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선, <태도에 관하여>
사실은 지금 막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을 다 읽었습니다. 작년에 출간됐었나요. 올해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에 올라온 책 있잖아요. 사 둔 건 진작 됐는데, 이제서야 다 읽었습니다. <태도에 관하여>라는 책은 그보다 훨씬 늦게 샀지만, 더 빨리 읽었습니다. 더 잘 읽혔던 것 같아요. 그런데 <태도에 관하여>를 읽다 보니 <미움받을 용기>가 생각나고, <미움받을 용기>를 읽다 보면 <태도에 관하여>의 어느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별로 같은 카테고리로 묶일 만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최근 읽은 두 권의 책은 저에게 많은 공감을 줬습니다. 원래 두 권의 책을 묶어서 하나의 서평으로 쓰려고 했었는데, 두 번에 걸쳐 쓰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경선 작가님의 책은 이번이 첫 번째입니다. 11년동안이나 전업으로 글을 쓰셨다고 하시네요. 그 전엔 회사에서 일하셨다고 하시고요. 제 모습을 투영할 수 있어서 그런지, 직장생활을 경험한 작가분이나 글쓰기 전공이 아니신 작가분들께는 한 번 더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저도 좋아하는)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시기도 하고요. <하루키와 노르웨이의 숲을 걷다>라는 책도 쓰셨습니다.
11년동안 글을 쓰신 만큼, 조금만 검색해 봐도 그분의 글을 쉽게 찾아 읽을 수 있습니다.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계시고요. 이 책을 읽으면서 네이버에 수없이 '임경선'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 봤습니다. 책을 읽다 보니 이분에 대해 점점 더 궁금해졌거든요. 인터넷으로 따로 찾아서 읽은 작가님의 글과 함께하니 책 내용이 더 와닿은 듯 합니다. 임 작가님은 그동안 신문과 라디오에서 이런 저런 인생 상담을 해 오셨다고 합니다. 이 책은 그동안 상담한 내용을 정리하여 다섯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선별하여 엮은 결과물입니다.
자발성, 관대함, 정직함, 성실함, 공정함. 이 다섯 개 키워드를 보면 어떤 이미지, 혹은 정의가 떠오르시나요? 본인들이 나름대로 정의한 의미가 있을 겁니다. 그것을 가지고 책에서의 의미와 비교해 보시길 바랍니다. 완전히 들어맞지는 않을지도 몰라요. 뭐, 완전히 다른 뜻인것 같다고 생각이 들어도, 무심결에 넘겨 버려도 책 읽는데 아무 문제는 없습니다만 내용과 키워드가 맞지 않잖아! 라고 생각이 들어도 저자가 내린 위의 키워드에 대한 '정의'를 곰곰히 생각해 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의미 중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저자는 삶의 태도에 대해 긍정적인 삶의 자세만을 강조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냉소적으로 바라보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글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강조하는 건 있어요. 현재 있는 자신을 냉정하게 받아들일 것. 과거에도, 미래에도 본인의 현재 삶을 얽매지 말 것. 희생하지 말 것. 지금 성실하게 애쓰고 노력해 볼 것. 직접 운영하시는 홈페이지에 모아 둔 글을 좀 읽어 봤었는데요. 꽤 오래 전에 쓰신 글에도 '태도에 관한' 토픽의 글이 있더군요. 지금까지의 삶을 살면서 꽤 오랫동안 갈고 닦아온 화두였다는 뜻이겠지요.
헤헤, 진부하게 느껴지시려나요? 근데 저는 이 책을 읽을 때 뭔가 인생의 답을 얻고자 하려고 읽은 게 아니거든요. 이 분의 삶의 태도는 어떨까, '본업'인 글로 어떻게 그것을 녹여냈을까, 정도가 궁금했었는데. 이 분의 삶의 태도랄까, 삶의 관점이 제가 최근에 갖고 있던 생각과 그다지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어서 안심할 수 있었고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삶을 사는게 딱히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한 권의 책과 추가로 읽은 몇 편의 글로 밖에 작가님을 유추할 수밖에 없지만, 무척 솔직하고 차분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일 것 같다는 느낌도 있었구요. 언뜻 서늘한 느낌이 드는 글도 있었어요. 그래도 작가님의 조금 더 따뜻하게 느껴졌고, 덕분에 좀더 글에 공감이 됐던 건 어렵게만 느껴질것만 같은 '시아버님'의 머리를 직접 이발해 주신다는 대목에서였습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은 것 중 하나'라고 하셨는데, 왠지 웃음이 나왔어요. 한편으로 좋은 분이다, 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인상깊은 구절을 몇 개 소개하고 글을 마치려 합니다. 아래는 전부 인용입니다.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을 때는 일단 그 상황에 나를 집어넣어 보는 것이 좋다.
훌쩍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라는 과거에 휘둘리면서 고여 있기를 자처하면 슬슬 그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기량이나 자립도를 묻게 된다.
가끔 이쪽 일을 하다 보면 과거의 경력은 모두 부정한 채 오로지 글만이 내 운명, 처럼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회사원 시절은 분명 힘들었지만 좋은 점도 많았고 배운 것도 많았다고 긍정하게 된다.
누군가는 다정한 위로를 건네지만 그것이 자기연민을 허락하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 '그래도 가급적이면 실패까지 가지 않도록 스스로를 돌봐야 한다'...(생략)
천만에, 사실 우리는 그 똥이 두려워서 피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