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불쾌한 순간
실패 좌절 절망의 순간
온 마음을 쏟았지만 쓰레기 취급당하는 순간
내가 내 작품을 쓰레기 취급하는 순간
주제넘은 생각을 가지고 큰코다치는 순간
별거 아닌 벽을 혼자서만 넘지 못할 때 너무 빠른 포기를 생각한 순간
아무 반응과 성과가 없지만 인내해야 하는 순간
'순간'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그것들이 그저 잠깐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 고약하고 지긋지긋할 순간들이 언제나 그랬듯 찾아올 수 있다. 그러니까 이건 내가 재밌으니까 선택한 예술을 하기 위해선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 고약한 샌드위치를 기꺼이 먹어가며 작업을 계속해서 해 나갈 용기가 나에게 있는가. 그 정도로 충분히 사랑하는가.
내가 예술을 하고 싶은 이유를 자꾸만 해명해야 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사실 예전부터 그러니까 예술고등학교를 진학하고 작가라는 직업을 하고 싶다는 소중한 생각을 키우기 시작했는데 그걸 절대 내보이려 하지 않았다. 아무나 못 가지는 꿈이라 생각했고 그 꿈을 가진 나는 너무나 평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이 길 밖에 없는 것 같았다. 이게 아니면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다행히 지금까지 그 꿈을 꾸고 있는 걸 보니 용기가 아예 없진 않은가 보다.
내가 예술을 하고 싶은 이유는 찰나를 사는 동안 그 순간을 가장 의미 있고 재미있게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되도록 자유로워야 하며 자유로운 예술은 모든 창조를 가능케 한다. 나는 자유를 가장 추구한다. 내가 꽉 막힌 환경에서 자라거나 모든 욕구를 억압받아온 건 아니지만 내가 생각하는 자유의 기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나'로서의 자유. 창조의 결과물이 세상을 바꾸진 못해도 적어도 나에겐 의미 있는 일이며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임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