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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샌님 Jun 02. 2023

"아- 더자고 싶다."

라는 생각을 조심하기

직장은 다녀도 문제고 다니지 않아도 문제다. 

사실상 다니지 않을 때의 문제는 돈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면 대부분 해결되는 문제인데, 뭐 사람은 소속감과 자아실현 등 사회적 동물이기에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들도 있기 마련이니 그렇다고 치겠다.


직장을 다닐 때는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없다는 것이 가장 문제이고, 인간관계, 업무 강도, 단체생활, 불합리를 적당히 못 본척하고 견디기 등의 여러 가지 문제가 존재한다. 적성은 적당히 맞다고 치고, 나만 잘하면 될(실제로 엄청 잘하지도 못하지만) 일이 아니기에 발생하는 문제가 너무 많다는 게 문제이다. 

직장생활은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물결이 나를 때리고 지나갈 때 그것을 견디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수많은 문제 중에서 내가 가장 일하기 싫은 날은 아침에 일어나기 싫은 날이다. 

유달리 피곤한 날이거나 오늘 닥쳐올 예정된 프로젝트, 고된 날이 예상되는 하루 등의 걱정 때문이 아니라 정말 단순하게 일어나기 싫어서 "더 자고 싶다."라고 생각이 드는 날 그만두고 싶어 진다.


인간관계가 문제가 되거나 또는 전날 너무 힘들어서 귀가 후 하소연이 필요하다거나, 아니면 실수를 저질러서 자괴감이 드는 날도 물론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싶은 생각에 퇴사를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마음은 '하 퇴사하고싶-(지만 나는 나를 먹여 살려야 하니 구체적으로 퇴사루트를 꿈꾸진 않는 입버릇)'에서 끝난다. 또는 구체적으로 실현하는데 시간이 걸리며 여러 가지 여건을 고민하고 결단을 내릴 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정말 아침에 더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면 사람이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이 든다. 사람은 왜 일을 해야 하는가, 나는 왜 이러고 있는가, 내가 이렇게 고통받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누군가는 고작 그런 이유?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아침에 '아~출근하는구나 싫다.'에서 끝나지 않고 '이대로 이불 덮고 자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들기 시작하면 충동적으로 변하게 되며 인내심이 바닥을 보였다는 것이고 번아웃이 왔다는 증거이다. 


한 번씩 그런 전조가 온다면 내가 많이 지쳤구나 하고 느끼고 단순하게 살아야 한다. 전날 일찍 자고, 다음날 피로가 덜 느껴지는 것만 해주어도 일하는 게 그렇게 싫진 않아 진다. (당연히 좋지도 않다. 하늘에서 법적 문제없는 오백억이 뚝떨어진다면 뒤돌아보지 않고 그만둘 것이다.) 


나는 견디고 견디고 내 상태를 모르고 견디다가 무언가 뚝 끊어지는 느낌이 들면 뒤돌아 보지 않고 저질러버리는 타입이라 평소에 나를 잘 말려둬야 한다. 그렇다고 덮어두고 견디다 보면 정신이 병들기 딱 좋은 타입으로 미리미리 잘 예방해야 한다. 


그전의 퇴사로 나는 내 정신건강을 지켰지만 통장을 지키진 못했다. 그 두 가지를 잘 조절해서 무던히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가장 오래 일한 사람으로 남는 것이 목표이다. 


내향인 답지 않게 방랑벽도 있기 때문에 지겹고 지치지 않게, 내가 또 훌쩍 떠나버리지 않도록 잘 조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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