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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라 Sep 12. 2024

하기 싫은 것도 하게 만드는 것

부제: 사랑





             

누군가 사랑에 대한 정의를 묻는다면 나는 ‘좋은 걸 같이 하고 싶은 거’라고 답했다. 맛있는 걸 같이 먹고 내가 좋았던 곳에 함께 가고 예쁜 것을 보는 거. 뭐 그런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게 정말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라고 믿었다.          



얼마 전, 시력을 잃고 산책할 때 겁이 많아진 메리가 700g이 쪘다.(내가 생각하기를 사람으로 치면 7kg) 메리는 견종(요키 같은 믹스) 특성상 기관 협착도 조심해야 하고 슬개골도 좋지 않다. 그래서 사료양을 줄이기 위해서 당근과 양배추를 식사 중간중간에 간식처럼 주고 있다. 그 당근과 양배추를 씻고 손질하는데 ‘내가 진짜 메리를 사랑하는구나.’ 느꼈다. 평소 칼질하기를 무서워해서 꼭 해야 하는 게 아니라면 하지 않는다. 그런 내가 메리를 위해서 당근에 묻은 흙을 씻어내고 껍질을 벗기고 메리가 먹기 좋게 썰고 있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이구나.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하는 것도 사랑이지만 싫어하는 것을 하게 만드는 것이 더 ‘찐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메리가 시력을 잃고 온전히 코와 귀에 의존해 생활한다. 그래서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배변을 보던 위치를 이제는 찾아가지 못한다. 그 근처에서 배변을 보는데 그 위치에 정확하게 보지 못한다. 새벽에 메리가 깨면 나도 같이 깨서 메리의 소변을 바로 닦고 치우고 자기를 하룻밤 사이에도 여러 번 반복했다. 그러니 메리를 사랑하지만 나의 수면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자기 전 메리가 실수한 위치 곳곳에 배변패드를 도배하듯 깔아 두고 잔다. 그리고 아침에 메리가 소변본 패드를 정리한다. 그렇게 한 지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지나니 메리가 배변을 보는 위치의 통계(?)가 나왔다. 그래서 이제는 30장 깔던 배변패드를 25장 정도로 줄였다. 유튜브나 블로그, 반려동물 카페에서 시력을 잃은 강아지 배변 관련한 정보를 얻으려고 하루에도 몇 번을 검색해 봤지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는 없었다. 단순히 교육을 받지 못해서 생기는 실수가 아니고 육체적인 변화로 인한 실수이기에(실수라고 하기에도 뭐 하네.) 그 부분까지는 바로잡기가 어렵나 보다.



그래도 어딘가 뚜벅뚜벅 걸어가서 소변을 본다는 사실 만으로 나에게는 정말 감사한 일이다. 시력을 갑자기 잃으면 겁이 생겨서 집안에서도 움직이지 않는 반려동물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메리는 활동량이 줄긴 했지만 전처럼 잘 움직인다. 메리에게 가장 고마운 일. 그래서 조금은 수고스럽더라도 메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기꺼이 해주고 싶다. 해야만 하고. 나는 메리의 보호자니까 당연히 메리를 챙기고 지켜야 한다. 더 해줄 수 없어서 미안한 마음이 생길지 언정. 할 수 있는 것마저 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하게 될 후회는 배가 되겠지. 메리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내가 더 부지런해져야지. 매일 매 순간이 귀여운 내 반려견 메리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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