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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샌님 Apr 23. 2023

주말에 뭐 하세요?

아무것도 안 할 건데요

금요일 퇴근 후 나는 가족과 지인 모두에게 아무 연락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퇴근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각 직장동료와 나눈 대화에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임을 다짐했다.

스몰토크 중 농담처럼 말했지만 사실 나는 굉장히 진심이었다.


아무것도 안 한다는 걸 선언과 다짐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까딱 휘둘리다간 약속을 잡거나 집에서 서류를 하거나, 나를 돌보는 집안일을 과하게 해서 휴식비율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안일은 정말 끝이 없다(고 청소 대충 하는 내가 말해본다).




3월에는 적응하느라 안팎으로 바빴다.

덩그러니 초벌 정리가 되어있는 집을 내가 사는 방향대로 조금씩 바꾸고, 끊임없이 필요한 물건을 채워 넣고, 택배박스를 버렸다. 주말마다 주변 시설을 대충 외울 겸 마트를 다녀오면서 지리도 익혔다.

몇 달을 더 참을 까 싶던 머리카락도 덩그러니 잘라버렸다. 출근퇴근 하면서 머리를 감고 말리고 관리하는 시간이 아까웠다.

격주로 무거운 이불을 이고 지고 코인빨래방에서 빨래도 했다.

그리고 나의 이사로 가까워지게 된 친구들도 한 명씩 만나느라 주말을 소진했다. 부모님도 한 번 다녀가셨고 집에도 다녀왔다.


4월 첫 주는 주말부터 일찍 아침기상에 적응하기를 시도했고,

둘째 주에는 40분을 걸어서 대출증을 만들고 왔다.

셋째 주에는 부모님이 다녀가셨으므로 나는 이제 온전히 쉬어야 했다.


내가 기억력이 비상하게 좋은 건 아니고, 다이어리에 스케줄을 보니 그렇게 적혀있다.




온전히 쉰다는 건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이다.

내가 편안하다고 느끼는 것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온전히 시간을 사용할 때 휴식이 된다.

그게 침대에서 꼼짝 않는 것일 때도 있고, 종일 책에 파묻혀있을 때도 있다.


4월 21일 금요일

그렇게 선언 한 뒤 금요일 저녁엔 씻고, 카레돈가스를 해 먹고 놀다가 늦게 잠이 들었다.

아마 오래간만에 휴대폰도 실컷 하고 책을 읽다가 잠이 든 듯하다.


4월 22일 토요일

토요일엔 8시 45분에 일어나서 모닝커피와 <책과 우연들>을 읽으며 빈둥빈둥 보냈다.

이후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세탁기를 흰색 검은색 나누어 두 번 돌리고, 빨래를 개고, 청소기를 돌렸으며 거울의 먼지를 닦고, 청소기 필터도 비웠다. 물러진 딸기로 딸기청도 만들었다.

아마 또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던 것 같다.


4월 23일 일요일

일요일엔 알람 없이 7시 19분에 기상을 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커피와 간식을 해치웠다.  입이 심심해서 방울토마토를 먹고, 점심쯤엔 가래떡을 구워 먹었다. 책을 조금 읽다가 걸려있는 빨래를 개어 옷장을 간단히 정리하고 저녁에 간식을 먹을 요량으로 이른 저녁으로 배추찜을 해 먹었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꺼내둔 달걀을 삶아 계란장을 만들었다. 평일에 급하거나 귀찮을 때 먹을 귀중한 한 끼가 될 것이다. 다음 주 장을 볼 땐 방울토마토와 우유를 사야겠다.

이번주 일요일이 지나는 것이 아쉽지 않은 이유는 다음 주 화요일이 월급날이기 때문이다. 

+ 셋째 주에 부모님 오시느라 장을 볼 때가 아닌데 장을 봐서 과지출이 있었다. 월급 전까지 무지출을 유지하면 과지출을 메꿀 수 있는데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아낀 나를 칭찬한다.



주말 동안 쉰다고 최소한의 정돈과 끼니 챙기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책도 읽고 휴식도 했으니 다음 주는 조금 더 힘을 내야지.


다음 주 주말엔 이번주에 미뤄둔 이불빨래를 해야겠다. 아마 미세먼지가 나쁨이라서 창틀과 베란다가 엉망일 테니 청소도 좀 하고.라고 계획만 세워둔다. 


오늘도 참 잘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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