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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다 이야기 Feb 19. 2024

계절 변화의 경이로움

오늘은 2월 19일, 절기 상 우수에 접어든다.

우수는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과 개구리가 놀라서 깬다는 경칩 사이에 있는 절기로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 즉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을 맞았다는 뜻이다.

스페인으로 이민오면서 몇 년 째 텃밭 농사를 짓고 있다. 

상추, 깻잎, 토마토, 양파, 애호박, 단호박 등 식재료를 직접 키워먹으면서 농부님들의 수고와 자연의 감사함을 아주 깊이 느낀다.

시기가 늦어도, 빨라도 씨앗의 싹이 트지 않으며 햇살이 너무 뜨거우면 타버리고 같은 씨앗도 작은 화분과 큰 농장 땅에 심었을 때 자라는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씨앗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니고 어떻게 자신의 자리를 잘 알아차리고 그에 맞도록 사이즈를 조절하는지....

때가 되면 어떻게 알고 세상 만물이 약속이나 한 듯 기가 막히게 움직이는지.. 계절의 흐름에 따른 변화 역시 참 신비롭다. 

내가 살고 있는 스페인, 그 중에서도 북서쪽 끝에 있는 갈리시아 지방은 유럽의 서쪽 끝인 만큼 해가 가장 늦게 뜨고 늦게 진다. 스페인의 점심식사 시간이 오후 두시 반, 저녁식사 시간이 밤 9시 반인점을 보면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따라 살아가는 패턴이 형성되는것을 볼 수 있다.  삶의 패턴과 문화, 사람들의 성향까지 자연의 영향을 참 많이 받는다. 

지난 달에 다녀온 동유럽의 나라 헝가리는 스페인과 세시간 반이 떨어져 있지만 같은 시간대를 사용한다.

오후 네시가 되니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곳 사람들의 삶의 패턴은 스페인과는 확연히 다르겠지.



아침형 인간을 지향하는 나는 스페인에서 살아가는 내내 일찍 일어나기 위해 싸우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해가 늦게 지는 만큼 밤 늦게까지 깨어있고 아침에도 천천히 일어나는 이곳 사람들, 남편의 패턴에 따라 밤 늦게까지 있다 보면 아침에 일어나기가 참 힘들다. 

남편이 출근한 뒤에도 약 30분정도 미그적 거리다가 겨우 일어나 자책하기를 반복한다. 

오늘 아침, 지나 달에는 어두웠던 시간인데 이미 해가 떠서 햇빛이 내리쬐고 있다. 

와, 봄이다. 

점점 일조량이 늘어나고 겨울내 차갑게 얼어있던 땅이 부드럽게 녹고 땅 속의 씨앗이 깨어나는구나.

점점 더 강해지는 햇살을 받아 뜨거운 여름의 고지가 올 때까지 만물은 성장하겠지. 

자연 계절학인 명리학을 배우고 그 변화를 관찰하면서 음양의 조화와 계절, 오행이라는 기운의 신비함을 깊이 느낀다.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변화들을 다 관찰하고 학문으로 만들어 냈을까....  참 신기하다. 

요즘 사람들보다는 훨씬 더 똑똑했을 것 같다. 


이번주에는 잠들어 있는 씨앗을 꺼내 발코니에 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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