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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팡 Nov 03. 2023

빵을 태워버렸다

 바보같이 빵을 전자레인지에 2분이나 돌렸다. 연기가 집안을 가득 채웠다. 불이 안 난 게 다행이다. 내가 빵하나에 2분씩이나 돌려버린 것에 대한 변명을 하자면.. 다 이유가 있지만 하지 않겠다. 어이없고 바보 같은 실수에 헛웃음이 난다. 연기가 집 안을 가득 채울 때까지 이상함을 못 느꼈다니. 이렇게나 멍청할 수가! 불이 안 나서 사소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 사소한 순간으로 아빠랑 통화도 하고 언니랑도 통화했다. 친구한테도 "진짜 어이없지ㅋㅋ" 하면서 말해주었다. 근데 조금 기분이 이상하다. 친구한테나 가족한테나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지금 시간에 컵라면을 먹을까 말까라던가 내가 빵을 2분이나 돌렸어! 같은 것 밖에 없는 걸까. 관계가 깊지 않아서도 아니고 내가 그들을 믿지 못해서도 아니다. 그런데 나는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할 수 없는 말들이 더 많다. 그리고 이렇게 가벼운 이야깃거리는 생각보다 자주 생기지 않는다. 그러니까 나는 말을 잘 걸지를 못한다. '빵을 태웠다' 이따위 말밖에 편하게 할 수 있는 게 없다. 무엇이 겁나서 그런 걸까. 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겁이날까. 왜 빵 하나 태워먹은 거 가지고 지금 이렇게 별 유난을 다 떨고 있나. 빵을 2분이나 돌려 불날 뻔한 일이 반가울 만큼 삶이 무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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