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하고 나서 놀랐던 것 중에 하나는 연구를 할 때에도, 항상 '돈'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나는,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수학이나 컴퓨터 같은 과목을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교육할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교육 프로그램의 효과성보다 효율성에 더 초점을 둔다. 다시 말하면, 아무리 효과적인 교육 프로그램이어도 예산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거나 과도한 시간이 투입되어야 한다면, 실현 가능성 내지 지속 가능성 부족을 이유로 과감히 배제한다.
미국의 유명 고등 교육 기관과 연구소를 통해서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수학, 과학 같은 과목의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한 다수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 미국의 초, 중등 교육 현장에서는 아직도 구닥다리(?) 수업이 대부분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다수의 교사들에게 최신 연구를 반영한 새로운 수업 방법을 시도할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최신 교육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자신의 시간과 돈을 투입해야 하는데, 투입된 비용에 비해 추가로 발생하게 될 소득이나 만족감 등에 대한 기대치가 낮기 때문이다.
아주 간단한 문구로 이를 설명한 표현이 있었다. '추가적인 보상 없이 주어지는 추가적인 업무'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 누가 봐도 아주 명백한 설명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추가적인 보상 없이 주어지는 추가적인 업무의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나도 그 정도는 예의나 도리라고 생각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수업이 불가능해졌을 때, 교육부는 1년간의 준비 끝에 2021학년도부터 실시간 온라인 교육으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교육 기자재와 연수를 마련하면서, 교사들의 참여와 연구를 독려했다. 교사들 중에 어느 누구도, 온라인 교육을 위해 투입해야 하는 자신의 추가적인 노력에 대해서 추가적인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아니, 그런 생각도 못했던 것 같다. 교사였던 나 자신조차도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새로운 교육 방법을 배우는 것은 교사의 당연한 도리 정도로 여겼으니 말이다.
코로나 19로 인한 대전환 기간 동안, 모든 업계에서 이는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식당에서 서빙을 하던 아르바이트 학생에게 '1인용 좌석을 위한 칸막이 설치 및 관리'라는 추가적인 업무가 주어졌지만, 이에 대해서 추가적인 보상을 제공한 식당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접근은 위에서 언급했던 '지속가능성 부족'이라는 문제를 마주하게 될 수밖에 없다. 강도가 높아졌지만, 보상은 똑같은 업무에 대한 만족감은 낮아질 수밖에...
이제는 우리도 지속 가능한 직장 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봤으면 좋겠다. 지난 학기에 수강 신청을 하면서 봤더니, 온라인 강의의 수업료는 대면 강의의 수업료보다 더 비쌌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온라인 강의를 위한 장비들을 구매하고, 강의를 지원하는 직원들을 교육하는 데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설명을 듣고 보니 합리적이라고 여겨졌다. 온라인 강의를 위해 발생하는 추가적인 비용이 고려되지 않는다면, 양질의 강의가 지속적으로 제공될 수 있을까?
전혀 다른 이야기이지만,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이유 중에 하나는 다수의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만큼 힘든 환경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직장 문화가 긍정적으로 변화되기를 희망하지만, 짧은 시간에 문화가 바뀌기는 힘들다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자녀들에게는 그런 환경을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부모님들에게 받았던 무조건적인 사랑만큼, 미래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가능한 최대한을 해주고 싶은 것이 현재 20, 30대 혹은 40대 예비 부모의 마음이지 않을까? 안타깝지만, 현재 그들에게는, 자녀들에게 줄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은 태어나지 않게 해주는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 같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타인의 노력과 수고에 대한 고려와 감사의 마음 표현. 이를 통해서 우리 모두가 서로를 위해 필요한 존재이고, 서로의 행복에 기여하는 존재임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돈'에 대한 고려가 일상화될 때, 감사의 마음도 더 잘 전달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