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렉싱턴 Sep 03. 2015

살아내는 삶에서 녹여낸 책 한권

임승수,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브런치,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일주일에 두 편씩 서평을 올리자는 목표로 포스팅을 하고 있습니다. 브런치의 몇 편 안되는 것이나마 제 공간에 올려져 있는걸 보자 하니 뿌듯하기도 하고, 더 잘 쓰고 싶어지네요. 더군다나 저는 예쁘게 편집하는데도 익숙지 않아서 사진이 아직 한 장도 올라와 있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더욱 좋은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은 블로그같은 개인 매체가 엄청나게 발전했습니다. 전문 블로거들은 잡지에서도 보기 힘든 깊은 안목과 배경 지식을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신문기사보다 빠르게 소식을 전달합니다. 인터넷 포스팅으로만 소통하는 것은 아니죠. 인터넷 방송은 아프리카, 팟캐스트를 통해 폭발적인 영향력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블로거들이 책을 내는 것도 빈번해졌습니다. 책을 쓴다는 것은 더 이상 전업 작가들이나 일부 지식인들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자신만의 영역, 색깔을 갖고 있는 블로거들은 나도 한번 책을 내 볼까?라는 생각은 누구나 하게 됩니다. 책을 내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에선 굉장히 멋있어 보이고요, 또 책이 인기있다면 어느 정도의 수익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내가 관심 있어야 하는 분야를 블로그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지식을 공유하고, 그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책을 출간하여 충분한 인세 수입과 명성을 얻는 것, 누구라도 한번쯤은 꿈꾸어 볼 만한 생각 아닐까요?


  하지만 저자는 책 초반에 만약 우리가 1년동안 책을 써서 초판 1쇄 2000부를 찍고, 그게 다 팔렸을 때 어느 정도의 수입을 얻게 될지의 과정과 실제 수입을 낱낱히 공개함으로써, 우리의 환상을 무참히 쪼개어 버립니다. 확실히 요즘 책 출간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책 출간에 대한 과정의 어려움마저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마음을 비우라는 것이죠. 한 해에 4만 권 넘게 쏟아지는 단행본의 홍수에서, 처음에 찍어낸 2000권도 다 팔리지 못하고 서점에 처박혀 버리는 책이 대부분이라는 사실, 그리고 다 팔아도 주머니에 들어오는 것은 얼마 안 된다는 사실, 책의 내용이 좋다고 꼭 잘 팔리는 건 아니라는 사실들을 분명히 알아 두어야 하고, 내 책이 1부도 안 팔려도 나는 책을 쓸 것인가? 라는 물음에 yes라는, 대답이 나올 정도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사람만이, 책을 낼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을 합니다. 순진한 접근으로 책을 내려는 사람에게 내려쳐지는 죽비 소리와 같은 말입니다.


  이 책은 책을 내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에게는 확실히 도움되는 정보가 많습니다. 가령,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할 때에는 어떠한 전략이 필요한지, 출판사에 하루에도 수십 통씩 오는 원고 투고 메일 중에 자신의 메일이 눈에 띄어 실제로 읽어 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회사 보고서 뿐만이 아니라, 출판사 편집자에게 보내는 원고에도 1page 요약본이 있어야 합니다. 잘 정리된 목차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편집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꼭 원고를 다 완성해서 보낼 필요도 없습니다. 잘 짜여진 기획안(목차)와, 일정 분량의 샘플 원고만으로도 출판사와의 계약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입니다. 독자에 앞서 편집자 배려하면서 동시에 매력을 느낄 수 있게하는 전략이 필요하지요. 그 외에도, 제목의 중요성, 홈페이지 연재를 통한 출간 방법 등을 저자의 실제 경험을 그대로 녹여 내어 보내 줍니다. 저처럼 책 출판에 대해 아예 모르는 사람들도, 간접적으로나마 아 책 출판 기획이 이런 식으로 결정되는구나, 책 출판하는데는 이런 방법이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저자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책을 출간한 사람, 출판 기획자의 인터뷰도 중간 중간 실어 다른 책을 낸 사람들의 경험담, 출판 편집자 입장에서의 목소리도 충실히 전해 줍니다. 책을 출간하신 분들의 경험담도 좋았지만, 출판 기획자로 일하시는 권미경씨 인터뷰가 더욱 재미있었습니다. 요즘 출판 시장의 트렌드, 오히려 출판사에서 기획하고 있는 아이템은 많은데 적절한 저자를 찾는게 어렵다, 다양한 매체(블로그, SNS)에 자신의 글을 노출해보라는 조언은 새겨 들을 만한 말이었습니다. 단순히 출판인들 눈에 띄이는 것 뿐만이 아니라 이러한 매체에서 본인의 글을 한 번 검증해 볼 수 있는 것이죠. 댓글이나 좋아요 등을 통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니까요.

 

 이외에도 다양한 출판의 과정, 기술들이 등장합니다만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이 어떠한 글을 쓰느냐, 어떤 컨텐츠를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매력적인 글을 쓰려면 아무래도 남과는 다른 경험, 다른 컨텐츠가 필요하겠지요. 하루 하루 살아지는 삶에는 이러한 글이 나오기 힘듭니다. 하루 하루 살아 내는 삶에서만이 본인의 목소리로 글을 쓸 수 있게 됩니다. 글의 재료는 경험이기 때문이지요. 같은 경험이라도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글이, 결과물이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평생 비슷한 경험만 해서는 사용할 수 있는 재료의 폭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지요. 따라서 저자는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강력히 권고합니다. 살아지는 삶이 아닌 살아내는 삶을 살라고. 돈에 시간을 팔지 말라고. 당신이 지금 생각은 많은데 글이 안나온다고 말하는 것은 당신의 머리에 딱 그만큼만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고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래된 차고에서 듣는 자동차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