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분야에 있으면서 ‘소통 방식’이 참 중요하구나를 배우게 된다. 특히 요즘처럼 융합 예술이 많아 지면서 한 작가의 이름을 걸고 나오는 작품에서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손길을 탄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선보이는 것을 [설득력 있게 하는 과정]에서 결코 ‘자유롭게’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는 분야가 예술인듯 보인다. 융합 예술 분야에서는 특히 인터랙티브(interactive) ‘상호 간’이라는 단어를 많이 보게 되는데, 소통을 받아들여 연결 짓는 행위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특히 이 단어는 컴퓨터-사람을 연결 짓는 것에 많이 활용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선보이는 것을 [설득력 있게 하는 과정]에 있어 사람-사람 사이의 인터랙션(interaction)이 참 중요한 것 같다.
현대인의 삶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여러 측면에서 사용자 경험을 중요시하게 다루는 인터랙티브 디자인 개념이 있다.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방식으로 곳곳에 적용되어 있으며, 대부분 어떠한 장치나 도구를 사용자 관점에서 쉽고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효율성을 높인 것으로만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개념의 범주를 물건/제품 이외의 것으로 더 넓혀서 이해해야 하지 않는지 생각이 들었다. 현재 우리는 ‘우리가 아는 모든 것’에 연결되어 있으며 기술 발달로 그 범주가 확장되고 빈틈없이 촘촘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기술은 비(非)-생물과의 상호 작용을 가능하게 해주는 수단으로서 활용되는 것이지, 기술 자체가 인터랙티브 디자인을 위한 필수 요소는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이미 기술이 존재하기 이전부터 어떠한 대상과 상호 작용을 하기 위해 다양한 디자인적 사고 및 설계를 해온 역사가 있다. 다음은 2023년 7월 15일 하승연 대표님을 만나 얘기를 나눈 일부 기록이다.
온고) 요즘 기술-예술 융합 산업의 특징으로 떠오르는 점이 있을까요?
하대표님) 거대 자본의 힘이 엄청 납니다. 그러한 면에서, 기술-예술 융합 분야의 초점이 그러한 수준의 자본을 융통할 수 있는 기관에 의해 포장되는 일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온고) 조금 부정적으로 표현하신 것 같은데, 그런 이유가 있을까요?
하대표님) 흔히 요즘 많이 표현하는 ‘몰입형 전시’ ‘미디어 아트’라고 하는 것들이 다 평면적으로 포장된 것 같습니다. 거대한 벽에 빔 프로젝터를 투사하고, 대형 LED 판을 도배하는 형식의 전시가 주를 이루는데, 일방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이 때 사용자 경험의 중요한 요소로서, 인터랙티브 디자인을 고려한다면 조금 더 확장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궁극적인 상호 작용을 위해 더 생생한 혹은 생경한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융합예술 계의 거장 레브 마노비치(Lev Manovich)는 2011년 3월 TED 대담에서 다음과 같은 의미를 말했다. “19세기 문화는 소설로, 20세기 문화는 영화로 정의된다. 21세기 문화는 인터페이스로 정의될 것이다.” 이 문장은 좋은 인터랙티브 디자인은 좋은 인터페이스를 설계하고 좋은 인터랙션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최초의 단계가 생략된 문장이지만, 연쇄적인 결과임에는 틀림없다. 인터(inter-)라는 접두사에는 between, among, together, involving two or more 이라는 의미가 있으며, 궁극적인 상호작용의 방향은 involving two or more에서 “more”에 있는 듯하다. 인간은 온 감각을 활용해서 세상과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해왔는데, 오히려 기술 발전이 한 방향으로만 흘러 일정 부분 차단해온 것도 있어 보인다. 거기에 하대표님이 말씀하신 거대 자본의 힘이 한 몫 한다.
인간-대자연 사이의 상호작용은 [인터랙티브 디자인, 인터페이스, 인터랙션]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나 경계가 구분될 필요가 없이 하나의 작용이다. 그런데 거대 자본과 기술을 운용할 수 있는 파워들이 이러한 개념의 구분을 짓고 발전 방향을 유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며, 개인이 맞서기엔 그 흐름이 너무 빠르고 거세다. 앞에 쓴 문장으로 마무리하자면, 다른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선보이는 것을 [설득력 있게 하는 과정]에서 결코 ‘자유롭게’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는 분야가 예술인듯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 자본과 기술에 영향을 덜 받으면서 ‘자유롭게’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할 수 있는 분야가 예술이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선보이는 것을 [설득력 있게 하는 과정]에 있어 사람-사람 사이의 인터랙션(interaction)이 중요하지만 이것에서 더 발전되어 내가 살고 있는 사회/환경/문화 그리고 자연에 대한 긍정적 상호 작용을 이끌어 내는 것이 예술가이자 기획자이자 인터랙티브 디자이너가 되는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