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 보고 싶은 우리 엄마

세 여자, 영상으로 만나다

by 춤몽


다음 날 아침, 크레파스를 들고 거실로 나가 달력에 엑스를 하려고 했는데 빨간 숫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이 일요일인 걸 깜빡했다. 주무시는 할머니 머리맡에서 휴대폰을 슬쩍 가지고 나와 ‘3번 최선희’를 찾았다. 우리 엄마 위로 언니가 두 명 있어서 엄마 이름 앞에 3번이 붙은 거다. 영상 통화 버튼을 누르고 한참이 지나자, 엄마가 침대에 누운 채 눈을 비비면서 전화를 받았다.


“엄마!”


“어, 예솔아. 일찍 일어났네?”


“응, 내가 1등으로 일어났어. 할망이랑 하르방은 아직도 자.”


“할망? 하르방? 하하. 우리 예솔이 제주 사람 다 됐네. 할머니 오늘도 물질하러 나가신대?”


“응, 나도 할망 따라갈 거야.”


“예솔이가 할머니 좀 말려 봐. 오늘은 좀 쉬시라고 해. 요새 무릎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다고 약 드신다던데.”


엄마는 팔을 이마에 얹고 찡그리며 말했다.


“3호야, 그런 말 마라. 60일 채우려면 물때 맞을 때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삭신이 쑤시다가도 물에 들어가면 다 잊혀진다게. 나 강해숙이는 이름 자에 물이 많이 들어서 바당서 살아야 하는 팔자라.”


영상 통화 중에 엄마가 하는 말이 다 들렸는지 방에서 할머니가 끼어들며 말했다. 할머니는 열 손가락으로 엉킨 머리칼을 슥슥 빗어 넘기며 방에서 나와 화면 속 최선희를 향해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어 흔들었다. 그 순간, 강해숙과 최선희, 나 김예솔, 세 여자는 동시에 으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엄마, 쫌 있으면 서울에서 오는 거지? 8월 23일에 개학하는 거 안 까먹었지?”


“당연하지, 다음 주 금요일에 비행기 타고 예솔이 데리러 날아갈게. 5일만 꾹 참고 기다려. 예솔이 만나면 방학 동안 못 해 준 뽀뽀 한꺼번에 다 해줄게.”


엄마가 입술을 쭉 내밀고 쪽쪽 소리를 냈다. 곧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슴이 방망이질 쳤다.


(7화에서 계속)



*60일 물때를 채우다

해녀 자격을 유지하려면 1년에 60일 이상 어업 활동을 하거나, 어촌계에 해산물을 판매한 실적이 연 120만 원을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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