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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리 Dec 10. 2021

밥을 잘 챙겨 먹자

내 몸은 내가 챙겨야지

전날 밤 영화를 보면서 맥주 한 캔,

아니 두 캔이나 마시고 잤더니 정말 늦게까지 잤다

오후 12시가 되어서야 겨우 깼으면서도

건조한 눈을 반쯤 떠 핸드폰 알림을 확인하고선 다시 잠을 청했다

두어 시간 더 자면서 그 와중에 또 꿈도 꿨다

꼭 이렇게 잠깐 깼다가 다시 자면서 꾼 꿈은 생생하게 기억이 나더라

늘어지게 잠을 자다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는

아, 오늘 하루도 다 갔구나 하면서

얼마 남지도 않은 2021년의 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냈다는 죄책감이 밀려온다

창 밖을 보니 해가 아직 쨍쨍하고 날이 너무 좋다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갑자기 억울해진다

이렇게 좋은 날에 집에서 잠이나 자고 있었다니

밖에서 뭐라도 해야만 할 것 같은 날씨다


혼자 살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밥 챙겨 먹는 일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식욕이 왕성했었던 나지만

요 근래 들어서는 식욕보다 수면욕, 게으름이 더 우선시 되면서

하루에 세 끼는커녕 두 끼도 겨우 먹을 정도다

특히 퇴사 후 백수생활을 하면서는 식사 시간이랄 것이 따로 없어서

그나마 이전에는 점심이라도 꼬박꼬박 챙겨 먹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없다

너무 허기져서 움직일 힘도 없을 때쯤 겨우 두유 한 팩을 수혈해주고

겨우 얻은 에너지로 끼니를 차려본다


쌈디나 코쿤, 슬리피 등등?

누구였더라, 겨우 김밥 반 줄 먹고 하루 종일 생활하는 연예인이 있었는데

티비에서 나오는 소식가들의 이야기가 별로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내가 지금 그러고 있다

난 사실 먹스타그램을 열심히 하던 자타공인 미식가인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먹는 게 귀찮다니

체중조절용으로 프로틴 파우더를 먹는 게 아니라

끼니 챙겨 먹기 귀찮아서 대충 그걸로라도 영양분 섭취를 해본다

살이 너무 많이 빠져서 어딜 가든 왜 이렇게 말랐냐는 소리를 듣는다

예전에는 그렇게도 빼고 싶던 살이

이제는 그렇게도 찌고 싶다

근데 너무 어렵다, 빼는 것도 찌는 것도 맘대로 되는 게 없네


사실 알고 있었다

내가 무기력한 하루를 보내는 이유도 다 밥 때문이다

밥을 제대로 안 먹으니깐 움직일 힘이 없는 거다

무기력함에 잠식되지 않도록 밥을 잘 챙겨 먹자

나의 보호자는 나니깐

스스로를 잘 챙기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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