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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소중한 인생으로 대할 것

일에 대한 의미

by 거북이

얼마 전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는 책을 집필한 최인아 작가의 강연에 다녀왔다. 작가는 내가 하고 있는 광고 분야에서 탑이라 할 수 있는 제일기획에서 여성 최초 부사장을 지냈고, 지금은 선릉에서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강의에 참석했을 때, 일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져 있는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일을 즐기고 있지 않은 자신을 보며, 내가 위치한 상황을 한탄스레 바라보았던 것 같다. 여러 브랜드의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하다 보니 늘 무언가에 쫓기고, 집중하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보았다. 나는 브랜드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이 일이 과연 나에게 잘 맞다고 할 수 있을까? 생각의 늪에서 허우적댈 때, 현실을 외면하고 도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디로 도피해야 할지 정답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작가는 울림을 주는 관점을 제시했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커리어를 유지하고, 사회적 성공을 이룬 비결은 무엇인가요?”라는 참석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광고 일이 처음부터 좋아서 20년 이상 일을 지속한 건 아니에요, 당시 80년대에는 여성을 받아주는 곳이 없었고 나에겐 대안이 없었습니다. 저는 늘 사회에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광고업은 그게 보이지 않아 힘들었어요. 그런데 대안이 없는 것이 성장의 원동력이 되더군요. 내가 위치한 자리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죠. 그리고 맡은 일을 잘 끝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저도 일의 의미를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신으로 인한 불안이 생겨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이 시간이 쌓여 일하는 나의 정체성을 만들어 내었어요. 긴 시간이 지나 ‘나는 연결을 좋아하는 사람’이다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광고 업에 있을 때는 광고주와 고객을 연결했고, 지금은 작가와 독자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죠.


대안이 없을 때, 자신이 위치한 자리와 상황에서 불평하지 않고 스스로 답을 찾은 작가는 그가 정한 생의 이정표를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으로 비쳤다. 그를 바라보며, 과거의 나를 반성했다. 그동안 겪고 있는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한 방법을 상황 밖에서만 찾았다. 제안서를 마감하기 위해 데스크에서 씨름하며 밤 새울 때, 사무관계에 사소한 말다툼이나 갈등이 생길 때 ‘정답은 내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였다. 내가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여기 이 조직에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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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빨리빨리 변하는 도심의 오피스에서 기획일을 하고 있는 거북이. 거북이는 느리게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 글을 쓰고, 느림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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