가는 내내 엎드려 있었다.
가족에게는 너무 미안했다. 먼 이국땅까지 나와서 나혼자 기분을 내고 아침에 이런 모습을 보였다.
탈린에 내린 우리는, 앞에서 시티투어 버스를 타기로 했다.
이동하는 방법을 잘모르고, 그것조차 준비를 안해온 상태에서 여기 저기 헤매일 수 없을 것 같아,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속도 얼굴도 많이 좋아졌다.
탈린은 에스토니아의 수도이고, 발틱해의 정말 작은 나라 중 하나인데, 그 많은 침략 중에서도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구도심이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에서, 핀란드 등 북유럽 등을 거쳐 관광을 오는 도시다. 러시아와 인접해 있어, 러시아와 문화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한때는 러시아의 통치를 받았었다. 건축도 음식도 러시아의 그것이었다. 우리도 가면서 이런 저런 정보들을 찾아보다가 일단 Old Town으로 가야 겠다고 결정하고 버스로 Old Town이라는 곳까지 이동했다. 아무 생각 없이~.
자, 이제 버스의 종점에 내렸다. Old Town이란다 여기가. Old Town....
어디 Town이고 어디가 Old인지요?
같이 탔던 동료 2명과 이별하고, 우리는 우리대로 찾아나서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가 내린 곳은 너무나 생소한 곳이었다. Old Town에서 내리라고 해서 내렸는데 도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그냥 문만 덩그러니 있는 곳이었다. 여기가 분명 Old Town인데..
그러고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성당이 있고, 그냥 그 성당 주변의 작은 건물들...
우리는 그 성당 내부를 둘러보고 기도를 잠시 드리고는 다시 나와,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했다.
여긴 Old Town이 아닌 것 같은데, 어디로 가야하지?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다시 Old Town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분명 여기는 Old Town이 아닌 것 같다. Old Town은 뭔가 도시의 모습이라고 했는데, 없었다.
다시 버스에서 내렸다. 같은 곳이었다. Old Town이란다.
아니라고요, 여기가 아니라고요. Old Town이 아닌 것 같아요.
그럼 다시 타라고 한다. 탔다. 버스를 또 타고 또 돌았다. 돌겠다. 정말.~ (술이 덜깼나?)
그렇게 한참을 그냥 버스를 타고 가다가 이번에는 뭔가 성곽의 입구로 보이는 곳에서 내리기로 했다.
사실 사람들이 막 내리고, 남은 사람은 없고, 그 주변에 건물이 뭔가 예뻐보여 내렸다.
일단 따라 걸어갔다. 어, 이제 뭔가 나오기 시작하네.
입구가 나오고, 식당들, 기념품점, 분명 Old Town인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아 여기가 Old Town인가 보다. 모르겠다. Old Town은 그닥 중요하지 않다.
터벅 터벅 걷다가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먹은 우리 가족은, 배가 고파 주변의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고 싶었다. 뭔가 러시아틱하고 예쁜 입구의 식당으로 들어갔다.
아, 오래된 식당, 아니 무슨 다방같기도 한 곳인데, 이미 들어선 순간 자리에 앉아야 할 것 같은 느낌. 러시아 분위기 물씬 풍기는 그곳의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러시아 아줌마 등장, 뉘들은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지만, 메뉴판봐도 모를거니까 제일 유명한 이거 먹으라고 하는 것 같았다. 재빨리 우리는 검색으로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음식을 선택했다.
빵으로 항아리를 만들어 그 안에 고기가 들어간 음식이다.
그리고 하나는 햄버거인데, 빵도 시커멓고 감자도 풍부하게 잘 먹었다.
다시 꼭 한번 먹으라면, 또 먹고 싶.....
일단 먹고 나와서는 서둘러 다시 걷기 시작했고, Old Town을 잊고 성 안쪽으로 들어갔다.
날씨가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도 광장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인간시장인지 벼룩시장인지는 모르겠고, 뭘 사야 할지 모르겠다. 막 움직여서 못사겠네.
아마 주말마다 열리는 벼룩시장인 것 같은데, 기념품들이 많았다.
근데 생각보다 비쌌다. 나중에 알고 보니 탈린의 물가는 가히 살인적이라고 한다.
탈린의 기념품도 아마 'Made in China' 일거야라고 생각하고 수집광인 나마저도 포기하게 만들었다.
난 출장 중에는 반드시 그 출장지에서 특이한 건 하나씩 사와 수집해야 출장이 마무리되는 타입.
이번엔 딱 하나 러시안 인형 (마트료시카) 하나만 딸을 위해 사서 올 뿐, 우리 손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렇게 또 우리는 탈린의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구경하고 먹고 즐겼다.
우리는 변경의 길을 따라 걷듯, 이곳 저곳을 따라 걷다가 비도 만나고 피하고, 또 걸었다.
귀여운 우리 딸은 작은 손으로 작은 머리를 덮으며 비를 피해본다.
살기에는 심심한, 하지만 여행지로는 손색이 없는 탈린의 곳곳을 걸었다.
이제 햇살이 비치고 그림같은 장면과 현실성이 떨어지는 먼 발치에 건물이 하나 보인다.
사진인지, 실제 건물인지 모를 선명한 하늘과 어울리는 멋진 러시아풍의 건물이다.
이제는 사진이지만, 현실에서는 정말 더 사진같았다. 내눈이든, 카메라의 눈이든 헷갈리긴 마찬가지.
가면 갈수록 기분이 이상해 지고, 몸이 더워오면서, 머릿속이 복잡해 진다.
딸이 외친다. 아니야 아닐 거야.
"아빠, 여기 아까 우리가 왔던 성당인데?"
"아니, 그럴리가 없잖아, 우리는 이 길을 처음가는데?"
"아니야, 정말 왔었던 성당이야"
"아니라니까, 딸, 아니라니까.........아닌게 아니네. 맞네"
우리는 같은 성당을 앞으로 한번, 뒤로 한번 돌았다.
앞은 처음 버스에서 내렸을 때 왔던 방향, 지금은 다른 방향에서 내려 올라와 만나는 장면.
허탈하다. 몇시간을 걸쳐 찾아왔던 곳이 Old Town이다. 이 Old Town.
허탈해진 우리 가족은 성당앞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서로를, 그리고 성당을 바라봤다.
그후로 오랜동안....
다시 없을 탈린 여행을 그렇게 우리는 탈탈 털린 채로 다시 크루즈에 올라 호텔로 돌아왔다.
오늘 하루, 그렇게 털렸다.
탈린은 맥주가 그렇게 싸다고 해서, 동료들은 맥주를 아주 짝으로 사서 들고왔다. 한짝에 만원도 안한다는 그런 말을 하더라.
다들 탈린으로 여행할 때 그런 일은 없겠지만, 버스를 잘 타시라고 다시 한번 당부를 드리며....
탈린은 언제 또 가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