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사람들이 쉽게 읽고 즐길 수 있는 글을 쓸 수 없다고 느낀 뒤로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한번 쓰고 나면 항상 마무리 짓지 못하고 글을 덮어버리거나 연재를 중단해 버리는 게 습관이 됐고,
나의 끈기와 실력이 고작 간장 한 종지에 머무르는 것을 인정하는 게 일이었다.
그런데 살다 보니까 뭐 단숨에 잘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으며,
아무것도 안 하고 잘해지는 것을 바라는 것은 정신병에 걸린 것과 마찬가지란 걸 깨달았다.
간장 한 종지 못 채우면 고추냉이로 한 종지 채우고 그렇게 섞어가며 가끔 회에다가 찍어먹을 만한 글이라도 써 내려가면 그건 또 그것대로 찾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그게 나의 맛이라면 나는 이제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
거실에서 다른 이야기꾼이 만든 이야기에 푹 빠져있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다.
그리고 꿈에서 생생하게 그려진 이야기의 플롯이 눈을 뜨고 찬물로 세수를 할 때까지 지워지지 않았다.
금세 내용을 노트에 적어 메모하고 또다시 들떠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재능이 없지만 재밌어하는 일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 생업으로 하는 일도 사실 그렇게 재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입에 풀칠이라도 할 돈이라도 주는데,
글쓰기는 왜 나의 손끝을 다시 간지럽히는지 정말 알 수 없다.
부담 없이 새로운 이야기로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그때까지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