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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Jul 06. 2021

우주를 상징하는 판테온 신전에서 고대신들을 만난다.

베네치아 광장, 조국의 제단, 트라야누스 포룸, 수프라 미네르바 성당


  로마제국의 영광이 남아있는 포로 로마노, 르네상스 시대 미켈란젤로 미학이 담긴 캄피돌리오 광장, 로마시대 서민주택 유적지인 인술라로마나를 인상 깊게 돌아보며, 그 길을 따라 내려오면 로마 중심부인 베네치아 광장에 도착한다. 

  베네치아 광장 정면인 북쪽이 코르소 거리이고, 우리가 내려온 캄피돌리오 광장이 조국의 제단 남쪽에 있는 셈이다. 베네치아 광장에서 캄피돌리오 광장으로 오르는 관광코스가 많이 애용되지만 우리는 반대 코스로 돌았다.



베네치아 광장 (Piazza Venezia)과 조국의 제단 (Altare della Patria)

  베네치아 광장은 1871년 이탈리아 통일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됐다.

조국의 제단은 이탈리아를 통일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를 기리기 위한 곳이다. 건축가 주세페 사코니 설계로 1885년 착공, 1911년 완공됐다. 

초대 국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Vittorio Emanuele II Monument)인 조국의 제단은 신고전주의 양식의 백색 대리석 건물이다. 그 형태가 타자기를 닮아 '타이프 라이터'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조국의 제단 정면 계단 위로 무명용사 무덤이 있고, 중앙에는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마상이 위용을 드러낸다.



베네치아 광장은 테르미니 역과 함께 로마 교통의 중심지로 일명 '로마의 배꼽'이라 불리기도 하다. 

이곳은 로마 시내 주요 도로가 만나는 로터리다.

로마 도로는 아스팔트가 아니다. 

잡석을 깔아 만든 울퉁불퉁한 도로면으로 자동차 승차감은 쾌적하지 않다.


벤츠를 타고 바라본 조국의 제단

  조국의 제단 옥상 전망대에서 로마 시내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데, 이렇게 바라만 보고 지나쳐 가는 것이 종내 아쉽다. 저 계단에 여유롭게 앉아 로마인들처럼 담소 나누며 눈부신 햇살을 쬐고 싶다. 머물지 못하고 바삐 흐르는 순간들이 이어진다.

  숙소 출발 전, 오늘 하루 동안 로마 시내를 쓱 다 둘러본다는 가이드의 관광 스케줄을 듣고 놀랐을 뿐이니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로마 시를 물리적 거리로 치면, 벤츠 타고 여유롭게 드라이브 서너 번 하면 끝날 딱 좋은 코스다. 



트라야누스 포룸(Foro di Traiano)과 원주(Trajan's Column) 

트라야누스 포룸은 베네치아 광장 북동쪽 가까이 있다. 이곳은 고대 로마 황제 트리야누스를 기념하기 위한 포룸이다. 현재, 이 유적지에는 시장 부분과 원주만 남아있다.



  이 포룸은 원로원의 명으로 다마스쿠스의 아폴로도로스가 건설을 담당, 106년에 종결된 다키아 정복에서 나온 전리품으로 지어졌다. 트라야누스 포룸은 112년, 원주는 113년에 각각 준공했다.

  로마 시내 포룸에는 황제를 찬양하는 기념 건축물들이 가득하다. 이곳 포룸에도 하늘 높이 치솟은 둥근 원기둥이 남아 그 위용을 자랑한다. 이 원기둥은 트라야누스 황제의 다키아 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부조(미술 조각)들로 가득 차 있다. 


전쟁 서서시가 가득 새겨져 있는 트라야누스 원주

  포룸이란 광장의 기능은 물론 정치, 경제, 문화적 기능까지 수행한 복합구조물이다. 앞서 둘러본 포로 로마노의 포로도 포룸을 뜻한다. 황제는 자신의 업적을 기리고, 로마 시민들에게는 공공 편의시설을 제공함 셈이니 일거 이득(一擧二得)의 건축물인 셈이다. 



산타 마리아 수프라 미네르바 성당 (Basilica di Santa Maria sopra Minerva)

  미네르바 성당은 로마에 있는 유일한 고딕 양식 성당이다. 


성당 내부 사진: 위키백과

  이 성당도 초기 기독교 성당들처럼 미네르바 여신에게 바친 신전이었던 곳에 지어져, 이러한 이름을 그대로 갖게 됐다. 

  평범해 보이는 수수한 외관과 달리 성당 내부는 밝은 계통의 붉은색 서까래와 푸른색, 금도금한 별들이 그려진 아치형 둥근 천장이 화려하다. 

이는 19세기에 부흥한 고딕 양식이다. 

산타 마리아 수프라 미네르바 성당은 피냐 구획의 판테온인접한 작은 미네르바 광장에 있다.


  고대 로마인들이 사랑하던 수많은 신들도, 로마인들이 사라져 간 자리를 다른 이들 신에게 내어 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탈리아 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로마제국 유일한 후예가 아니라고 한다. 혈통과 역사로 봐도 현대 이탈리아인은 고대 로마인의 후손이라고 볼 수 없다.




판테온(Pantheon) 

판테온(Pantheon)은 그리스어인 ‘판테이온(Πάνθειον)’에서 유래한 말로, '모든 신을 위한 신전'이라는 뜻이다. 세계 최초의 돔 건축물이자 서양 건축사상 불후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위대한 문화유산이다.


판테온 정면
사진출처: 나무 위키

  판테온은 기원전 27년 아그리파가 올림포스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처음 세웠다고 전해진다. 

아그리파 집정관 때 처음 만들어진 건축 흔적이 석판에 그대로 남아있다.


판테온, 오벨리스크 마쿠테우스와 판테온 분수

  판테온은 모든 신들을 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설계와 최대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걸작품이다.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도 '사람이 아닌 천사의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고 찬양했던 건축물이다. 


  서기 67년 7월 로마 대화재로 판테온도 일부 훼손되었다. 다시 80년 판테온 신전에 큰 불이 났으나, 125년 하드리아누스 황제에 의해 재건됐다. 청동으로 된 거대한 정문과 석조 돔은 118∼128년경 하드리아누스 황제 때 지었던 원형 그대로 모습을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다. 지붕이 금으로 도금되어 있었지만 교황 우르바노 8세에 의해 없어졌다고 한다. 


  609년 판테온은 교황 보나파시오 4세에 의해 가톨릭 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ad Martyres)으로 개축되어, 중세를 거치면서 건축물 훼손을 막을 수 있었다. 

  르네상스 시대, 판테온은 무덤으로 사용되었다. 이탈리아 화가 라파엘로와 카라치, 황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움베르토 1세 등이 묻혀 있다. 현재, 가톨릭 성당으로 미사 집전과 종교 행사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판테온이라는 명칭은 오늘날 '국가적 영예가 있는 자에게 바쳐지는 건물'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판테온 후면, 남동쪽 부분 - 좀 더 먼 곳에서 찍었다면 위 돔 부분이 보였을 텐데, 아쉽다.


판테온 왼쪽


로톤다 광장,  오벨리스크 마쿠테우스와  판테온 분수(Fontana del Pantheon) 

  오벨리스크 마쿠테우스(Obelisco Macuteo)는 이집트 카이로 근처 헬리오폴리스의 태양신 신전 앞에 있던 것을 고대 로마로 옮겨온 것이다. 18세기 초 판테온을 장식하기 위해 다시 이 광장으로 옮겼다고 한다. 

이 오벨리스크의 높이는 6.34m로 이집트의 일반적인 오벨리스크들보다 작다.

  판테온 분수 위에 있는 오벨리스크에는 태양신과 파라오 업적을 찬양하는 기념비적인 글들이 새겨 있지만, 오벨리스크를 받치고 있는 기단에는 로마 교황 클레멘스 11세를 상징하는 문장이 새겨져 있다.

이집트 태양신을 위한 이 오벨리스크 마쿠테우스도 인간의 손에 끌려 이곳까지 와야 했으니, 이집트 인들  입장에서라면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하지 않을까!



  판테온 분수는 코모 델라 포르타가 설계했고, 레오나르도 소르마니가 조각한 여러 작품들이 장식되어 있다. 조각 장식을 가까이 가서 보면, 흉측한 모습이 무섭다기보단 흥미롭다. 귀엽다는 사람도 있긴 하다. 

이 정도 모습은 갖추고 있어야, 태양신을 잘 보필하려나! 




  판테온 내부는 여러 개 두꺼운 벽체가 둥글게 감싸 안은 돔 구조다. 벽에 창은 없다. 빛이 들어오는 유일한 통로는 둥근 천장 구멍에 있다. 태양 빛이 스며드는 이 천창은 '오큘러스'라 불리며, 신전 내부를 밝혀주는 유일한 자연조명이다.



  판테온 안으로 들어서면, 하늘로 부터 내리는 빛을 마주하게 된다. 고개 들어 그 빛을 향해 돔 천창(둥근 구멍)을 바라보는 순간, 고대 로마의 어떤 신과 교류하는 것 같기도 하고 신성하다는 느낌이 전달된다.  

  신기한 것은 판테온 천창으로 빗물은 들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운 공기는 위로 향한다. 판테온 철문을 닫으면 내부 더운 공기가 위로 상승, 천창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천창은 냉각과 통풍 기능이 있다. 폭풍이 불 때는 바닥 아래의 배수 체계가 천창 개구부를 통해 쏟아지는 빗물을 조절하기도 한다.

  지금이야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지만, 고대인들은 어떻게 이런 과학적인 현상을 응용하여 건축물을 설계하고 만들었을까? 혹, 고대 로마의 수많은 신들이 찾아와 알려주기라도 했으려나!


판테온 천장 구멍인 오큘러스로 들어오는 햇빛


판테온 내부 360도 돌아보기, 애니메이션


현재 미사가 열리는 가톨릭 제단 / 판테온에 안장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묘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건축물이 유구한 세월과 갖은 세파 다 견뎌내며, 이렇게 완벽하게 보존되어 왔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한번 왔다가는 인생은 덧없이 짧은데, 그 짧은 살아생전 어떤 사람들이 남겨놓은 예술품은 참으로 긴 세월을 무색게 한다. 그동안 판테온 신전이 품어 온 신들의 숫자도 이곳에 찾아와 경탄과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사라져 간 사람들 숫자만큼이야 할까!

  판테온 신전은 다신교였던 로마 모든 신들에게 바치는 신전이었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이곳에선 신과 인간이 함께 누워 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신도 많고 그 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인간들은 더 많았지만, 서로 균형을 이루며 함께 이곳에 머물기도 하고 스쳐가기도 했다. 혹시, 번개를 몰고 다니던 하늘 신 '제우스'도 아직 여기 머물지 않을까?

한 관광객이 판테온 성당에 관한 설명을 읽고 있다. 

  제우스 신과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건강하고 날씬하게 균형 잡힌 신체의 완벽한 비율을 보여준다.

당시 세워진 그리스 미학은 로마시대 미학이 되었고, 지금까지 유효하다.

  이도 참 대단하다.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의 완벽한 신체 비율이, 현재까지 모두 그렇게 닮고 싶어 하는 인간의 겉모습이라니! 이 비율 때문에 키 작은 동양인들은 괜히 위축되던 시절도 있었다.

  현대는 다양성과 개성을 중시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모습을 사랑하며 산다. 

그러나 그 바탕엔 로마시대 제우스 신과 비너스 여신의 멋진 비율과 아름다운 몸매가 그대로 요지부동으로 뇌리 속에 꽉 박혀있다.  

  당시 대부분 신들은 전지전능하진 않았고, 생김새까지 너무나 인간적이었다. 21세기에도 어떤 사람들은 그런 인간적인 신들을 만나고 싶어 한다. 주주와 레드루 처럼!



  판테온 돔은 건물 전체 높이의 정확히 반을 차지한다. 바닥에서 천창(원형 구멍)까지 높이와 돔 내부 원 지름은 43.3m로 똑같이 균형을 이룬다. 기둥 없이 두께 6m 벽체만으로 받치고 있어, 무게를 줄이기 위해 위로 갈수록 벽 두께가 얇아진다. 돔 가운데 뚫린 지름 9m 둥근 창으로 빛이 들어오면, 신전 안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판테온 돔에는 콘크리트가 사용됐다. 오늘날 같은 철근 콘크리트 기술이 없던 시절, 콘크리트 자체 무게를 견디도록 시공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돔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두께와 재료를 높이에 따라, 돔의 상하부 두께와 재료 배합을 모두 다르게 적용했다고 한다. 천장 사각 음각 문양도 하중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돔 하부 두께는 6.2m에 달하지만, 상부는 2.2m까지 줄어든다. 이런 작업 과정을 알고 나니, 판테온이 더 새롭게 놀라워 보인다. 판테온이 왜 위대한 건축물인지, 얼마나 특별한 인류 문화유산인지 다시 각인된다.  





  판테온의 그리스식 입구는 북쪽을 향하고 있다. 4세기경에 증축되었으며 코린트 양식 기둥이 웅장해 보인다. 터키 이스탄불의 아야 소피아 박물관과 함께 석조 돔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판테온 앞에서 바라본 로톤다 광장과 오벨리스크

  판테온 신전은 현존하는 로마 건축물 중 가장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 거대 돔 신전으로 지구 상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그리스에 파르테논 신전이 있다면, 로마에는 판테온 신전이 있다. 고대 건축물이 이토록 과학적이고 균형 잡힌 견고함과 아름다움을 전해주다니, 그 건축 미학이 놀랍다. 

오늘도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오벨리스크와 판테온 분수 앞에서 쉬어가기도 하고, 바삐 스쳐 가기도 한다.



https://bit.ly/2YK0C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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