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 잘 지내.

나에게 묻는 안부

by 술술

“잘 지냈어? 결혼해”

자주 연락하지 않던 사람에게서 연락이 온다면, 30대에는 옛 애인이 아닌 이상에야 결혼 소식일 확률이 높다. (아, 자신의 결혼 소식을 알리는 쓰레기 같은 옛 애인일 수도 있겠구나!)

나는 20대, 30대 초반까지 그런 사람들이 불편했다. 얼굴도 참 두껍다. 얼마나 부를 사람이 없으면 날 부르지. 그럴 바에야 결혼식 규모를 줄이면 되지 않나. 나는 적당히 일찍 가고, 적당히 식을 보다가 집에 왔다.

그런데 난 그런 사람들에게 저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저 사람들은 저럴 때라도 나에게 안부를 묻는데 난 나에게 안부를 물어본 적이 있니? 나는 나랑 가장 가까운 사이이고, 매일 붙어있는 사이인데 제대로 물어본 적이 있는지 기억이 없다.

나는 요즘에서야 조금씩 나에게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뭘 하기 싫은지. 그 시작은 결혼과 퇴사였다. 다니던 회사가 어려워졌는데 공교롭게도 결혼 준비를 하던 때라 퇴사를 결정했다. 할 일이 없어지고 나니, 하고 싶은 일을 뭔지 모른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후로 아주 작은 호기심이라도 생기는 일들을 야금야금 해보고 있다. 그렇게 나는 내가 찾은 것 중에서 되도록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하고, 싫어하는 것들은 하지 않으려고 하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6시에 일어나 스트레칭하고, 8시쯤엔 아침을 먹는다. 첫 끼는 가장 좋아하는 걸 먹어야 행복해진다는 생각이라, 보통 과일과 빵을 먹는데 어떤 빵을 먹을지는 어젯밤에 미리 생각해 놓는다. 얼린 빵을 꺼내놓고 스트레칭하면, 스트레칭이 끝날 때쯤엔 딱 먹기 좋게 해동된다. 기다리는 그 시간이 얼른 지나가길 바라면서도 설렌다. 약속이 있지 않다면 책을 읽거나, 유튜브를 보고, 신랑과 점심을 챙겨 먹고 같이 넷플릭스를 본다. 저녁이 되면 샤워하고 운동하고 내일 아침에 무얼 먹을지 상상하며 기분 좋게 잠든다. 아마도 요즘의 나는 제법 평안한 날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잘 지냈어?생일 축하해”

나는 친구들에게 안부를 잘 묻지 않는 편인데, 별일 없이 연락하는 것이 좀 쑥스럽기도 하고 잘 지내고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일 거다. 나는 내가 잘 지내고 있으리라는 믿음에 나에게 안부를 묻지 않았던 것일까?

이런 나도 1년에 1번은 친구들에게 연락하는 날이 있다. 친구의 생일. 쑥스럽더라도 연락하고, 고민 끝에 선물을 고른다. 이때는 제법 긴 메시지를 보낸다. 나는 요즘 생일이 점점 좋아진다. 친구의 생일도, 나의 생일도.

축하와 선물도 좋지만, 공식적으로 안부를 물을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친구에게도 나에게도.

한 살 많아진 내가, 한 살 어린 나에게 묻는다.

“1년 동안 어땠어? 수고했어. 나도 앞으로 1년 잘 지내볼게.”

이제는 갑작스럽게 연락해 오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다. 몇 년 만에 결혼 소식을 전하더라도 나는 그런 사람들이 반갑다. 친하지도 않은 사이에 연락하기까지 얼마나 고민이 많았을까. 축하가 뭐 친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건가. 좋은 일에 축하할 사람은 많으면 좋은 거지.

나는 웬만하면 일찍 가서 신부대기실에서 사진을 찍고, 끝까지 식을 보고, 앞줄에서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이제는 차라리 갑작스럽게 오는 연락이 결혼 소식일 때 다행스럽기도 하다. 40대가 되니, 갑작스럽게 오는 연락은 결혼 소식일 때보다 부고 소식일 때가 잦아진다. 물론, 이런 연락은 친한 정도와 상관없이 더욱 참석하려고 한다. 슬프고 힘든 날에는 누구라도 필요한 날이니까.

그리고 안부를 쓸데없이 더 자주 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일수록, 아끼고 싶은 사람일수록. 그러니까 평생 나와 함께 할 나에게는 더욱 자주 물어야 한다.

“오늘도 잘 지냈어? 나야!”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 폴더는 비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