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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딴생각 brant Feb 29. 2024

도대체 시험은 왜 보는 걸까?

 지난주 교육 설계 수업에서는 '평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오늘도 은퇴를 앞둔 할아버지 교수님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Assessment와 Evaluation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사실,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질문이었다. 한국어로는 둘 다 '평가'이니까 말이다. 옆에 있는 중국인 친구에게 물어보았는데, 중국어로도 두 개의 영어 단어가 동일한 의미로 쓰인다고 했다.


 수업 이후에 평가하려는 대상을 생각해 보면 조금 더 쉽게 답을 떠올릴 수 있을 거라고 힌트를 주셨다. 그리고, 누군가가 대답을 했다. 하나는 학생을 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건 교사로 일했던 나의 입장에서 너무나 명확한 사실이었다. 또 하나는 무엇을 평가하려는 것일까? 군대의 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친구 한 명이 그것은 수업 또는 훈련 프로그램 그 자체를 평가하기 위한 것일 것 같다고 말했다. 교수님은 그에게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물었다.


 그는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서 만든 프로그램이 효과적이지 않다면, 그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거나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대체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역시! 내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아니 생각을 할 시도도 하지 않았던 부분을 오늘도 발견했다. 왜 우리는 항상 시험을 잘 보지 못한 학생들이 문제라고 생각했을까? 학생들 개개인에게 연습을 할 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았던 강의식 수업이 문제라는 생각은 왜 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수업의 동기부여를 위해 사용했던 영상 자료가 학생들의 주의를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점에 대해서는 왜 의심하지 않았을까?


 물론, 초, 중등 과정의 많은 선생님들이 자신과 함께 생활하는 학생들의 발달 정도나 관심사 등에 대해서 깊은 이해를 가지고 계시고, 이를 바탕으로 수업을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계신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25명 이상이 함께 공부하는 교실에서, 학생들 모두에게 각각의 수준과 학습 선호에 적합한 교육을 제공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비용적인 측면에서 조금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교육이 되도록 현재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 의심하고, 분석하는 노력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에게 효과적이지 않은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만들면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것으로 인한 손해를 극복할 현실적인 방법은 없을까?


 미국에는 Instructional Designer라는 직업이 있다. 한국에서는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나 강사가 자신이 수업에 사용할 자료, 수업 방법 (강의식 VS 과제식, 대면 수업 VS 비대면 수업 등), 평가 방법(관찰 평가, 지필 평가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직접 준비한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Instructional Designer가 교사 및 학생들의 수업 상황을 관찰하고, 학습자들에게 필요한 것을 파악한 이후에 교사나 강사의 수업을 위한 설계를 대신해 주는 것이다. 사실, 이곳에서도 학교보다는 기업체 같은 곳에서 활동하는 Instructional Designer가 훨씬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은퇴를 앞둔 교수님의 사모님도 30여 년간 Instructional Designer로 활동을 하셨다니까, 최근에 생긴 직업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아무튼, 우리도 Instructional Designer와 함께 수업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고민에 시간을 투자한다면, 교육 프로그램의 효율성이나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학습자들의 만족도도 조금은 더 향상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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