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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이 Jul 13. 2024

낯선 일본인과 술 한잔하기

현지인 친구 사귀기

아사쿠사의 센소지 사찰에서 기도의 의미를 생각하다

도쿄 여행의 첫째 날 도시를 제대로 둘러볼 여유가 없어 아쉽게 시간을 흘려보낸 우리는 둘째 날을 일찍이 시작했다. 6시 졸린 눈 비비며 일어나 서둘러 씻고 필요한 짐만 챙긴 채 숙소 밖을 나왔다.


우리가 아침 일찍부터 향한 곳은 아사쿠사에 위치한 센소지 사찰이다. 센소지는 도쿄에서 가장 유명한 사찰로 특히 마루 천장에 매달린 붉은색의 커다란 등이 유명하다. 사찰 주변에는 먹거리, 기념품을 파는 상점가들이 즐비하고 있다. 도쿄 내에 위치한 가장 큰 사찰이란 특수성으로 인해 늘 관광객의 인파가 몰리는 곳이다.

사찰로 향하는 정문을 들어서면 사찰까지 일자로 뻗어 난 길이 나온다. 오전 일찍이 도착한 탓에 다행히 거리는 부산하지 않다. 가볍고 평온한 마음으로 천천히 이곳을 산책했다. 빨간 등대를 배경으로 몇 장의 사진을 남겼다. 친구와 내가 돌아가면서 사진을 찍는데, 서로의 사진 찍는 실력이 그리 탐탁지 않다. 발 끝을 맞춰라, 너무 멀리서 찍지 마라 서로에게 핀잔을 준다.


사찰 본관엔 동전을 던지고 기도하는 공간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찰을 둘러보며 경건해진 마음으로 이곳에서 기도 의식을 올린다. 세계 각지에서 사찰을 방문한 사람들의 바람과 욕망이 한 데 모인다. 건강, 재물, 평안 등 기도의 제목은 다양할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과제가 버겁게 느껴질 때, 사람들은 신을 찾는다.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기도로 발현되는 것이다. 기도를 통해 신을 만난 인간은 살아갈 원동력인 희망을 품는다. 확신은 없지만 앞으론 잘될 거라는 희망을 붙잡은 채 다음으로 마주한 현재를 살아갈 것이다.


아사쿠사 센소지 사찰에서



후글렌 커피, 북유럽식 커피 내 스타일인데?

사찰을 빠져나온 뒤, 약 600미터를 걸어 후글렌 커피에 들렀다. 뚜벅이 여행을 하며, 잠시 지친 무릎과 발을 쉬어 간다. 뜨아, 아아 한잔씩을 시키고, 자리를 잡았다.


매장 안은 일찍이부터 사람들로 분주하다. 북유럽식 커피의 풍미를 전하기 위해 분주하게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있는 바리스타, 긴 줄을  형성하고 있는 고객을 상대하는 카운터 점원, 그리고 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 모두 이 공간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주문한 음료가 나오고 커피 한잔을 천천히 비웠다. 내가 선호하는 산미 가득 과일향이 느껴지는 커피다. 잠을 많이 청하지 못해 구겨지고 찌뿌둥한 몸이 커피라는 물약을 받아들여 정돈된 상태로 돌아오는 느낌이다. 다시 걸어볼 시간이다.



후글렌 커피 아사쿠사점


우에노 공원, 이제 동물원 방문이 불편하다

지하철을 타고 우에노역에서 내료 공원을 방문했다. 우에노 공원은 크기가  53만㎡ 에 달한다. 흡사 맨해튼의 센트럴 파크를 연상케 했다. 공원 안에는 미술관, 동물원 등 각종 문화시설이 위치해 있어, 시민들이 손쉽게 문화예술에 접근할 수 있다.


친구와 공원의 신선한 공기를 느끼며, 나란히 걸었다. 즉흥적으로 동물원이 가고 싶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입장권을 구매해 동물원으로 입장했다. 규모가 상당했던 이 동물원에는, 전 세계 각지에서 서식하는 동물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중국의 판다, 마다가스카르의 원숭이, 펠리컨 등이 살아가고 있다.


수많은 동물 중에 가장 인기가 많은 종은 판다이다. 일본 판다의 인기는 한국의 인기와 비슷하다고 한다. 나이가 어린 작고 귀여운 판다를 보기 위해서 30분 이상 긴 줄에 서 대기 시간을 가졌다. 기다린 만큼 충분한 보상을 기대했지만, 이 작은 판다는 이런 사람의 마음을 아는지 교활하다. 내가 방문했을 당시, 대나무 뒤편에서 몸을 가리고 낮잠을 청하고 있었다. 대나무 잎 사이로 비치는 희고 검은 털의 실루엣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어본다.


반려견과 함께 생활한 지 언 5년이 된 나는 이상하게도 동물원 방문에 불편한 마음이 한켠에 자리했다. 광활한 자연에서 뛰어다녀야 할 생명체가 철장에 갇혀 지내고 있는 게 마음이 불편했다. 동물원을 만든 인간의 행동은 인간 종의 기쁨을 생산하기 위해서라면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인가? 혹은 동물들의 객체수 번성과 생명 유지를 위해 인간의 개입은 필수불가결인가? 마음속에서 양면성을 가진 질문이 동시에 떠오른다.


아기판다 실루엣
우에노 동물원의 동물들


아메야 요코초, 낯선 일본인과 한잔하기

넓디 넓고 넓디 넓은 동물원을 한 바퀴 돌고,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전통시장 아메요코 상점거리를 찾았다. 서서 간단히 먹을 먹거리가 많았다. 어디서 배를 채워야 할지 이곳저곳을 두리번 거린다. 거북이처럼 목을 쭉 빼고 식당을 찾고 있었던 나와 친구를 발견한 한 일본인이 우릴 바라본다. ‘오이시’.  길거리 이자카야의 객인이 우리를 부르는 소리다. 우리는 그의 유쾌함에 이끌려 무작정 그곳에 들어갔다.


여행을 할 때면 언제나 현지인과 나누는 대화가 즐겁다. 서로 다른 문화를 교환하는 과정이 나에겐 큰 즐거움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함께 웃고 떠들며 술잔을 부딪혔다. 일본, 한국 연예인의 이름을 말하면서 함께 아는 사람이 나오면 물개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다음날 야구장을 갈 거라는 우리의 말에 새롭게 사귄 그 일본인 친구는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응원가를 경쾌한 목소리로 따라 부르며 율동을 알려주었다. 사케 한잔으로 취기가 돈 우리는 그의 경쾌한 리듬에 맞춰서 응원가를 따라 한다.


낯선 일본인과 한잔


모헤지 몬자야키가게에서 좋은 친구에 대해 생각하기

새롭게 만난 일본인 친구들과 2차 몬자야키 가게인 ‘모헤지’로 향했다. 일본 맥주 호피를 시켜 몬자를 즐겼다. 몬자는 우리나라의 전과 같은 음식이다. 여러 가지 재료를 반죽에 넣고, 그릴에 얇게 펴서 구워낸다.


일본 친구들은 우리의 여행에 대해 궁금해했다. 왜 도쿄를 방문했는지, 무엇을 할 예정인지 등 많은 질문을 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이어 가던 중 나와 친구가 중학교 때부터 이어온 사이라는 말을 하니, 그들의 관계도 그러하다 했다. 6개월 만에 만났는데,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사이라고 한다.


구글 번역기를 쓰며, 대화를 나누었는데, 한 문장이 나의 감성을 후려 팬다. “그게 좋아(이런 관계가 좋아)”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어색함이 없는 관계가 좋다는 얘기다. 여행에 함께한 고마운 친구 성훈은 나에게 ‘그게 좋은’ 지점이 있는 존재이다. 억지로 대화를 꺼내지 않아도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한 친구, 늘 함께 있으면 아이같이 행동하게 되고 바보같이 낄낄 웃고 웃기는 존재.


내가 멋져 보이지 않아도 되는 격식이나 허례허식 없이 편안한 그게 좋은 관계. 그 자리에서 그의 존재에 대해 진심을 다해 감사했다. 도쿄 여행을 가자는 급 제안에 함께해 준 고마운 친구 성훈과 오랫동안 ‘그게 좋은 관계’로 남았으면 좋겠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게 좋은 ‘ 관계로 말이다.


일본식 전 몬자야키
구글 번역기 "그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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