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언어 레벨은 몇 단계?
'언어에는 생각과 감정과 의지가 반영된다.
나이가 들면서 성장한다는 것은, 내 생각을 표현할 나만의 언어를 늘려간다는 의미와 같다.
나의 언어를 가져야만 내 생각을 정확히 표현하고, 내 존재도 올곧이 드러낼 수 있다.' - 본분 285쪽
우리는 최근 인공지능 알파고가 인간처럼 딥러닝 하는 것을 보면서 혁명적 전환을 온몸으로 느낀다.
'이렇게 급격하게 발전하는 세계에서는 그에 맞는 변화된 개념이 필요하다'라는 『언어를 디자인하라』 책 속의 언어와 단어들이 모두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특히, '큰 글자 도서'를 쥐어 든 탁월한 선택으로 책에 시선을 빼앗기고 정신을 집중하기도 좋았다. 책이 무겁다는 사실도 내게 편한 자세를 허락지 않았으니 특별한 경험이기도 했다.
바른 자세로 책 속에 풍덩 빠져들긴 했는데, 스스로 헤엄쳐 나오긴 쉽지 않았다.
저자가 권하는 '7권의 개념사전'을 죽기 전에 만들어 보겠다던 생각도 금세 변해 버릴 것만 같아 두려웠다.
이미 타성에 젖어버린 언어의 바닷속을 오랫동안 유영해 오면서 남들과 다르지 않은 언어를 편하게 쓰며 살고 있던 탓이다.
'엄마', '맘마'라는 첫 단어를 뱉어낸 이후 얼마나 많은 단어들을 나열해 오며 살아왔을까.
남들과 같은 단어들을 꿰맞추며 살다 보니, 남들과 같은 사고, 남들과 비슷한 감정을 그대로 쏟아내며 어지럽게 살아온 것 같았다.
프롤로그_ 당신 언어의 레벨이 당신 인생의 레벨이다
성공이란 절묘한 언어 표현에 달려 있다. - 이탈로 칼비노
경지에 이른 깨달음도 중요하지만 거기서 나온 지혜가 어떤 언어의 옷을 입고 세상에 나오느냐가 성공을 좌우하다.
1. 당신이 사용하는 언어가 곧 당신이다 - 23쪽
꿀벌은 밀랍으로 집을 짓고 살지만 사람은 개념으로 집을 짓고 산다. - 니체
"때로는 잘못 탄 기차가 올바른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고 간다"라는 파울루 코엘류의 말처럼 작가 유영만은 사법고시 공부에 도전했던 전기용접공에서 교육공학 교수가 됐다.
한때, 전기용접과 발전 관련 언어로 가득 찼던 그의 머릿속은 잠시 고시 용어, 법률용어가 들어차기도 했지만, 잘못 탄 기차였다고 생각했던 교육 공학자의 길을 걸으면서 비로소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으면서 인문학적 사유를 기르기 시작했다.
언어는 생각의 옷이다
인문사회과학 책을 통독하면서 저자의 좁은 시야는 더 넓고 깊어졌다.
세상에는 순수하게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개체는 없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고 관계가 있다.
관계라는 언어로 세계관이 새롭게 채색되면서 저자 유영만은 사람과 세상이 이전과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2. 오해하지 않고 이해하는 법 - 35쪽
나만의 주체적인 언어가 있는가?
세상을 움직이려면 먼저 나 자신을 움직여야 한다. - 소크라테스
저자는 자신만의 언어를 갖기 위해 자신과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다른 생각으로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언어적 사유에 부단히 접속하면서 자신만의 사유체계를 만들어 갔다. 자신만의 언어적 집 짓기를 시작한 것이다.
“모든 편견은 내장에서 나온다.”
다른 생각은 다른 언어를 매개로 생성되고 표현된다. 익숙한 언어 사용에서 벗어나 다른 분야의 낯선 언어를 사용하면 낯선 사고가 잉태되기 시작한다. 글도 마찬가지다. 나만의 언어로 써야만 나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는 나다운 글이 된다.
3. 깊이 읽어야 생각도 깊어진다 - 51쪽
저자의 지혜가 끝나는 곳에서 우리의 깨달음이 시작된다. 그것이 독서다. - 장 그르니에
'지성의 폐활량'을 기르기 위해서는 깊이 읽고 그 책의 주장이나 메시지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야 한다. 다각적으로 질문하고 대입하면서 저자와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묻고 답해야 한다. 생각의 과정을 이어갈 때 지적 인내심도 생기고, 꼬였던 매듭이 하나둘 풀린다. 자연스레 지성의 폐활량도 향상된다.
새로운 문제는 새로운 언어로 해결된다
언어를 새롭게 창조하거나 기존 언어를 재정의하면 문제를 정의할 수 있고, 이제까지 없던 대안도 떠올릴 수 있다. 주어진 문제나 현상의 본질을 적확한 언어로 기술하고, 설명하며, 이해하는 것, 이것이 바로 '주체적으로 해석한다'의 의미다.
지능을 능가하는 지성, 지식을 뛰어넘은 지혜는 연결시켜 생각하는 '깊이 읽기'에서 시작된다. 타이핑하며 읽기는 공감되는 문장, 생각이 배치되는 주장에 밑줄을 친 다음 그 문장을 순서대로 타이핑하는 것이다. 여기에 느낀 점을 추가하면 읽기는 결국 쓰기로 완성된다.
[박용후의 퍼스펙티브 Perspectives(관점)] 언어는 인생이다. 완성되어 가는 인간으로 살기 위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언어를 제대로 알고 제대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 언어를 통해 관계를 만들기도 하고, 남의 지식을 이해하기도 하며, 남을 설득시키기도 하고, 내 생각을 미래에 남길 수도 있다. 언어에 대한 앎이 곧 사람에 대한 앎이다.
4. 대충 보니까 대충 생각할 수밖에 - 77쪽
내 아이들에게 당연히 컴퓨터를 사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책을 사줄 것이다. - 빌 게이츠
'읽기'와 '보기'는 다르다. 읽기는 사유를 가능하게 하지만 보기는 그렇지 않다. 언어의 위기는 깊이 읽지 않고, 관람하거나 관망하며 대충 훑어보는 습관에서 시작된다. 디지털 읽기가 효과적인 경우는 정보를 빨리 찾아야 하는 상황, 글이 짧고 그림이 많은 정보일 때이다. 논리적인 글, 의미를 깊이 파악하고 오래 기억해야 하는 경우, 종이책이 여전히 강력하다. 지금, 나는 산만하고 너는 바쁜 세상이다
특히, ‘F자 형 읽기’는 리딩이 아니라 스캐닝으로, 종이책을 읽을 때도 이해가 잘 안 된다. 피상적 이해에서 그치거나 아예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는 좌절감을 느끼고 종이책으로부터 더 멀어진다.
대충 보면 대충 생각한다. 상상력은 존재하는 현상과 존재하지 않는 이상을 연결할 때 폭발한다. 외부의 정보를 해석해 낼 내 안의 사유체계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정보가 들어와도 기존 정보와 새로운 정보를 연결시킬 수 없다. 미지의 세계를 상상할 기반이 없기 때문에 사색의 종말에 이를 수 있다.
5. 책의 길이, 사유의 길이 - 89쪽
독서는 '지금 읽고 있는 나'와 '벌써 다 읽어버린 나'의 공동 작업이다. - 우치다 타츠루
복잡한 문제일수록 지적 인내심이 필요하다. 다양한 해결 방안을 대입해서 다각적으로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끝까지 파고드는 '깊은 사유'와 오랜 시간 버틸 수 있는 '긴 사유'가 필수다.
검색 능력과 사색 능력은 반비례인지, 검색 속도가 빨라질수록 지식을 창조하는 강도 높은 사색은 뒷전이다.
6. 피가 부족하면 빈혈, 언어가 부족하면 빈어 - 105쪽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 비트겐슈타인
두 사람이 주고받는 단어를 한쪽이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 빈곤' 현상을 '빈어(貧語)' 혹은 '빈어증'이라고 한다. 깊은 사유와 사고가 불가능한 증세다. 저자는 우리말의 대부분이 한자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한자 모르면 어휘력도 한심'할 정도가 된다고. 일기를 한자로 써보니, 접속사나 조사를 제외하고 모조리 한자로 쓸 수 있었다고 한다.
은유법은 복잡한 생각이나 현상을 알기 쉽게 표현하면서도 각각의 현상이나 대상이 지닌 의미의 핵심을 꿰뚫어 전달한다. 은유법으로 소통하려면, 은유에 동원된 어휘의 뜻을 알아야 한다.
저자는 한자어를 많이 익히고, 정확하게 사용하는 법을 훈련하는 것이 어휘력 향상의 지름길이라고 했다.
7. 왜 언어를 디자인해야 하는가? - 117쪽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은, 그 문제들이 발생할 때 사용했던 사고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 아인슈타인
뭔가 다른 사람은 사용하는 언어부터 남다르다. 이런 사람은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생각을 하고, 그것을 창의적인 언어에 담아 표현하다. 이러한 언어들은 제 정련되면서 특정한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하는 특유한 개념으로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
언어력을 키우면, 내가 아는 언어만큼 내 세계가 열린다
나는 내가 사용하는 언어다.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다. 언어는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이자 태도이고, 시선의 높이와 관점과 사유하는 방식까지 결정한다. 언어를 잘 디자인하고 언어력을 갈고 다듬어야 하는 이유다.
타성에 젖은 언어로는 이전과 다른 사유체계를 만들어낼 수 없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사고 법을 택할 수 있다. 언어는 습관이자 관성이다. 언어적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언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그릇의 크기가 곧 생각의 크기이고, 그릇이 바뀌면 거기에 담는 생각도 달라진다.
8. 개념 없이 살면 안 되는 이유 - 129쪽
사람들은 모두 같은 하늘 아래 사는 것 같지만 바라보고 있는 지평선은 모두 다르다. - 작자 미상
개념이라는 렌즈를 바꿔야 내가 보는 세상이 바뀐다. 개념은 저마다의 문제의식과 탄생의 배경을 가졌다. 철학적 개념에는 그 개념을 창조한 사람의 문제의식이 녹아 있다. 자신의 철학적 사유의 핵심을 기존의 개념으로 파악할 수 없기에 개념을 창조한 것이다.
언어는 공동체의 약속이다. 언어적 의미를 공유할 때 공동체는 더욱 굳건하게 결속된다. 언어의 속뜻을 공유할 때 공동의 집도 굳건해진다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는 "개념은 인격"이라고 했다. 내가 사용하는 개념의 격이 곧 나의 인격이고, 내가 사용하는 개념의 한계가 곧 내 세계의 한계라는 뜻이다.
9. “이 사전 하나가 세상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 147쪽
달이 조류에 영향을 미치듯 언어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힘을 발휘한다. - 리타 메이 브라운
'인격'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은 나만의 개념사전을 만드는 것이다. 기존의 개념을 나의 체험적 깨달음으로 재정의하는 신념사전,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는 관점사전, 상상력을 키우기 위한 연상사전, 시인의 눈을 키우는 감성사전, 사유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은유사전, 단어의 의미를 파고드는 어원사전,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가치사전 등 7가지 개념사전이다.
10. 신념을 구체적으로 담아라 : 신념사전 - 163쪽
강한 신념이야말로 거짓보다 더 위험한 진리의 적이다. - 니체
신념사전은 내가 옳다고 믿는 가치관이나 철학을 담은 사전이다.
사전을 만들 때는 개념 정의가 옳은지 그른지를 따질 필요가 없다. 사전적 정의에 나의 체험적 통찰력과 신념을 입혀 재정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개념에는 그 개념을 창조한 사람의 신념이 담겨있다. 살아오면서 만난 개념을 자신의 관점으로 재정의해 보면, 그동안 간과했던 삶의 의미를 반추할 수 있다. 신념사전은 기존 개념을 나의 신념을 반영해 재개념화 하는 사전이다.
하루에 3개씩 나만의 정의를 써본다. 언어를 경작하는 개념의 텃밭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11. 세상에 없는 나만의 관점을 가져라 : 관점사전 - 177쪽
항상 무언가를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걸 상기하기 위해 난 책상에 올라선단다. -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중에서
먼저 나는 누구인가를 재정의한다.
단어는 욕망을 나르는 매개체다. 관점은 '관심'을 갖고 '관찰'해서 생기는 '관능(官能)'이다. 관능은 생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감각기관의 기능이다. 이 기능이 관성의 흐름에 따라 틀에 박힌 방식으로 돌아간다. 좋은 질문이 시작되면 자기만의 관점이 서서히 깨어난다. 그 생각의 결과로 나온 나만의 색깔, 나만의 관점은 세상에 대한 경계심을 무너뜨리는 관능으로 승화하고 발전한다.
세상은 내가 정의하지 않으면 남이 내린 정의에 갇혀 살 수밖에 없다. 단어는 아무 목적의식 없이 표류하지 않는다. 반드시 그 단어를 창조한 사람 혹은 사용하는 사람의 문제의식과 목적의식이 포함된다. 단어는 사람의 생각을 담고 욕망을 실어 나르는 매개체다.
흐름을 바꾸는 사람들의 공통점
작가들의 통찰과 광고 카피의 재치를 훔쳐라
단어 뒤집기는 생각의 물구나무서기
12. 창의는 연결이다 : 연상사전 - 199쪽
창의성은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것이다. - 스티브 잡스
창의성은 결국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모든 것을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연결하는 상상력이다. 창의성이 발휘되려면, 내면의 데이터베이스에 재료가 풍부하게 쌓여 있어야 그만큼 다양한 연결이 가능하다. 연상사전 쓰기는 이제까지 살면서 얻은 체험과 경험을 서로 연결해 보는 훈련이다. 상상력 발휘의 준비운동인 셈이다.
‘시간의 점(sport of time)’은 체험의 총량
우리의 삶에는 시간의 점이 있다.
이 선명하게 두드러지는 점에는
재생의 힘이 있어 이 힘으로 우리를 파고들어
우리가 높이 있을 때는 더 높이 오를 수 있게 하고,
우리가 쓰러졌을 때는 다시 일으켜 세운다. - 영국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구절
'시간의 점'이란 우리가 살아오면서 몸에 각인시킨 '직간접 체험의 총량'이자 축적된 과거의 기억이다. 기억은 몸에 각인된 각양각색의 체험적 얼룩이다. 몸에 생긴 시간의 점이 선을 만들고 그 선이 다시 면을 만든다. 이런 '시간의 점'이야말로 창작의 원료다.
세상에 없는 나만의 작품을 팜
남의 것을 부지런히 복사하는 '펌'과 보여주기 위한 '폼'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상대의 마음을 '품'어 품격과 품위를 높여야 한다. 한마디로 '폼' 잡지 말고 '품'어야 나다운 작품, 사랑받고 존경받는 대체 불가능한 색다른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내가 본 것까지만 내 세상이다
13. 머리가 아닌 몸이 느낀 마음 : 감성사전 - 219쪽
마음에는 이성이 전혀 알 수 없는 이유가 있다. - 파스칼
'슬픔 마음'은 무엇일까?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지속돼야 '슬픔'이 되는 걸까? 우리의 감정, 기분, 느낌은 아무리 정교하게 혹은 논리적으로 구사하려 해도 적확하게 표현할 수 없다. 그래서 나만의 감성사전이 필요하다.
"이렇게 확실한 감성은 일생에 단 한 번만 오는 것이오."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한 명대사다. '일생에 단 한 번만 오는 감정'은 어떻게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폭발할 것 같은 감정도, 말이나 글이 되는 순간 싸늘히 식어버린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수많은 단어에 나의 주관적인 표정을 담아 기록해두어야 한다. 그렇게 나의 표정을 기록한 감성사전은 나만의 한(恨) 국어사전이 된다.
감성사전은 삶과 언어가 일체화된 정서를 담아내는 사전이다. 이해타산보다 측은지심을 발휘해야 한다. 단어에 관한 그 사람의 표정을 읽어보면 그의 삶이 보인다. 앎과 삶이 일치되는 정서사전은 몸이 반응해서 느끼는 감정이나 측은지심으로 바라본 나만의 감성을 기록한 사전이다. 신념사전이 머리로 정의한 사전이라면, 감성사전은 가슴으로 정의한 사전이다. '역지사지+측은지심=시'다.
저자는 처음엔 삼행시를 쓰라고 추천한다. 삼행시는 가슴으로 지은 짧은 시다. 꾸준히 짓다 보면 어휘력, 문장력, 감수성이 눈에 띄게 좋아질 것이다.
14. 본질을 파고드는 사유 : 은유사전 -231쪽
진부한 은유는 진부한 생각을 낳는다. - 율라 비스
논리적 개념 정의는 이해되지만, 마음에 와닿지 않을 때가 있다. 사전에 나온 정의로 설명할 수는 있지만, 좀 더 적확한 뉘앙스까지 담아 뜻을 전달하고 싶을 때, 은유사전이 필요하다. 은유법으로 기존 개념을 다시 정의해 보면 색다른 사유의 세계가 열린다.
저자에게 우연한 마주침은 색다른 깨우침을 준다. 깨우침은 스스로 깨뜨려야 깨달음이 된다. 다른 이와 체험적 공감대를 형성할 때, 이미 알고 있던 사실도 다르게 각인된다.
강민혁 작가는 <<자기 배려의 책 읽기>>에서 읽기를 '정신의 관절'에 비유한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뼈와 뼈를 잇는 관절이 튼튼해진다는 것이다. 정신의 관절은 독자의 정신세계와 저자의 정신세계를 이어준다. 이것이 바로 메타포(metaphor), 즉 은유의 위력이다. 메타포는 사유의 가능성을 무한대로 확장시킨다.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들의 공통점을 찾아 관계있는 것으로 연결하기 때문이다.
은유와 역지사지 외에 다른 방법도 있다.
먼저 추상명사 하나를 정한다. 그 단어가 품고 있는 욕망을 동사로 표현해 본다. '사랑'하면, 애절하다, 그립다, 불태우다, 뜨겁다. 가다리다, 외롭다, 한눈에 반하다, 빠져들다, 애간장을 녹이다, 희생하다. 발 벗고 나서다, 질문하다, 관심을 갖다 등의 동사가 떠오른다. 이런 동사들을 적절히 조합해서 그런 욕망을 품은 보통명사를 주변에서 찾아본다. 즉, 자신을 뜨겁게 불태우는 '양초'라면 '사랑은 양초'라는 은유가 탄생한다. 또, '열정은 엔진', '도전은 액셀러레이터' 같은 것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메타포를 잘 사용하는 사람은 연결할 재료가 풍부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메타포나 아이디어는 발상이 아니라 연상이기 때문이다.
15. 단어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행 : 어원사전 - 241쪽
과거 역사와 기원, 문화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은 뿌리 없는 나무와 같다. - 마커스 가비
어원을 공부하는 것은 단어가 태어난 배경을 파고드는 것이다. 어떤 배경에서 탄생했는지를 알면 그 단어가 좀 더 특별해진다.
단어가 품고 있는 본질적 의미를 알면, 대화의 깊이, 즉 질적 수준이 달라진다. 그 단어가 오랜 시간 간직해 온 속뜻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단어는 홀로 존재하는 글자 모음이 아니라 한 시대의 사회적 역사적 배경과 문제의식을 품은 문화적 소산이 된다.
다른 사전과 다르게 어원사전은 내가 직접 만들 수 없다. 특정한 주제에 대해 글을 쓸 때, 어원사전은 의미의 근원을 추적해서 우리가 간과한 것을 도드라져 보이게 하는 게 도움이 된다.
삶은 지나간 문제를 풀고 다가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얼룩과 무늬를 씨줄과 날줄로 직조하는 과정이다. 사람이 바꿀 수 있는 것은 과거의 문제도 미래의 프로젝트도 아니다. 오로지 현재(present) 뿐이다.
16. 핵심가치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 가치사전 - 263쪽
당신을 연기하라. 다른 배역은 이미 다 찼다. - 오스카 와일드
가치사전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핵심가치(core values)'를 정의한 사전이다. 핵심가치는 딜레마 상황에 빠졌을 때 의사결정에 필요한 판단 기준이 자 행동규범이다. "가치관은 지문과 같아서 똑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당신이 하는 모든 것에 그 흔적을 남긴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한 말로 알려진 명언이다. 여기 나오는 가치관이 곧 핵심가치다. 가치판단의 기준은 다 다르고 그의 인생관이나 직업관을 살펴볼 수 있는 척도이자 전형이다.
저자는 열정(Passion), 혁신(Innovayion), 신뢰(Trust), 도전(Challenge), 행복(Happiness)이라는 5개의 키워드를 삶의 핵심가치로 설정했다고 한다. 이 기준에 따라 의사결정하고 행동하는 삶이야말로 내가 남의 인생이 아니라 내 인생을 사는 비결이다.
저자는 위 핵심 키워드를 연결해 삶의 딜레마를 해결해 주는 5개의 별로 '북두 오성' 별자리를 만들었다. 별자리의 이름은 PITCH다.
가치사전은 인생사전이다. 심장을 뛰게 만드는 단어를 자신의 관점에서 재정의한 사전이기 때문이다.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단어’가 있는가
미국의 철학자 리처드 로티는 '마지막 어휘'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마지막 어휘'는 우리가 자신의 행동과 신념, 그리고 삶을 정당화시키는 데 필요한 단어다. 개인 혹은 집단이 딜레마에 빠졌을 때, 결단을 내릴 때, 의사결정을 할 때, 최후까지 의지하는 단 하나의 '신념어'이다.
예를 들면, 간디의 마지막 어휘는 '비폭력, 스티브 잡스는 '혁신', 리처드 브랜슨은 '상상'일 것이다. 부처는 자비, 공자는 인(仁), 플라톤은 이데아, 사르트르는 실존, 스피노자는 코나투스, 니체는 아모르파티, 라캉은 욕망, 비트겐슈타인은 언어가 '마지막 어휘'라고 했다. 마지막 어휘는 지금 여기의 삶에 머무르지 않고 더 숭고한 삶, 자아를 넘어 타자와 공동체로 연결되는 삶을 꿈꾸게 만든다.
가치사전에 가슴 뛰게 하는 단어들이 더 많이 쌓일수록 당신의 삶의 경치도 바뀔 것이다.
17. 언어는 세상을 편파적으로 바라보는 콩깍지다 - 281쪽
현명한 사람은 그저 발견되는 것보다 더 많은 기회를 스스로 만든다. - 프란시스 베이컨
"언어가 세계를 창조한다(Words create worlds)."는 말처럼 내가 사용하는 언어가 내가 살아가는 세계를 만든다. 그러니 다른 세계를 만들려면 다른 단어가 필요하다.
'뭔가를 설명하거나 표현할 때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가?' 생각의 한계가 여기서 결정된다.
어떤 경우는 "단어가 아이디어를 창조한다(Words create ideas)." 언어가 틀에 박히면 생각도 틀에 박힌다. 생각지도 못한 생각은 생각지도 못한 언어를 구사할 때 나온다. 언어는 그래서 단순히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 아니다. 어떤 언어를 사용하냐에 따라 사람도 바뀌고 삶도 바뀐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가 나이므로, 나를 바꾸고 내 삶을 바꾸려면 언어를 바꿔야 한다.
언어에는 생각과 감정과 의지가 반영된다. 나이가 들면서 성장한다는 것은, 내 생각을 표현할 나만의 언어를 늘려간다는 의미와 같다. 나의 언어를 가져야만 내 생각을 정확히 표현하고, 내 존재도 올곧이 드러낼 수 있다.
18. 틀에 박힌 나를 틀 밖으로 끄집어내는 법 - 295
딴생각은 머리를 흔들어서가 아니라 몸의 경험으로 기존 언어를 부정할 때 가능하다. - 정희진의 <<낯선 시선>> 중에서
주어진 환경에서 '코드'로 굳어진 언어 사용 방식과 의미를 해체해 보고 나의 방식으로 언어적 의미를 재정의해 보려는 노력이 앞서 살펴본 7가지 사전을 만드는 일이다. 나의 체험적 의미로 재정의하면 당연히 기존 언어와 불협화음이 일어난다. 익숙한 언어적 동조에서 낯선 언어와의 불안한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아이러니 찾기와 유머를 활용하는 것이다. 언어적 오염에 묶여 살던 자신을 해방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아이러니 찾기는 사용해 온 언어적 사정이나 근거를 의심하고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였던 의견에 의문을 제기하며 깊이 파고드는 방법이다.
유머는 언어적 상처를 만들어 기존 언어의 문법을 전복한다. 아이러니가 근거를 의심하고 언어적 코드 자체를 전복하는 것이라면, 유머는 기존 언어의 관점이나 시각을 바꿔 언어코드에서 어긋나려고 애쓰는 방법이다.
사고는 당한 일이지만, 사건은 의도적으로 일으킨 일이다. 사건 속에는 말 못 할 사연이 있다. 그 사연을 읽어내면 사건의 전후좌우 배경과 전모를 밝힐 수 있다. 마찬가지로 단어 역시 의미와 의도를 읽어야 정확한 뜻을 알 수 있다. 하나의 단어를 붙잡으면 하나의 우주가 열린다.
공부는 한 분야를 깊이 파면서 '세로 지르기'를 통해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이지만, 옆으로 인식의 관심을 확산시켜 나가는 가지의 자람이기도 하다. 가로지르기와 세로 지르기의 공부를 하면 '관계'가 존재를 결정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즉 인간의 존재 가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사르트르는 '타자는 지옥'이라고 했지만, 레비나스는 '타자는 미래'라고 했다. 우리가 어떤 타자를 만나든 타자를 만나는 순간부터 새로운 정체성이 형성된다.
에필로그_ 벼리고 벼린 칼로 존재의 집을 뜯어고칠 때 - 311쪽
폭풍을 일으키는 것은 가장 조용한 언어이다. 비둘기처럼 고요한 사상이 우리의 세계를 뒤흔든다. - 니체
작가에게 낯선 단어는 날 선 생각을 낳는다. 벼르고 별러 골라낸 한 단어는 골머리를 앓던 생각의 물꼬를 터준다. 벼리는 과정에서(생각지도 못한) 벼르던 언어가 떠오른다 그 순간 생각은 그 단어에 꼭 맞게, 기가 막힐 정도로 정밀하게 담긴다.
우리는 늙어가는 생각이 낡아지지 않도록 익숙한 단어가 낯선 개념을 잉태하도록 꾸준히 벼리는 것이다. 생각도 새로운 생각의 자손을 출산한다. 단어는 꺼져가는 생각의 불씨를 되살리는 불쏘시개다.
저자는 어떤 언어로 집을 짓느냐에 따라 그 집에 사는 존재도 영향을 받고 변화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나도 언어를 레벨 업할 수 있을까?"
고정관념 파괴자인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 대표와 언어적 상처로 앎과 삶을 디자인하는 유영만 교수가 『언어를 디자인하라』 책 속에서 '언어를 레벨 업할 수 있는 방법'에 답하고 있다. 공동 저자인 두 사람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위기를 진단하고 해법을 찾아가면서 독자들에게 고차원적 언어 레벨 업의 기술을 낱낱이 밝히고 있다.
생각의 한계를 뛰어넘는 언어로 얻게 되는 새로운 개념은, 개인적 사유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는 역사적 산물이 되기도 한다.