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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naC Oct 01. 2016

나다운 게 뭔데?

그림으로 공감하기.

스투키란 식물이 공기정화에도 좋고

손도 많이 가지 않는데서

구입하고 책상 근처에 두었다가 한 달 만에 싹 시들어버린 걸 보며

나답지 않게 무슨 식물을 키우려 했나- 싶어서

이미 시든 식물에게 미안해졌다.









내 이미지를 스스로 생각해보자면

활기찬 느낌 정도인 것 같다.

그렇게 여성스럽지도 않고, 세련된 도시 여성은 더더욱 아니다.


하이힐은 바라만 봐도 좋고

조용하게 커피 마시며  책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많은 날들을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백팩이나 에코백을 매는 걸 좋아한다.


네일 샵 한번 가보지 않고 기분 내킬 때마다 

셀프 네일아트나 슥슥 해보고 만다.

피부 관리도 안 받아보고 

마사지샵 대신 운동 가서 스트레칭 열심히 하는 정도...?


일할 땐 음악 들으며 조용하게 하고

사실은 자주 부정적이고 걱정도 많으면서

사람을 만나고 놀 때만큼은 재밌고 시끌벅적한 게 좋다.



예전에 일했던 회사에 같이 근무했던 여직원은 

예쁘고 여성스러운 친구였다.

자리는 늘 깨끗했고 작은 향수가 놓여 있었으며

화장실을 갔다 오면 항상 핸드크림을 발랐고 

자리엔 다육식물이나 작은 화분을 가꾸곤 했다.


그에 비해 내 자린

간식 먹고 그림 그리느라 지우개 가루, 부스러기 투성이었다.

핸드크림은 끈적여서 별로 좋아하질 않았고

향수도 좋아하질 않아 브랜드도 잘 몰랐으며

근무를 마치면 몸만 쏙 빠져나가는 게으름뱅이 그 자체였으니.



여성스럽지 못하다는 게 사실 부끄러울 때가 있다.

아기를 보면 예쁘다고 다가가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난 함께 좋아하는 척을 하곤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성애도 없는 차가운 여자 취급을 받을까 봐.

사실 아기가 싫은 게 아니라 조심스러워서 바라만 봐도 불안하다.

괜히 다가갔다가 빼액 울기라도 하면 미안하고 ㅜㅜ


꽃을 배우는 친구가 멋져 보여서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배워볼까-. 란 생각을 해봤다.

단순히 내가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남도 하길래.


웃긴 게 또 아주 싫은 것도 아니고 아니고 그냥 조금 관심이 덜 가는 것뿐이다.

그런데도 길을 걷다 마주친 꽃집에서 예쁜 화분이 있으면

다들 너무 예뻐- 하길래 

나도 같이 응 맞아 너무 예쁘다- 하고 좋은 척 호들갑을 떠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실 난 다육식물보다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열리는 방울토마토나 바질 같은 화분이 더 좋단 말이다.



내가 이상한 걸까? 내가 너무 왈가닥인 걸까? 란 생각에

난 왜 일반적이지 못하게 남들이 좋아하는걸 그다지 안 좋아하고

또 그게 이상해 보일까 봐 좋아하는 척을 하는 게

되려 더 이상해 보인다.


이런 가면, 저런 가면을 쓰고선

모나지 않을 정도의 감정을 유지하는 게 과연 맞는 걸까?



나답게 살자는 말이 달콤하고 멋진 말 같지만

나답게 사는 게 힘든 것 같다.


로맨스 소설에서 나오는 

"너답지 않게 왜 이래!"

"나다운 게 뭔데!!"

이 대사는 정말 몰라서 물어본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스투키는 그렇게 가버렸지만

언젠간 먹고 말겠다며 씨부터 키운 레몬나무는 너무나도 잘 자라고 있다.

여전히 책상은 난장판이지만 그 안에서 나는 지식을 쌓고 실력을 닦고 있다.

향수는 몰라도 바디샴푸는 좋은 향기를 고르고

나쁘지 않은 향기를 뿜지는 않겠지 뭐.


이런 걸 보면

나답게 사는 게 힘든 것 같다면서도

나름대로 나답게 사는 것 같기도 하고...

어렵다 나다운게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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