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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이 Dec 26. 2023

류이치 히라코 전시, 자연과 인간의 경계를 말하다

2023 연말 전시 추천

자연과 인간 두 가지 객체의 ‘삶’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작가 유이치 히라코의 전시 ‘Journey’가 space k 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해외에서 참여한 가장 대규모의 전시라고 한다. 작가에게 특별한 전시인 만큼 공간 전체의 흐름을 이끌어 나가는 작품에 대한 기획력이 돋보인다.


#Journey 자연과 인간의 여행은 어떻게 다를까?

이번 전시 Journey의 컨셉은 ‘자연과 인간의 여행’이다. 자연과 인간의 여행은 경계에 대한 차이를 보인다. 자연의 시작점으로 상징되는 씨앗은 바람에 흩날리거나, 새의 깃털에 숨겨진 채 자유롭게 이동면서 경계를 확장시키는 여행을 한다.  자연의 여행은 경계가 없다. 반면, 사람은 편안함을 느끼는 경계 내에서 여행을 한다. 이념 체재로 나누어진 국가 간 경계가 있어 여행이 자유롭지 않다. 사람의 여행은 경계가 있다.


(좌) The Journey(Traveling Plants), (우) Lost in Thought 112~115


유이치 히라코는 자연과 인간의
대비되는 모습을 예술로 표현한다.
 
그래서 작품 속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찾아보고 사유하는 재미가 있다.



확장과 팽창의 한계를 두지 않는 자연에 반해 그 한계가 뚜렷한 인간.. 인간은 그런 자연의 위대함을 바라보면서 자연 처럼 되고자 하거나 혹은 신처럼 그 위에 서고자 했다. 인간은 더 위대해지기 위해 자연을 이용했다. 인간에게 맛있고 영양이 풍부한 과일을 만들기 위해 자연 개체의 품종을 개량하고, 석유를 연료로 쓰면서 이동에 대한 제약을 극복했다. 오로지 인간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자연을 사용하면서 인간은 자연의 많은 영역을 인공으로 만들어 버렸다.


확장의 경계를 두지 않던 자연은 이러한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경계가 파괴되었고 영역이 좁아졌다. 인간이 만든 인위적인 인공물은 자연에 여러 가지 문제를 낳고 있다. 무분별한 플라스틱과 합성섬유 생산 등으로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지구의 평균 기온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고, 북극곰의 터전은 사라진다.


그렇다면, 이런 급박한 상황 속에서 인간은 자연의 사용을 즉각 멈추어야 할까? 아니다. 인간은 결코 자연의 활용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자연 속에서 생계를 이어나가는 종족이기 때문이다. 자연이 파괴되고 있는 시점에서 앞으로 우리가 던져보아야 할 질문은 ‘어떻게 자연을 활용하면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게 될 수 있을까?’가 되어야 한다. 유이치 히라코의 작품을 바라보면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인간의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트리맨의 의미

유이치 히라코의 작품에는 얼굴은 나무 몸은 사람인 혼종 캐릭터가 계속 등장한다.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은 이 캐릭터를 트리맨이라고 부른다. 트리맨은 자연과 인간의 가운데에 위치하여 두 객채를 잇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작품마다 트리맨의 모양이 달라지는데 어느 작품에서는 우울한 감정이 표현되어 그로데스크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또 어느 작품에서는 편안하게 휴식하는 모습에서 여유가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이런 트리맨의 변화가 자연과 함께하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그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본다. 광활한 자연 속에 위치하고 있어도 인공으로 만들어진 도심의 걱정을 잊지 못하는 트리맨이 있는 반면, 자연 그 자체를 바라보며 휴식하는 트리맨이 있다. 인간이 마음속에 지닌 여유, 혹은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자연은 그 모습을 바꾸게 된다.


(좌) Memories of My Garden, (중) The Journey(Traveling Plants), (우) Lost in Thought 65


#시선이 가장 오래 머문 작품

전시 작품 중 Lost in thought 64 에서 시선이 가장 오랫동안 머물렀다. 들판 한가운데 홀로 서 있는 트리맨, 어딘가 쓸쓸해 보인다. 나는 트리맨을 내 상황에 이입해보고, 그림을 위와 아래 두 가지 구분을 나눠 감상했다.


내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면 윗편 까만 하늘은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도시(일상)이고, 아래는 자연(비일상)으로 해석했다. 도시인이 도심을 떠나온 여행 중에 마음속 혼란을 마주한다. 자연에 속해 있으나, 마음은 딴 곳을 보는 듯하다. 직장에 남겨두고 온 일에 대한 걱정,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갈등에 대한 고민 그의 머릿속은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몸은 자연에 속해 있지만 정신은 자연에 속해 있지 않은 상황이다.


걱정의 블랙홀에 빠져 있는 트리맨을 꺼내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트리맨을 꺼내어 손가락으로 집어 인간의 손결로 손상되지 않는 자연 속(아래 들판)으로 튕겨낸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준다.


“가끔은 자연에 그대로 속해도 된다. 너는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Lost in Thought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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