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나는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 왜냐하면 내가 죽으면 슬퍼할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켜야 할 반려견 메리가 있으니까. 메리와 매일매일 산책해야 하니까. 메리와의 산책은 메리를 위해 시작했지만 나의 육체적 건강, 정신적 건강을 지켜주었다. 그래서 오래오래 메리와 산책해야 한다. 아직 못해본 게 너무 많다. 해보고 싶은 것도 많은데 나는 아직 30년 밖에 살지 못했다. 40대의 내 모습도 궁금하고 50대의 내 모습, 할머니가 된 내 모습도 궁금하다. 사실 엄마가 될 내 모습도 궁금하다. 임신이 쉽지만은 않은 나의 상황에서 아이가 생기면 얼마나 기쁠까. 또 그 아이가 주는 기쁨은 어떨까. 나를 닮든 명휘를 닮든 사랑 가득한 아이가 될 수 있게 돕고 싶다. 세월이 흐른 후 삶의 노하우가 생겼을 내 모습도 궁금하다. 좋은 글, 좋은 노래도 많이 들어야 하니까. 아직 못 가본 곳도 많다. 여행도 많이 다녀야 한다. 50대쯤 되어 명휘와 다시 신혼여행으로 갔던 파리를 가고 싶다.(물론 그 안에 또 가게 된다면 제일 좋고!) 20대 때 우리가 느꼈던 감정과 50대 때 우리가 느낀 감정이 사뭇 다르겠지? 나와 여행 코드가 맞는 명휘와 할머니할아버지가 되어서도 해외여행 다니고 싶다. 그땐 조금 더 능숙해진 영어 실력이려나? 여행에 떠나서 노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때의 명휘는 지금보다는 말수가 더 늘었으려나? 과묵한 편인 명휘의 50대도 궁금하네. 또 언니오빠들의 노년도 궁금하다. 덧붙여 지금 예은, 서준, 의정, 도준이의 20대가 궁금하다. 성인이 된 모습이 궁금하다. 그 아이들이 커서 결혼을 하게 될까? 한다면 누구와 하게 될지 궁금하다. 이보다 하고 싶고 해야 하고 그리게 될 미래가 많아서 나는 살아야 한다. 사랑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나는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